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126억원 설비 공급 수주한 디에이테크놀로지

LG화학과 15년 넘는 오랜 관계를 이어온 국내 배터리 장비 제조업체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지난 7일, 126억원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배터리 시장도 따라 커지고 있으므로,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도 공장 증설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데요. 장비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를 디에이테크놀로지도 걸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기업분석]에서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베팅하고 있는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어떤 기업이며 추후 전망은 어떠한 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자동화 설비 1세대 업체, 디에이테크놀로지

디에이테크놀로지는 1996년 ‘대성 FA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첫 발을 뗐습니다. 초창기 회사의 주요 사업모델은 LCD 검사설비였으나, 1999년 국내 최초로 각형 리튬이온전지 조립장비를 개발하면서 배터리 설비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배터리 자동화 설비 1세대 업체라는 별명도 얻게 됐습니다. 2003년에는 지금의 디에이테크놀로지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4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자동화 설비를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략하게 어떤 과정으로 배터리가 만들어지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배터리에는 ▲전자를 보관하는 양⋅음극 ▲전극 분리를 위한 분리막 ▲전자 이동을 위한 전해액이 들어갑니다. 크기에 맞게 전극을 자르고 이를 분리막과 함께 순서대로 쌓은 후, 각 전극과 분리막 사이에 전해액을 주입합니다. 앞선 공정을 마치면 돌돌 말아 모양을 만드는데요, 배터리는 이러한 이 과정을 거쳐 생산됩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정교함과 속도가 모두 필요합니다. 정교해야 하는 이유는 안전성 때문입니다.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바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한 땀 한 땀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세계적으로 필요한 배터리의 수가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결국 배터리 공장에는 빠르고 정확하게 이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장비가 필요합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배터리 생산 전반적인 과정에 필요한 자동화 설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종류도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 모두 다루고 있고요.

하나의 업체가 공정 전반을 다루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은 특정 공정 부문에 집중해서 장비를 공급하는 전략을 취하죠. 하지만 한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생산 과정을 커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도 디에이테크놀로지가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노칭입니다. 노칭이란 쉽게 말해 전극을 적절하게 자르는 공정을 말합니다. 전자가 이동하는 길목인 ‘탭(Tab)’을 연결하기 위한 부분을 남겨놓고 프레스나 레이저를 사용해 알맞게 자르는 겁니다. 회사는 이 기술 전후에 필요한 다른 공정 기술을 부가적으로 개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죠.

노칭 공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차 없이 빠르게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지입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노칭 설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이차전지 초기 단계부터 사업을 시작했던 장비 업체로, 국내 배터리 업체와 오랜 기간 레퍼런스를 쌓아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 측은 “노칭장비 시장 자체는 레드오션이지만, 아직까지 자사 기술 대응력은 타사와 격차가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전극을 쌓는 스태킹 장비 관련해서도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연구개발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측면에서는 나름 자부심을 드러냈죠.

하락하는 듯 싶어도… 곧 동 트나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실적은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손실 각각 312억원, 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죠.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이 절반 가량 줄어든 데다가 인플레이션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오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다만 디에이테크놀로지가 마냥 하락세를 타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배터리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의 대표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자체 공장뿐만 아니라 ▲GM ▲현대자동차 ▲혼다 ▲스텔란티스 등 기업과 합작 공장을 증설하고 있죠. 이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인데요, 각 기업의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말은 곧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장비 수요도 커짐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원통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주문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회사는 최근 126억원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죠. 여기에 비슷한 규모의 주문을 또 받아 원통형 배터리 장비 수주 규모를 작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도 예고했고요.

이처럼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기대를 더욱 거는 분위기입니다.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사용하는 배터리 종류인데요, 단가가 낮고 양산이 쉬운 데다가 기술 축적도 어느 정도 이뤄져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죠.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원통형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빠르고 안전한 제품 생산을 위한 장비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이를 충족하기 위해 지속해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디에이테크놀로지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비롯한 신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이차전지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특정 시장 하나에 매출이 전량 의존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매출 다각화를 위한 도전을 지속하고 있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자사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 만큼, 다른 장비업체에 비해 더 신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시도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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