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모빌리티 시장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흐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 그리고 자율주행차로 말이죠. 그 중에서도 최근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보고서를 하나 냈는데요, 내용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서 2035년 1조달러(약 1321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무려 연평균 41%씩 성장한다고 본 겁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이 2025년이 된다고 예상합니다. 먼저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로 전환한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는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이 해당됩니다. 우리 정부도 오는 2025년까지 4단계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버스⋅택시를 선보이겠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주요 완성차 업체가 준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모델의 출시 예상 시기가 2025년이기 때문에, 관련 시장도 이 때 성장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 이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도 늘어나겠죠.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30년 자율주행 반도체 매출 규모는 2019년에 비해 3배 가량 늘어난 290억달러(약 38조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에 맞춰 주요 반도체 기업은 자율주행 반도체 사업에 손을 뻗었고, 관련 기업도 속속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위기입니다.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에는 여러 플레이어가 존재합니다. 다만 업계는 그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든 ▲인텔 ▲엔비디아 ▲퀄컴이라는 세 기업이 자율주행 반도체 3파전을 이룰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 업체의 경쟁력과 그 외 기업의 생존 방안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자율주행차의 대표주자로  테슬라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잠시 테슬라는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테슬라도 현재 자체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긴 합니다만, 타사에 공급하기보다는 자사 제품에 탑재하기 위한 목적이 크거든요. 자율주행 반도체 제공업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테슬라는 잠시 제외하고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넓은 생태계 확보한 데이터 강자 ‘인텔 모빌아이’

먼저 인텔부터 살펴볼까요. 인텔은 2017년 이스라엘 자율주행 반도체 제공업체 모빌아이를 인수하면서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모빌아이는 레벨4 자율주행에 준하는 아이큐(EyeQ)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시스템온칩(SoC)을 공급하는 업체입니다.

모빌아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자율주행 생태계를 어느 정도 확보해 놨다는 겁니다. 현재 모빌아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프로세서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70% 가량 됩니다. 그간 주목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사업 영역을 꽤 넓게 뻗고 있었던 셈이죠.

생태계가 넓다는 것은 자율주행 칩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도 다수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결국 주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머신러닝 기술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 때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말이죠. 같은 맥락에서, 모빌아이는 데이터 측면에서 강자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 같은 경쟁력을 가지고 모빌아이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0월 26일,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상장 첫날에는 주식 시장 혹한기에도 주가가 38% 가량 오르기도 했고요. 지난해까지 적자를 탈출하지 못한 모빌아이지만,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큰 폭으로 실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죠.

엔비디아 “사용하기 쉬운 자율주행 만든다”

그래픽 처리장치(GPU) 제공업체로 잘 알려져 있는 엔비디아도 자율주행 반도체 사업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2’에서 엔비디아 드라이브(Drive)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에 대해 “종합 컴퓨팅 회사”라고 소개합니다. 모든 사업이 GPU를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히 GPU 제공업체라고 하기에는 그 폭이 매우 넓습니다.

엔비디아가 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를 각 응용처에 쉽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스택을 함께 제공해 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의료 기기에 필요한 AI를 찾고 있다면, 엔비디아는 이를 뒷받침할 GPU부터 시작해 필요한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제공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저 서비스만 얹어서 쓰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게 느껴지죠.

이는 자율주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솔루션 ‘드라이브 AGX’를 개발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 스택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여러 행사에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스택을 탄탄히 쌓아 ‘누구든 자율주행을 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현재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서버부터 로보택시 등 실제 사례까지 적용할 수 있는 넓은 범주의 자율주행을 보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부터 엔드 프로덕트까지 모두 다루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퀄컴과 스텔란티스가 2024년 디지털 섀시 기반 차량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출처: 퀄컴)

통신 강자 퀄컴, 자율주행까지 영향력 확대하나

퀄컴이 오토모티브 사업을 대외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간 퀄컴은 ‘통신칩 강자’ 이미지를 줄곧 내비쳐 왔는데요, 올 초 열린 CES2022 이후부터 ‘종합 IT기술기업’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퀄컴은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를 기점으로 칩 개발을 담당하는 QCT 사업부를 세분화했습니다. ▲핸드셋(통화 관련 디바이스) ▲RF(Radio Frequency) ▲IoT ▲자동차 등 총 네 부문으로 나누기로 한 것이죠. 그간 핸드셋과 RF 사업은 영위하고 있었기에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IoT⋅자동차 사업부에는 새롭게 힘을 쏟겠다는 퀄컴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퀄컴은 올 2월 열렸던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2 행사에서 새로운 통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X70’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크리스티아누 아몬(Cristiano Amon) 퀄컴 CEO는 해당 칩을 공개하며 자동차와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통신 기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죠.

아무래도 퀄컴은 통신 칩에 주력해 오던 업체였기 때문에, 자율주행도 통신 관점으로 접근하는 중입니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퀄컴은 차량 안에 들어가는 콕핏이나 자율주행 통신에 주력한 칩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통신칩 강자라는 점을 살려 자율주행 시장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자율주행 시에는 통신이 중요하죠. 원활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주변의 데이터를 빠르게 받아들인 후, 신속하게 데이터를 처리해 적절한 반응을 보여야 하니까요. 이 모든 과정은 통신으로 이뤄지고요. 그런 의미에서 퀄컴이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든 것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3파전 예상되는데… 중소⋅중견 사업 전략은?

앞서 언급한 세 기업 외에도 자율주행 시장에 손을 뻗은 기업은 다수 존재합니다. 세 업체는 시장 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이미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던 기업이죠. 시장점유율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이 균형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외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주요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크다고 해도,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반도체를 이들이 공급할 수는 없거든요.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솔루션이 필요한데, 각 부문이 균형을 이뤄야 시너지가 나는 것입니다.

한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에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에는 기반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사만의 특화 기술이나 차별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 기술을 기반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다른 대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앞서 언급한 모빌아이와 국내 자율주행 반도체 넥스트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모빌아이는 인텔이라는 대기업에 합류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죠. 넥스트칩은 블랙박스⋅ADAS 솔루션 제공업체 앤씨앤을 모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넥스트칩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차 측면에 더 강점을 가지고 있고요. 이 경쟁력을 기반으로 올해 6월에는 코스닥 상장도 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2024년이 되면 자율주행 부품 관련 기업이 더 생겨날 것”이라면서도 “어느 업계든 마찬가지겠지만,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추후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이 가지고 있지 않은 차별점을 확보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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