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반도체 장비업계의 중고나라 ‘서플러스글로벌’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 아마 한 번쯤은 이용해 보셨을 겁니다. 같은 상품이라고 해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죠.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중고거래로 구매할 수 있기도 하고요. 이처럼 중고거래는 시장 내에서 선순환을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장비 시장에도 중고거래 유통업체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업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등에서 활용도가 낮아진 장비를 매입한 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다시 반도체 생산업체에 납품하는 형태의 사업을 합니다. 서플러스글로벌이 대표적인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업체 중 하나죠.

이번 기업분석의 주인공은 서플러스글로벌이라는 업체입니다.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업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서플러스글로벌의 현재 사업 전략은 어떠한 지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서플러스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 중고 유통업체가 필요한 이유

처음 서플러스글로벌이 문을 연 2000년 당시만 해도 이 회사는 기업 간 B2B 전자상거래를 사업모델로 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오프라인 거래에 주력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중고장비 공급으로 가닥이 잡히게 됐죠. 그렇게 2002년 하반기부터 서플러스글로벌은 전자산업에 필요한 장비를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장비만 20년 가량 납품한 셈이네요.

서플러스글로벌이 어떤 기업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반도체 장비업체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최근 반도체 장비 시장을 살펴보면 여전히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반도체가 불황이고 생산라인 가동률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주요 반도체 기업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미세공정 중심으로 수요는 견조합니다.

글로벌 장비업체들은 반도체 수요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합니다. ASML 측 관계자에 따르면 “반도체가 단기적으로 불황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AI나 클라우드 등 신기술 발전으로 서버⋅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 장비, 특히 미세공정을 위한 장비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현재 ASML의 EUV노광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제품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년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활한 장비 수급을 위해 중고장비를 찾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는 한 번 만들어지면 이를 지속해서 개조해 시장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거든요. 이로써 반도체 제조업체는 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장비 리드타임이 길어지면서 당장 생산 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중고로 구매하는 기업이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장비는 2년 전에 비해 가격이 두 배 가량 가격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서플러스글로벌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업은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판매를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딜러 ▲장비를 고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리퍼비셔 ▲딜러와 리퍼비셔 유형을 합친 혼합형이 이에 해당합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혼합형으로 장비를 납품하고 있고요.

그런데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이 흔히 우리가 물품 거래를 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한두푼 하는 돈이 아닌 데다가 정교한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인 만큼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비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온⋅습도를 최적으로 맞춘 클린룸 구축이 필요합니다. 장비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춰야 하는 겁니다.

여기에 반도체 장비사와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반도체 장비를 매입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서 입니다. 장비 매입처를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각 기업의 수요 파악도 원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서플러스글로벌 측은 20년 간의 중고 반도체 장비 무역 거래로 인프라를 구축했고, 각 공정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관련 지식도 다수 누적해 왔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에 신규 사업 아이템을 조사해 사업성을 평가하고, 회사 고유만의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클러스터⋅오픈마켓으로 시장 확대하겠다”

반도체 중고장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플러스글로벌 실적도 전년 대비 상승했습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서플러스글로벌의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1798억원, 영업이익은 238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5%, 15.5% 씩 성장한 수치입니다.

서플러스글로벌 측은 “용인에 위치한 대규모 전시장에 1200대 가량의 다양한 장비를 재고로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중국 ▲대만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서플러스글로벌이 신사업에 진출한 점도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서플러스글로벌에 대해 “전년 동기 대비 이자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 성장세가 둔화됐다”면서도 “그럼에도 신사업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고, 전반적으로 매출 규모가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업계 플랫폼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신규 사업으로 내세운 아이템은 반도체 중고장비 클러스터와 오픈마켓입니다. 먼저 서플러스글로벌은 지난 12월6일 경기도 용인 본사에서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준공식을 개최했습니다. 무려 축구장 9개 넓이에 달하는 2만1000평에 6층 짜리 건물로 지어졌는데요, 여기에는 1만8000평 규모의 반도체 중고 장비 전시장과 클린룸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 제공업체가 클러스터로 입주해 있기도 하고요.

일부 주요 반도체 장비 제공업체는 서플러스글로벌이 조성한 클러스터를 임시 재제조센터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개소연도가 2024년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서플러스글로벌 장비 클러스터를 사용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서플러스글로벌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장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마켓 운영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써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매칭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중고장비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서플러스글로벌 측은 지속해서 장비 협력사와 관계를 공고히 하고, 수요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영위하고자 합니다.

이 회사 측은 “반도체 중고장비 클러스터에 협력회사를 입주시켜 글로벌 고객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협력사와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며 “더불어 글로벌 오픈마켓도 활성화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반도체 중고장비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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