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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액공제율 논란 속 주목받지 못한 중견⋅중소기업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관련 법안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통과된 개정안은 기존 6%였던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8%까지 올린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중견, 중소기업 세액공제율은 각각 8%와 16%로 동결됐다.

해당 법안은 여야 간 합의로 통과됐지만, 여전히 이번 법안에 대한 지적은 양당 모두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특법 개정안 둘러싼 ‘말말말’

여당 측은 대기업 세제 혜택이 다른 국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25%인데,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가장 중요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8%로 정한 것은 흐름을 역행하는 일”이라며 “이는 반도체 기업의 탈출허가증을 발급하는 행위와 같고, 한국 반도체 산업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발언했다.

미국은 이미 25% 가량의 반도체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이 자국 내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적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 별다른 장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 양 의원의 의견이다.

야당 측은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투자가 미비하다는 점을 짚었다. 김한정 의원실 측은 “만약 세금 측면에서 세액공제율을 높이기가 부담스럽다면,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대신 비교적 투자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기업에 더 많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냐”면서 “정작 많은 지원이 필요한 곳은 중소⋅중견기업인데, 많은 이들이 대기업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세제 지원은)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재부는 우리나라가 이미 반도체 산업에 매우 높은 수준의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은 8%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외에도 2023년부터 투자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4~10% 제공받을 예정이다. 이 경우 대기업은 최대 18%, 중소기업은 최대 26%의 높은 공제율을 적용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기재부 측은 외국의 세제혜택 조건과 국내 세제혜택 조건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경우에는 25%의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기업에 중국과의 교역 금지 등의 엄격한 조건을 제시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법안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외된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세액공제만 부각됐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가 세제혜택을 더 많이 제공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자국 내 투자를 덜할 것이라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면 이는 결국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은 최종재를 조립하고 생산⋅수출하는 역할을 하고,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부품과 재료를 공급하는 하청 역할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 말은 곧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국내 기업 간 에코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보고서에는 중소기업의 성장 전략 중 하나가 대기업과 협력사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분석 내용이 담겨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한 국내 중견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중견기업의 경우 국내에 주요 대기업 고객사가 위치해 있어 국내에서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진다”며 “따라서 해외 투자보다는 국내 투자에 더 집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 대기업은 해외 시장에 손을 뻗으면서 글로벌 하청업체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 경제에 맞춰 더 적절한 기업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 때 국내 중소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성장 전략 중 하나인 ‘대기업과의 협력사 유지 체제’를 잃어버릴 수 있다. 이는 결국 중견⋅중소기업이 사업 영위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결국 대기업은 협력사가 주로 분포해 있는 지역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이미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언급한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중소기업은 창업중소기업 혜택으로 50%의 R&D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대만이 R&D 부문에 15%를 투자한다는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이번 논란이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중심으로만 부각됐다는 점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한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이 떨어지면 우리는 그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 많은 것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서 “단순한 세액공제 혜택 외에도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중견⋅중소기업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표면으로만 보이는 숫자가 아닌,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업의 필요를 세밀하게 듣는 정계의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대목이 아닌가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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