“반도체 생산 우리가…” 미국의 대만 견제, 실효성은?

미국이 아시아 중심으로 편성된 반도체 생산 역량을 자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계획 마련에 나섰으나, 그 효과가 대만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아무리 미국이 자금을 투자한다 해도 당분간 반도체 제조업은 대만과 한국이 이끌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제 10차 북미 3국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아시아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세 국가 간 생산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북미 국가는 아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공급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이 예상대로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2021년부터 반도체 자국중심주의 정책 마련에 시동을 걸고 인텔이 IDM 2.0을 선언하면서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 포부를 밝혀 왔다. 그럼에도 대만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 팔을 걷어 붙였음에도 대만의 반도체 수출은 2022년까지 7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대만 재정부는 2022년 IC칩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고, 3년 연속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56.1%, 삼성전자가 15.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TSMC와 삼성전자에서만 생산하는 반도체가 70% 이상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아시아 국가의 영향력이 여전히 적잖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손범기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단기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대체할 수 없다”며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가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려 하지만, 대만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반도체 생산역량을 아시아 국가로부터 온전히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미국이 아시아의 생산을 온전히 대체하기에는 어렵고, 세계 반도체 제조의 30%를 장악하는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며 “반도체의 80%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미국의 비중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 미국 팹리스 업계 관계자도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문제가 중요한데,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 비해 인건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따라서 같은 공장이라 하더라도 미국보다는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의 이번 공급망 강화 계획은 아시아의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아 오기보다는 최소한의 생산 역량을 유지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비율이 12%에 불과한다고 밝혔다. 10% 언저리까지 그 비중이 내려갔기 때문에, 이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당시 정계의 입장이었다. 결국 20% 언저리까지 그 비율을 올린 후, 추후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최악의 상황으로 TSMC의 공급망 체계가 무너졌을 시 백업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망 차질 발생 시의 여파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직까지는 주요 반도체 기업이 아시아에 위치한 파운드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한 미국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TSMC와 삼성전자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인텔과는 현재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검증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텔과의 구체적인 파운드리 협력 방안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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