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에서 엿본 시중은행 ‘디지털’ 핵심 전략

금융지주와 은행장의 신년사에는 그 해의 경영전략과 방향성이 담겼다. 몇 년 전부터 신년사에서 강조된 ‘디지털’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올해 4대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의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은 ‘플랫폼’이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은행은 매끄러운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뱅킹 앱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뱅킹 앱을 플랫폼으로 보고 금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밀접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은행은 고객이 평소 뱅킹 앱에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쓰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고객의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플랫폼 환경을 개선하고,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기술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2023년 신년사를 통해 은행의 디지털 전략을 살펴봤다. 

KB금융그룹·KB국민은행, ‘금융 플랫폼’ 강조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은 금융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뱅킹 앱이 금융을 넘어 일상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데이터와 기술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마이데이터와 그룹 서비스를 연계한 금융종합서비스는 이미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KB월렛, KB페이와의 연계를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일상 속 금융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며 “금융 콘텐츠와 사용자경험(UX),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트래픽(Traffic), 타임셰어링(Time Sharing), 거래(Transaction)의 3T를 대폭 증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드리는 차별화된 마이데이터 사업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가치제안을 통해 고객 일상에 녹아들고 고객이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임직원들에게 제언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측면에서 금융플랫폼을 강조했다. 이 은행장은 고객접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타뱅킹, 리브넥스트, KB월렛, KB부동산 등과 같은 KB플랫폼이 가진 서비스 역량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티맵모빌리티와 같은 이(異)업종과의 제휴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9 to 6 뱅크(9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는 은행)의 전국 커버리지를 넓히고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혁신적인 고객접점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행장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분야의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역량 고도화를 과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확보된 고객 여정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된 고객관리와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는 굳건한 초석을 쌓아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임한 이 은행장은 KB국민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경영기획그룹장전무, 영업그룹장 부행장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KB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이 은행장은 취임시절부터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경쟁을 중요시 여겼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권 환경변화에 대응했다. KB국민은행은 그동안 전문화, 세분화된 본부 조직을 유사 연계업무 수행부서 중심으로 통합했다. 예를 들어 데이터본부와 마이데이터본부가 데이터·인공지능(AI) 본부로 통합되며, 이밖에도 자산관리, 연금, 데이터, IT, 외환 등 업무에 따라 나눠진 부서를 12개로 합쳤다. 

각 통합조직의 애자일한 의사결정, 업무추진을 위해 파트매니저(PM) 직위를 뒀다. PM은 스타트업의 프로덕트오너(PO)처럼 업무 수행권한을 가지고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파트매니저에게 의사결정권을 부여해 능동적이고 민첩한 운영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신한은행, 고객 중심의 금융 플랫폼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뱅킹 앱이 고객중심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은행장은 신년사에서 “뉴 쏠(신한은행 뱅킹 앱)을 비롯한 전 영역의 뱅킹 시스템은 더 쉽고 편리한, 고객 중심의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로서의금융(BaaS) 형태로 다양한 업종, 기관과 연결에 힘쓰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 관리하는 혁신을 통해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금융을 구현할 것”이라며 “우리가 꿈꾸는 미래 은행, 보이지 않는 은행(Invisible Bank)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화두를 던졌다. 

최근 신임된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은행 내에서 ‘영업통’으로 알려졌다. 1991년부터 신한은행의 글로벌사업부, 연금사업부 등을 두루 역임했다. 또 신한금융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투자증권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한 일명 ‘신한맨’이다. 

한 은행장이 그리는 고객 중심의 금융 플랫폼은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는 디지털전략그룹인 ‘디지털전략사업그룹’과 ‘오픈이노베이션그룹’에서 기술적인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디지털전략사업그룹은 은행의 디지털전환을 이끌며, 오픈이노베이션그룹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을 이끈다. 

우리금융그룹·우리은행 “뱅킹앱,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은 뱅킹앱이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것을 중점적으로 봤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고객 중심 디지털 플랫폼 확장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 접점이 풍부한 은행과 카드는 디지털 플랫폼의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 연계성을 확대하는 등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그 기능을 대폭 확장해 비대면 고객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이제는 금융그룹들도 테크 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인 시대”라며 “AI, 데이터 등 금융의 핵심 미래기술 분야는 업계를 선도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C)나 블록체인 등 다양한 혁신기술도 신사업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신년사에서 디지털을 화두로 제시했다. 이 은행장은 “디지털과 IT는 금융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며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은 디지털과 IT에 지배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선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선임된 이 행장은 플랫폼 역량 강화를 강조해왔다. 빅테크, 핀테크와 경쟁을 위해 플랫폼에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환으로 우리은행은 앱 고도화 전담조직인 ‘뉴원(WON)추진부’를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뱅킹 앱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기존 뱅킹 앱 재구축 준비 조직을 상설 부서로 확대, 재편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채널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을 총괄하는 ‘고객경험디자인센터’를 신설했다. 여러 부서별로 담당하던 UI, UX 업무를 디지털전략 그룹 산하 고객경험디자인센터로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나금융그룹·하나은행, “디지털 금융혁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강조했다. 함 회장은 “혁신은 거창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손님들이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하고 직원들이 더 효율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고 영업의 도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족한 지식과 기술력은 과감한 제휴와 투자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십으로 보완하고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디지털 영역 개철을 위해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이 은행장은 6대 경영전략 중 하나로 영업현장과 손님 지원을 위한 디지털 하나은행을 내세웠다. 영업점과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하나은행은 ICT 그룹 직속 부서를 통할하는 ICT본부를 만들었다. ICT본부는 기존 ICT그룹 내 본부에 속해있지 않던 부서들을 통합해 관리하며, IT역량을 한데 모을 것으로 예측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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