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캡처한 줌 회의 화면, 흐릿한 CCTV 공유 괜찮을까?
“윗집에서 쿵쾅쿵쾅. 저 집은 왜 이리 시끄럽지. 전화해봐야겠다. 뭐 관리사무소에서 알려주겠지. 역시 잘 알려주네. 친절하구만.”
“인터넷 커뮤니티에 내 얼굴이 돌아다닌다. 제목은 ‘우리 회계팀 OO씨 어때요’. 회사 업무로 들어간 줌 회의에서 누군가 내 얼굴을 캡처해 커뮤니티에 올렸다. 어떡해야 하지?”
“스키장에서 충돌 사고가 났다. 아프다. CCTV가 있다네. 어차피 흐릿해서 상대방 얼굴은 잘 안 나온단다. 이 영상은 스키장에서 바로 주겠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개인정보 관련 이슈다. 하지만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거나, 해당 정보가 보호 대상인지 아닌지 기준이 모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 같이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개인정보 관련 이슈를 담은 사례집을 공개했다. 국민들이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 개인정보 이슈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을 담았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생활과 밀접한 주요 사례를 살펴봤다.
Q1. 온라인에 올린 남의 얼굴
최근 온라인 수업이나 재택근무 등으로 줌이나 구글미트 등을 통한 화상회의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얼굴이 서로에게 공유되는 가운데 이를 저장해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될까?
A. 회의 주최자가 참석자 확인이나 내용 보관 목적으로 해당 영상을 저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리 영상 저장 사실을 참석자에게 고지하고, 영상의 보유 목적, 보유기간, 영상 보유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면 된다.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도 미리 알려야 한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회의 또는 수업 참석자가 다른 참석자의 얼굴 사진을 캡처해 공유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사람의 외모나 회의 의견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면 형법에 따른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 특히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도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캡처한 얼굴을 비방 목적으로 온라인에 올리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사이버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최대 2년 이하의 징역형이 상한이지만, 사이버명예훼손죄는 최대 3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음란한 사진과 합성해 유포했다면 형법에 따른 음화제조죄도 성립할 수 있다.
Q2. 유튜브에 올린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블랙박스 촬영 영상을 마스킹(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하는 건 괜찮을까?
A. 모자이크 처리를 했더라도 촬영 장소나 시간, 번호판 등과 조합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다면 해당 정보주체(찍힌 차량 소유주 또는 행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여러 정보를 조합해봐도 알아볼 수 없는 경우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공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번호판의 글자 하나만을 가린다거나 아주 흐릿한 모자이크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단, 해당 영상이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 내용·방법 등이 부당하지 않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예를 들어 사회의 관심사가 된 대형 교통사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영상 제공 등은 가능하다.
Q3. 아파트 이웃의 연락처 수집
층간 소음이나 누수 등 공동주택의 세대 간 다툼이 벌어졌다. 매일 쿵쿵거리는 윗집과 통화하고 싶다. 연락처를 관리사무소에 물었다. 관리사무소는 이를 제공해도 될까?
A. 관리사무소가 세대주 이름이나 연락처를 제공하려면 당사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바로 전달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관리사무소는 주택법에 따라 입주자 이름과 생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처리자’로,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법적 근거가 있을 때만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세대 간 분쟁 등은 개인정보 제공을 위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게 개인정보위의 설명이다.
게시판에 주민 연명부를 게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위는 관리사무소나 입주자 대표가 부득이하게 연명부를 붙여야 하는 경우라면 되도록 필수 기재항목에 이름이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를 적지 않는 가명 처리를 하라고 조언한다. 꼭 이름을 써야 한다면 정보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는 아파트 외벽 도색 등 입주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연명부라면 아래 사진과 같이 목적 외 이용시 처벌 받을 수 있음을 알리고 제공처와 정보제공 동의 칸을 만들어 게시해야 한다.
Q4. CCTV 영상 제공
겨울철 많이 찾는 스키장.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화질이 좋지 않거나 보정을 거쳐 정확히 개인을 알아보기 힘든 CCTV 영상이 있다. 관리사무소는 이를 사건 당사자에게 제공해도 될까. 어차피 둘이 부딪힌 거니 괜찮지 않을까?
A. ‘개인 식별가능성’이 기준이 된다. 이 경우 개인을 식별하기 어려운 영상 자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키장 관리사무소가 사고를 조사하면서 당사자의 진술서를 받거나, 다른 CCTV 영상을 통해 부딪힌 사람들의 동선을 추적하는 과정 등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가 된다.
즉, 뿌연 영상과 다른 정보를 조합해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면 개인정보가 된다는 뜻이다. A씨와 B씨가 부딪힌 상황이라고 치자. 관리사무소가 A씨에게 해당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B씨 또한 당사자라 할지라도 B씨에게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Q5. 개인정보 수집과 약관
개인정보 수집 시 별도의 동의절차 없이 약관으로만 동의를 받아도 될까. 어차피 약관에 적어 놓았으니 괜찮겠지?
A. 약관에 관한 동의 외에 별도로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보 주체의 명시적 동의 없이 약관에 따른 포괄적 동의만 받을 경우 약관법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 약관에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십니까?‘라는 문구가 있고 여기에 서명했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개인정보 처리 동의는 각각의 사항을 구분하고 중요한 내용을 명확히 알아보기 쉬워야 한다는 게 개인정보위의 설명이다. 약관만으로는 당사자가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사항을 자세히 알지 못할 우려가 있고, 개인정보 범위나 활용 방식 등에 대한 선택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동의서 작성이 어렵다면 개인정보위의 ‘개인정보 처리 동의 안내서’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사례집 원문과 개인정보 처리 동의 안내서는 개인정보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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