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10년…“효과 분석 부족해”
공공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매우 강력한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효과 분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중소·중견기업이 수익 대비 더 많은 책임을 지며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회ICT융합포럼(공동대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10년, 성과와 과제는?’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난 2013년 SW산업진흥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공공이 발주하는 SW사업 시장에서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첫 시행 이후 몇 차례 제도 손질을 거쳐 현재 예외적으로 대기업의 참여가 가능한 분야는 ▲국가안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신기술 ▲긴급 장애 대응 ▲기업이 이미 개발한 SW 서비스 사용 ▲민간투자형(기업 50% 이상 투자)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공SW 사업이 늘면서 예외인정 사례도 늘어나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 10일에는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이 해당 제도를 올해 ICT 분야 규제혁신 과제로 정하며 변화가 예고됐다. 이에 참여제한을 더 풀어달라는 대기업들과,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중견·중소기업들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는 업계 의견을 모으고 향후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발제에 나선 조문증 국립경상대 교수는 “(제도 시행에 따라) 주 사업자로 참여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매출도 늘어났지만, 이익 등 세부 사항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의 매출액, 종사자 수, 평균임금 등은 증가했지만, 실제 공공SW 사업으로 얻은 영업이익의 규모나 종사자의 장기근속 여부 등 제도 취지에 맞는 성장이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문증 교수는 중소기업은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중견기업은 참여제한을 피하고자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양한다고 분석했다. 또 대기업은 국내 공공SW 사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해외 공공 사업 또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했다. 발주기관 역시 참여제한에 따라 사업 일정이 늦어지고 불필요한 행정업무 부담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경과했음에도 효과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도 아쉬움으로 꼽혔다. 부작용이 적지 않지만 정확한 분석이 없어 제도 개선 방향 또한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 주도의 효과 분석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행한 정책연구 1건, 2019년 SW정책연구소가 진행한 정책연구 1건이 전부”라며 “강력한 규제를 시행한 만큼 매년 효과를 분석해 타당성과 실효성을 확인하고, 존속기한을 정하는 일몰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효근 부회장은 제도가 정착되며 대기업은 안정을 추구하며 수행 중심으로 사업에 참여함에 따라 기술혁신이나 기술이전, 인력 교육 등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견기업은 매출이 증가하며 외형은 커졌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중소기업 또한 회사 수는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낮다”면서 시행 이후 기업과 시장이 겪는 부작용을 꼬집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기업 측은 기술 변화가 빠르고 그간 제도에도 부작용이 있는 만큼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개선안을 도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중소기업은 바뀌는 과업 범위에 대한 부담과, 수익 대비 높은 책임을 지우는 지금의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너무 강한 규제…항생제 그만 먹어야” VS “책임은 중소기업이 지고 대가는 대기업이 가져가”
한윤재 SKC&C 부사장은 “진입(을 막는) 규제는 사실 너무 강력한 규제”라며 현재의 제도를 사람의 몸에 비유했다. 만약 사람이 아프면 항생제를 먹지만 이 또한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들고 건강이 나빠진다. 현재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또한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시장 건전성을 키우는 일종의 항생제 차원의 처방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확한 효과 분석을 통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부사장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다른 나라의 10년 전과 지금, 현재 제도를 시행하는 우리나라의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분석해야 한다”면서 “(분석 결과) 성과가 좋으면 계속 시행하고, 다른 나라의 사례가 긍정적인 게 있다면 그쪽으로 향하는 게 지혜로운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중소기업이 아닌 ‘강소’기업 대표로 소개한 조미리애 VTW 대표는 공공SW 사업의 부정확한 과업 범위에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 사업을 수행하며 기술 분석 등을 거치면 결국 과업이 늘어나는 게 지금의 모습이라, 계약 시에 정확한 범위 확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현재의 구조는 사업 계약의 범위가 곧 과업 범위라고 볼 수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범위를 규정하기 어렵다”며 “과업범위 확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또 대기업과 함께하는 대규모 사업의 경우 각각 같은 지분(사업 범위)으로 들어가더라도 대가는 대기업이 많이 가져가고 책임은 동일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왜곡이 반복되면 사회 현상이 되고 불합리한 사업 형태들이 굳어지는 게 우려된다”면서 “‘동일책임·동일대가’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두원 과기정통부 SW산업과장은 “과거 대기업이 사업을 주도하고 중소기업이 하도급을 맡던 구조를 상생으로 바꾼 부분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면서도 “효과 분석이 더 잘 이뤄지도록 논의하고, 과업 변경(에 대한 우려) 부분도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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