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메신저 시장 잡아라”…바로톡 종료에 업계 ‘촉각’

공무원 전용 메신저 ‘바로톡’ 서비스가 종료된 가운데 협업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바로톡을 대체하는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공공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향후 민간 시장 입지까지 넓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놓고서도 신경전이 벌어지는 등 벌써부터 물밑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3일 업계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무원 전용 메신저 바로톡은 지난해 12월31일자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앞서 행안부는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서비스 종료 공문을 여러차례 보내는 한편, 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받은 민간 협업툴 도입을 권고했다. CSAP 인증이 필요한 건 구축형이 아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시작한 바로톡은 모바일공무원증, 행정전자서명 등을 통해 공무원 신분 인증을 인증하고 가입해 사용하는 메신저다. 채팅 기능을 비롯해 사진·파일 주고받기, 직원 검색, 정책브리핑 검색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행정안전부는 바로톡 도입 당시 “메시지 암호화로 안전한 송수신, 대화내용 서버 미저장(개인 단말에 암호화 저장)으로 사생활 보호 등 한층 향상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사용률이 저조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행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0개 부처와 17개 시도 지자체 공무원의 바로톡 가입률은 47.2%에 불과했다. 전체 46만1263명 가운데 21만7929명만이 가입하는 데 그쳤다.

앞서 2018년 행안부는 “보안 기능이 우선시되다보니 속도가 느리고 접속방법이 복잡하다는 등의 불편함으로 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순회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무원들의 평이 좋지 않았다. 세종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A씨는 “서비스가 느려 급한 대화는 개인 카톡으로 소통한다”며 “주변도 사용률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전했다.

새 서비스 도입은 각 부처나 지자체별로 조달청 디지털서비스몰에 공고를 내는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CSAP 인증을 받은 협업툴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CSAP 인증을 받은 기업(협업툴)은 ▲KT클라우드(비즈웍스) ▲NHN(두레이) ▲더존비즈온(위하고V)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웍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워크) ▲가비아(하이웍스)가 있다. 이들은 메신저 기능을 기본으로 파일 공유와 업무 알림 등 바로톡이 제공하던 기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사업을 따내면 단순한 수주 금액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협업툴 기업 관계자는 “공공 시장은 단순히 사업 금액뿐 아니라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솔루션이라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 “국가 레퍼런스(사용사례)는 기업고객이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큰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민간시장 공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가장 큰 사업기회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미 전초전에 들어간 모습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네이버웍스, CSAP SaaS 인증 획득으로 공공 부문 협업 지원 본격 나선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수주전 참여를 선언했다.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공공기관과 지자체들 또한 네이버웍스를 활용한 업무 협업이 가능해져 네이버의 최신 IT 기술을 활용한 업무 생산성 강화 및 예산 비용 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웃지 못할 신경전도 목격된다. CSAP 인증 때문이다. CSAP 인증은 ‘간편’과 ‘표준’ 등급으로 나뉜다. 간편 등급은 30개 항목만 충족하면 되고 표준 등급은 78개 항목을 체크한다. 예를 들어 침해사고 관리 파트에서 표준 등급은 ▲침해사고 대응 절차 및 체계 ▲침해사고 대응 ▲사후관리 등 3가지를 보지만, 간편 등급은 사후관리는 평가 항목에서 제외되는 식이다. 인증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도 다르다. 간편 등급은 14일이 걸리는 반면 표준 등급은 다소 긴 17일이 소요된다.

표준 등급을 받은 기업 관계자는 “(네이버클라우드는) 가장 늦게 인증을 받고 등급도 간편 아니냐”면서 “자체적 판단이겠지만 사실 간편 사실을 밖으로 알리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1월 간편 인증서를 발급 받았는데, 이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는 별도로 인증 등급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CSAP 인증만이 요건일 뿐 표준이나 간편 등 등급까지는 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각 부처와 지자체가 각자 상황에 맞게 사업 공고를 내는 형태로, CSAP에서 표준 또는 간편 인증 여부를 구분해 공고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서비스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기존과 달리 모든 부처가 쓰는 시스템은 아니다. 필요할 경우 각 부처나 지자체가 각각 사업 발주를 내는 형태”라고 말했다. 또한 솔루션을 채택하더라도 이름은 바로톡을 쓰지 않고 커스터마이징해 적용하는 형태가 될 거라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금액 자체는 어떤 사업을 따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부처나 지자체는 아예 공고를 내지 않을 수도 있어 기대보다 큰 기회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단, 레퍼런스 측면에서는 서울시,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 상징성이 크거나 보안에 상대적으로 역점을 두는 곳이 사업 공고를 낼 경우, 이를 따낸 업체가 기업 시장에서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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