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에 실적도 따라 하락하는 TSMC

TSMC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가 주문량을 감소해서다. 제품을 판매하지 못한 고객사에 재고가 쌓이고, 그만큼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에 넣는 새 반도체 주문량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 같은 실적 하락세가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최근 “2023년 1분기에는 공장 가동률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며 “현재 재고가 최고치에 달해 1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5% 감소하고, 이후에도 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적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스마트폰⋅PC 판매량 감소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자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스마트폰⋅PC와 같은 디바이스 구매 감소로 이어졌다. 일부 기업은 서버⋅차량용을 타깃으로 한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존하겠다는 전략을 밝혔으나, 이조차도 경기 위축으로 투자가 지연되면서 수요가 감소했다. 결국 엔비디아, AMD 등 주요 시스템반도체 제공업체는 2022년 3분기부터 주문량을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상위 10대 고객인 엔비디아, AMD, 미디어텍 등 기업의 재고가 쌓이고 있고, 주문 취소와 지연⋅계약 파기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면서 “6~7나노 공정 수요는 절반 가량으로 하락하고, 5나노 이하 생산라인 가동률도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2분기에도 저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한다는 전망은 지난 해 7월부터 나오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2년 2분기 반도체 기업의 생산공장 가동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여전히 5나노 미만 반도체 공정 수요는 견조하지만, 다른 부문은 점차 공급난이 완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100% 아래로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큰 폭으로 반도체 수요가 하락하면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고, 결국 레거시 공정에 이어 선단(Advanced) 공정 가동률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로써 TSMC가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지난 해 9월 맥루머스, 나인투맥 등 외신은 TSMC가 2023년 파운드리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리려고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 내용에 따르면 TSMC는 애플에 2~3%, 엔비디아에 5~6% 정도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고자 했다. 거시경제(매크로) 불확실성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물류비⋅전기세 등 전반적인 운영 비용도 올랐기 때문이다.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TSMC는 가격 인상을 계획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에 반발했고, TSMC가 결국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제기됐다. 고객사가 없으면 파운드리도 매출을 낼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반도체 호황 시기에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가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더라도, 불황 시기에는 파운드리가 아쉬운 입장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요 팹리스 기업이 주문을 취소하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고객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아무리 인플레이션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오른다 하더라도, 팹리스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IT매체 테크스팟(Techspot)은 “TSMC는 2023년 상반기 팹리스가 밀집한 미국 중심의 경기 침체 여파로 전반적인 수요 감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여기에 중국의 급격한 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도 파운드리를 비롯한 제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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