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올해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산업 인프라 정비에 나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주요 정책방향의 일환으로,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위해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공개한 2023년 신년사에서 “변화에 뒤처진 금융규제는 과감히 완화해 기존 금융사들이 뻗어나갈 수 있는 공간을 넓혀주고, 핀테크 스타트업도 활발히 출현하며 성장 가능하도록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변화에 뒤처진 금융규제’는 금융사를 위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해석된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를 예고하면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제도 중에서 금융사의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행법에 의해 비금융업에 진출하지 못했던 금융사가 비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 결합을 제한한다는 원칙으로,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 4% 이상(의결권이 없을 경우 최대 10%)을 가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은행은 은행업무에 부수하는 업무(채무의 보증 또는 어음의 인수, 보호예수, 수납 및 지금대행,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지급대행 등)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졌다. 그동안 비금융업과 금융업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핀테크 업계와 달리, 은행은 법에 가로막혀 비금융업을 영위하지 못한다며 불공정 경쟁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결국 금융위는 금산분리 완화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큰 틀에서 세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먼저 금융사의 부수업무나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다. 기존에 허용된 업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 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한다. 

두 번째는 이와 상반된 개념인 네거티브 방식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정책에 허용되지 않는 사항을 나열하고 그 밖의 것을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네거티브 방식이 시행될 경우 은행은 신산업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세 번째는 자회사 출자와 관련해 정책에 허용되지 않는 것만 명시하고, 부수업무를 가능한 업무만 나열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즉 자회사 출자에는 네거티브 방식을, 부수업무에는 포지티브 방식을 적용한 방식이다. 금융사가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보수적으로 확대해 리스크와 이해상충 우려를 줄이고, 자회사 출자는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한 취지다.

금융위는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올 초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세가지 방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하고 심의할 계획이다. 


금융위의 금산분리 완화 결정에 대해 은행권은 환영의 입장을 드러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을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비금융과 금융을 접목해 데이터 등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출현과 육성에 힘을 기울인다. 금융위는 새로운 핀테크 산업이 출현하고 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새로운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적용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디지털 혁신금융 지원을 위한 정책 개선방향 중 하나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손보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에 은행, 보험 등 금융당국의 해당 과가 관여했다면 앞으로는 전문성과 객관성에 기반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를 맡긴다. 법률, 특허전문가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심사 기준으로 소비자편익이 실질적인 심사기준이 되도록 통계분석,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규제샌드박스 종료 후에도 기업들이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종료 3개월 전까지 제도화 여부 등 처리 방향에 대해 사업자에게 통보한다.

이 경우 기존보다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가 가능해지고, 기업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업 영위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조각투자, 증권형토큰 등 디지털 금융 신산업을 육성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서 “디지털금융과 관련된 금융사들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고, 조각투자, 증권형토큰 등 새로운 투자수단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규율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금융위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뮤직카우 서비스를 조각투자로 정의하면서 조각투자가 제도권에 편입됐다. 미술품, 한우 등 5개 업체가 올해 안으로 당국의 요구대로 투자자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증권형토큰 가이드라인도 이달 중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책 결정 배경에 대해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의 흐름이 거세지면서 금융분야에도 기존 규율체계로 담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새로 등장한 비즈니스가 가져올 수 있는 기회와 위험을 파악하고 규율체계를 정비해 금융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융합과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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