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2023 조직개편, ‘디지털’ 조직 살펴보니

4대 시중은행이 내년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 조직을 확대 재편한 점이 공통적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까지 은행의 조직개편이 디지털 전환 확대와 가속화를 중심으로 이뤄진데 비해 이제는 디지털을 기본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은행의 많은 영역에 디지털이 자연스럽게 침투했다는 방증이다. 

KB국민은행은 스타트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덕트오너(PO)와 유사한 직위를 만들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제휴를 위한 별도 그룹을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산재됐던 소규모 IT부서를 통합한 본부를 만들었으며, 우리은행은 뱅킹앱 재구축을 위한 별도 조직을 개설했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그동안 전문화·세분화된 본부 조직을 유사·연계업무 수행부서 중심으로 통합했다. 대표적으로 데이터본부와 마이데이터 본부가 데이터·인공지능(AI) 본부로 통합됐다. 데이터·AI 본부는 육창화 전 데이터본부장이 맡는다. 이밖에도 자산관리(WM), 연금, 데이터, IT, 외환 등 업무에 따라 나눠진 부서를 12개로 통합했다. 

또 국민은행은 애자일한 의사결정과 업무추진을 위해 파트매니저(PM) 직위를 별도로 만들었다. 각 통합 조직 안에 PM을 두는 방식으로, 국민은행은 PM에게 의사결정권한을 주고 업무영역별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스타트업의 프로덕트오너(PO)와 유사하다. 스타트업의 PO은 작은 조직의 최고경영자(CEO)라고 불릴 정도로 업무 수행권한을 가지고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은행이 파트매니저를 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민은행 측은 “파트매니저에게 신속한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해 능동적이고 민첩한 운영체계를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사업을 추진하는 디지털전략그룹을 ‘디지털전략사업그룹’과 ‘오픈이노베이션’ 그룹으로 재편했다. 디지털전환(DT)과 제휴를 통한 외부 확장을 추진한다. 

디지털전략사업그룹은 은행의 디지털전환을 이끈다. 그룹장에는 임수한 부행장이 선임됐다. 임 부행장은 2010년 미래채널본부 부부장으로 시작해 디지털금융센터장, 디지털사업부 팀장, 디지털전략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다년간의 디지털 사업 경력을 통해 미래디지털사업을 발굴하고 신기술을 통한 디지털전환 가속화에 주도적이라는 것이 그에 대한 은행의 평가다. 

이번에 신설된 오픈이노베이션 그룹장엔 신한은행의 전필환 전 디지털전략그룹장, 전 일본법인 SBJ은행의 법인장이 맡는다. 오픈이노베이션 그룹은 KT, 더존비즈온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을 책임진다.

신한은행은 플랫폼, IT 기업과 협력이 활발한 편이다. 특히 KT와는 피를 나눈 사이다. 올 초 신한은행은 KT와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KT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AI, 메타버스, 빅데이터, 로봇 등의 영역에서 협력하기로 한 후 혁신점포, 공인전자문서센터 등의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과 중소기업 금융 관련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ICT 그룹 직속 부서를 통할하는 ICT본부를 신설했다. 그전까지 하나은행의 ICT그룹은 클라우드본부, ICT리빌드본부, 정보보호본부로 이뤄졌다면, 조직개편으로 ICT그룹에 ICT본부가 추가되면서 네 개 본부가 됐다. ICT본부는 기존 ICT그룹 내 본부에 속해있지 않던 부서들을 통합해 관리한다. ICT그룹장은 박태순 정보보호본부 상무가 선임됐다. 

우리은행은 앱 고도화 전담조직인 ‘뉴원(WON)추진부’를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뱅킹 앱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기존 뱅킹앱 재구축 준비 조직을 상설 부서로 확대, 재편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채널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을 총괄하는 ‘고객경험디자인센터’를 신설했다. 여러 부서별로 담당하던 UI, UX 업무를 디지털전략 그룹 산하 고객경험디자인센터로 집중하기 위해서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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