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빅테크’라고 불리는 기업을 언급할 때 ‘FANG’이나 ‘GAFA’라는 용어를 많이 썼습니다. FANG은 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구글의 머릿글자이며, GAFA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약자입니다.

그런데 이 용어에서는 뭔가 좀 허전함이 느껴집니다. 왠지 들어가야할 것 같은 회사 이름이 하나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죠. 너무 오랫동안 익숙한 이름이어서 그런지, 빅테크를 말할 때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름이 종종 빠질 때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쪼그라들어서 그런 건 분명히 아닙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애플과 아람코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구글이나 아마존보다 순위가 높고, 메타(페이스북)나 넷플릭스와는 차이가 아주 큽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거대한 시대 변화에도 떠밀리지 않고 혁신으로 극복해낸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언론이나 분석가들로부터 다소 찬밥대우(?)를 받아왔죠. 그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요즘 급격히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AI분야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오픈AI 때문인데요. 오픈AI가 챗GPT와 같은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자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오픈AI에 투자해왔고,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양사는 독점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최대 100억달러(약 12조5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투자가 완료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지분 49%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상 오픈AI를 인수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이 소식에 경쟁 빅테크 업체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구글은 ‘코드레드’를 선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를 사실상 인수하고 챗GPT와 같은 기술을 내재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픈AI는 애저의 ‘천군만마’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적으로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100억 달러 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NYT) 보도에 따르면, 처음 10억 달러를 투자한 이후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총 30억 달러의 투자를 이미 한 것이죠.

오픈AI는 이 돈으로 뭘 했을까요? NYT는 이 자금이 대규모 컴퓨팅 파워 구축에 사용됐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 컴퓨핑 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구축됐을 것입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30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 돈은 다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AI용 컴퓨팅 파워 구축에 사용됐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즘 AI 시장에서는 ‘규모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매개변수의 규모를 압도적으로 키우면, 할 수 있는 일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오픈AI가 GPT-3이라는 언어모델에서 증명했죠. 앞으로는 조 단위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초거대 모델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초거대 모델을 구축하려면 이를 위한 컴퓨팅 파워와 인프라 기술이 필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를 통해 이를 자산화 했습니다. NYT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AI 제품을 신속하게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픈AI와 맺은 독점적 제휴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큰 무기입니다. 오픈AI가 자사 기술을 애저 상에서 API 형태로 판매하면, 애저의 경쟁력도 올라가는 거죠.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초거대 언어모델 GPT-3을 위한 API를 애저가 제공합니다.

앞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은 더욱 AI 중심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구글 클라우드는 빅데이터와 AI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 3위로 자리잡았습니다. AWS도 다양한 AI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오픈AI가 차지하는 상징성은 무시하기 힘듭니다. 오픈AI가 새로운 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관련 전문가들과 시장은 깜짝깜짝 놀랍니다. 이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 제공하게 되면, 애저 클라우드의 경쟁력은 한층 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피스에 챗GPT 기반 클리피가 돌아올까?

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에 통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전반에 챗GPT 기술이 스며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외신은 이 소식을 전하며 ‘클리피’와 비교를 많이 합니다. 클리피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사용할 때 등장하는 도우미(길잡이)였습니다. 강아지, 돌고래, 클립 등의 모습으로 오피스 작업을 할 때 언제든 도와주겠다며 등장했던 친구죠. 그런데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오피스 이용자는 클리피를 싫어했습니다. 전혀 도움도 안되면서 도와줄 것처럼 등장해서 귀찮게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챗GPT가 클리피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어떨까요? 이메일에 핵심 내용만 쓰기만 하면 챗GPT가 알아서 이메일 전체를 만들어주고, 주간 보고서도 알아서 클리피가 작성해준다면요? 물론 아직 챗GPT가 쓴 문장이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품질이 향상될 것은 분명합니다.

챗GPT뿐 아니라 오픈AI의 기술은 다양하게 오피스와 통합될 수 있습니다. 파워포인트에 넣을 이미지를 간단하게 달리(DALL·E)2가 만들어줄 수도 있겠죠. 이메일 검색어를 정확하게 넣지 않아도 챗GPT가 알아서 관련 이메일을 찾아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외국인 친구나 동료와 각자 모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래 전부터 오피스와 AI의 통합을 꿈꿔왔습니다. 클리피도 사실 궁극적으로는 AI를 꿈꿨던 녀석이죠. 최신 오피스365에는 이미 AI 기능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파워포인트에 텍스트만 입력하면 AI가 어울리는 디자인을 추천한다거나 엑셀 필드를 내 의도에 맞게 자동으로 채워주기도 합니다. 자동번역으로 자막을 달아주는 기능도 있죠.

오픈AI의 기술은 오피스365에 AI를 탑재하고 싶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랜 바람에 날개를 날아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빙, 챗GPT로 한판 뒤집기?

빌 게이츠는 인터넷 등장 초기 누구보다 인터넷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1994년에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책에서 그는 정보고속도로(초고속 인터넷)에서 달라질 세상을 전망했고, 돌아보면 대부분 현실화 됐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 대한 가치를 높게 봤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의 지배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인터넷의 지배자는 구글이 됐죠.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에 인터넷을 내준 이유는 ‘검색’을 지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검색의 지배자가 인터넷의 지배자가 됐던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인터넷의 지배자를 자임하는 이유는 검색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죠.

온라인 시장점유율 조사회사 스탯티스타에 따르면, 전세계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은 84.08%(2022년 12월, 데스크톱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빙’은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8.95% 점유율에 불과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통해 인터넷의 지배자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챗GPT를 탑재한 빙 검색이 오는 3월 내 출시될 예정입니다.

아직 서비스의 구체적인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챗GPT 기술은 기존의 검색을 완전히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검색엔진이 웹문서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직접 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챗GPT에 질문을 하면 AI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습니다. 물론 틀린 답도 많기 때문에 당장 챗GPT가 기존검색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검색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철옹성 같은 구글 검색을 조금만 흔들 수 있어도 큰 성과가 될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