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트렌드로 살펴보는 독서모임의 흥행 여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2 출판산업 콘퍼런스 결산과 전망’이 8일 열렸습니다. 올해의 출판업계 동향과 트렌드를 결산하고 2023년 이후 출판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자리인데요. 

이 행사에서 제가 주목한 프로그램은 채선애 마크로밀 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부장이 발표한  ‘소비자 인식조사로 살펴본 책 생태계’입니다. 대중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함께 짚어보는 자리인데요. 종합 리서치 기업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소비자 시장 조사 전문 브랜드 ‘트렌드모니터’를 운영하고 매년 그 다음해를 전망하는 동명의 책을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2 출판산업 콘퍼런스 결산과 전망’ 온라인 생중계 중 (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우선 채 부장은 대중 소비자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때 재밌는 건 트렌드모니터는 한국 대중사회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변화한 기점을 2015년으로 본 겁니다. 채 부장은 그 중심에는 메르스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전염병으로 외부 활동보다는 집에 머물면서 홈 인테리어 열풍이 분 해이기도 했죠. 

그런데 사람들이 집에만 머물면 결국 사회 흐름과는 단절될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는 이후 욜로 열풍이 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혼밥, 혼술, 혼영(혼자 영화보기)이 사회적 트렌드로 나타나기 시작했고요. 이들은 2018년을 사적 영역에서의 1인 체제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2019년부터는 집과 같은 사적 영역 뿐 아니라 공적 영역에까지 통제감을 발휘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는 것을 포착합니다. 채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해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요구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해이기도 합니다.

2020년은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이 대폭 변화합니다. 트렌드모니터는 팬데믹발 락다운으로 인한 시위가 전세계에서 나타난 것에 반해 한국에서는 거의 없었던 것에 주목했는데요. 회사는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관계가 의례적이거나 억압적인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팬데믹이 불편한 인간관계를 피하게 해주었다는 분석이죠. 다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이후 비대면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체성에 혼란이 온 한국인들은 정체성 확인을 위해 타인 대신 ‘이것’을 선택합니다. 바로 MBTI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요? 트렌드모니터는 이 해를 ‘통제감 확장’으로 표현했습니다. 채 부장 이야기에 따르면 대선이 있는 해는 신념이 폭발하는데 유독 올해가 강세였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연말에 변화가 관측됩니다. 바로 자산시장 폭락,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시대 등장했죠. 이제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왔습니다. 그러면 이제 통제의 방향은 외부에서 내부로 향합니다. 트렌드모니터는 2023년에는 통제감의 영역을 나로 집중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모습이 하나 나타납니다. 바로 1인체제가 확장된 2019년, 독서모임 커뮤니티 플랫폼 트레바리가 유행한 건데요. 채 부장은 인간이 사회성을 타고난 동물로 외로움을 타파하기 위해 모임을 선택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전망을 예측하는 이유는 ‘대중 소비자의 태도를 읽기 위해서’ 입니다. 트렌드모니터는 이날 발표에서 ‘트레바리와 같은 모임이 지속될 수 있을까’와 ‘웹소설의 내년 전망이 괜찮을까’이 두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우선 책에 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살펴보면 모임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대중은 책에 대한 효용성을 점점 낮게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 조사에 따르면 ‘책 말고 나의 지식을 넓혀주는 다양한 지식창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4.4%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대중에게 책은 어떤 도구냐고요? 이들의 응답에 따르면 이제 책은 ‘지적 셀프 이미지 제고를 위한 소품’입니다. ‘책을 많이 읽고 잘 읽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가 88.7%, ‘책을 읽는 사람은 매력 있어 보인다’가 81.1%를 기록할 만큼 책은 개인의 능력, 혹은 매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 셈이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2022 출판산업 콘퍼런스-결산과 전망’ 콘퍼런스 발표 중 (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트렌드모니터는 책이 대화를 위한 매개로 기능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보다 북토크를 좋아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근원은 일상생활의 외로움 체감도인데요. 회사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 외로움 체감도는 2019년 59.5%, 2021년 60.2%, 2022년 54,6%로 높은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더해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책모임에 대한 니즈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외로움의 나비효과가 나타나 살롱 문화의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웹소설에 대한 전망도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구입하고 싶은 책의 유형에 대해 ‘재미있는소설이나 이야기들에 관한 책’ 와 ‘자신의 능력 개발과 관련된 책’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거나 높게 나타났는데요. 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재미를 중시하는 소비자는 53.4%, 능력 개발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51.6%입니다.  

문제는 이 재미, 개인의 취향입니다. 채 부장은 2023년 콘텐츠 소비 성향에 있어 개인취향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의 취향이 버티컬해지고 양극단으로 나뉘는, 일명 ‘평균의 실종’현상이 부상하는 거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2022 출판산업 콘퍼런스-결산과 전망’ 콘퍼런스 발표 중 (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웹소설은 이에 부합합니다. 한 때 비주류였던 웹소설은 여전히 주류는 아닙니다. 우선 이용자층을 살펴보면 여성, 저연령층입니다. 선호하는 콘텐츠는 네이버, 카카오페이지를 통한 로맨스, 판타지물 선호고요.

다만 웹소설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관심도와 구독경험과 달리 모든 연령에서 절반 이상이 구독 의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엠브레인의 자료를 확인해보면 20대가 57.6%로 가장 높게 응답했고요, 50대가 가장 낮음에도 불구하고 49.2%입니다. 트렌드모니터는 유료 웹소설 이용 의향이 69.3%로 높은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한 극단적인 버티컬 취향 및 라이브스타일이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 타깃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대표적인 예시로 동네 책방을 들었습니다. 채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국내외 모두 독립서점이 늘고 있다고 하네요.

또한 채 부장은 자기계발의 목적이 직장인의업무 지식 배양이나자격증 공부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자기계발 활동 중 이 둘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2%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반면체력/건강관리 43.7%, ‘재테크/투자 공부 34.1%로 높은 것을 보았을 때 재테크 관련 학습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채 부장은 이날 발표의 주요 요점으로 대리 만족 ,카타르시스 가능한 웹소설 등 콘텐츠의 부상을 꼽았습니다. 이제는 3고 시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로 경제적, 사회적 불안감 체감 수준이 높기 때문이죠. 그는 통제 불가능한 현실을 타개, 인생 리셋이 가능한회·빙·환(회귀·빙의·환생의 줄임말)코드가 지속적으로 소환되고 인기몰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