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은 아닙니다만] 만약 반도체 산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면
몇 년 전 기자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반도체는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한 분야였다. 심지어 전공자에게도 어렵게 다가왔다.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겠다는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전공 시험이 끝나고 “폭주기관차 같았던 수업의 종착지가 진흙탕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말했던 것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그만큼 반도체는 기술자만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는 인식이 대중 사이에 만연해 있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이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기 때문다.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서다. 주식 시장 호황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반도체 시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환갑을 앞두고 있는 기자의 어머니가 “요즘 파운드리 모르는 사람도 있니”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 나스닥은 44% 가량 상승했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반도체는 여전히 어렵다. 아무리 전공을 했어도, 업계 관계자와 애널리스트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또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경제 분쟁,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여파로 시장 상황도 순식간에 바뀌곤 한다. 반년 만에 호황에서 불황으로 반전이 됐던 지난 해를 보면 그런 흐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반도체 기술과 시장 흐름을 파악한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들고 어려운 일임을 체감한다.
반도체 산업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에게는 김경민 애널리스트의 저서 ‘반도체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습관’을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책은 어느 날 한 타사 선배가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사가 책에 수록됐다고 제보를 해주면서 알게 됐다. ‘반도체 베스트 애널리스트’라는 평을 받고 있는 저자의 책에 실리다니, 2년차 기자에게는 과분하면서도 영광스럽다.
저자인 김경민 애널리스트는 10년 넘게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살아온 인물이다. KB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을 거쳐 현재는 한국거래소 산하 독립 리서치 조직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에서 기업 분석을 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책 서론에서 반도체 애널리스트로서 어떻게 시장 조사를 하는 지 전반적인 삶에 대해 언급한 뒤, 반도체 8대 공정을 소개하면서 책의 본문 첫머리를 시작한다.
“책을 읽다 보면 반도체 공정에 대한 얘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래서 미리 용어나 개념 정도는 간단히 알아 두고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 공정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이해가 어려운 분은 과감히 건너 뛰고 본문 읽기를 바로 시작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다 본문에서 공정 관련 내용을 읽다가 이해가 부족하면 그 때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내용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전기전자를 출입하면서 반도체 8대 공정을 직접 기사에 언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8대 공정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으면 확실히 반도체 산업계에서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수월해진다. 특히 패키징과 같은 전공정 외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 뒤에는 반도체 시장을 공부하면서 보편적으로 들어오는 질문 18가지와 그에 대한 김경민 애널리스트의 설명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반도체가 왜 중요한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미중 간 반도체 분쟁 원인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인 등 시장의 전반적인 배경을 일상생활에 빗대 친절하게 설명했다.
2부에서는 반도체주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떻게 반도체 시장을 공부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삼성전자를 사서 5년 이상 보유하면 오를 지, 국내 반도체 중소형 우량주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언급한다. 반도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비밀스런 노하우를 밝힌다고 털어놓긴 했지만 막상 읽어보면 이미 여러분이 어느 정도 예상하는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애널리스트는 분석과 전망이라는 일을 하지만 결국 수많은 과거의 데이터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한 후 이를 이해하고 조합해서 새롭게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얼마나 많은 검색을 통해 데이터를 잘 쌓아 놓았는지가 더 정확한 예측의 밑거름이 됩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반도체 관련 기사가 포털에 쏟아진다. 그만큼 사람들이 접하는 반도체 관련 소식은 방대하다. 하지만 매일같이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고 시장 상황이 바뀐다 해도, 반도체 산업을 관통하는 큰 흐름은 분명 존재한다. 이 소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을 관통하는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흐름은 여러 데이터를 모으고 다방면의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뚜렷하게 보인다. 도서 ‘반도체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습관’은 김경민 애널리스트가 보고 듣고 조사한 업계 정보가 압축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산업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짚어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공부를 위한 최고의 교재가 드디어 나왔다. 반도체 용어, 시장 트렌드, 공부법 등 투자자가 알아야 하는 반도체 지식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는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의 추천글처럼 말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습관’, 김경민 지음, 좋은습관연구소 펴냄. 2022년 9월5일 발행.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