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파운드리 기술 유출 우려… 미국에 주도권 빼앗길수도”
TSMC 창업자 “기술 유출 우려 없어” 일축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만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파운드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TSMC는 애리조나 피닉스에 위치한 120억달러(약 15조5000억원) 규모의 공장 준공식을 6일(현지시각)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정계 인사가 참석해 미국 반도체 생산 증대 관련 홍보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이미 한참 전부터 애리조나주 신공장 가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TSMC는 11월 초부터 장비와 함께1000명 이상의 자사 엔지니어를 애리조나 공장으로 보냈다. 여기에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3나노 공장을 피닉스에 건설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 양산 가능한 범주 내에서 가장 앞선 파운드리 공정은 3나노 공정이다.

과거 TSMC는 해외 진출에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시장점유율도 가장 높고 다룰 수 있는 공정 범주도 매우 넓어 파운드리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는데, 해외 공장 건설 시 이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TSMC가 해외 투자가 아닌 자국 내 투자를 주로 진행했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던 중 TSMC는 작년 1월을 기점으로 해외 진출 의사를 적극적으로 내비쳐 왔다. 그 일환으로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로 했다.

TSMC가 해외 진출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대만 내 자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요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만은 용수와 전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노동력과 토지 부족 문제도 현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자원⋅인프라 확보가 필수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TSMC는 자원 공급이 원활한 지역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또 대만은 지형상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올해 9월에도 한 차례 대만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TSMC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한 번 공장이 멈추면 웨이퍼 가격이 비싸 손실이 적잖다. 따라서 TSMC는 미국을 비롯한 협력 국가의 요청 하에 해외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과 대만 사이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TSMC의 해외 진출에 한몫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연임을 확정짓는 제20차 당대회에서 “대만과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지만,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언했다. 여기에 지난 1일(현지시각)에는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서 호주 의원이 대만을 방문한 사실에 대해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호주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두 국가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대만 침공설을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하고 바라보고 있다”며 “미국에는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가 밀집해 있는데, 그만큼 미국 정부가 TSMC를 둘러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대만 내에서 중국 침공설을 이야기하면, 과하다 싶을 만큼 발칵 뒤집히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만큼 대만 내에서도 중국 침공설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만의 핵심 기업인 TSMC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대만 내에서는 TSMC가 해외 진출을 단행할 시, 그간 쌓아온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업계에서는 TSMC가 해외에 건설하는 공장이 7나노 미만의 선단(Advanced) 공정이 아닌, 구형 반도체 중심의 생산라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2024년부터 4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생산 거점이 미국으로 옮겨지고, 결국 대만과 TSMC의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대만 측의 입장이다.

대만 정계에서는 “반도체 생산 산업이 대만의 것이 아닌, 미국과 공동의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장관은 “이미 TSMC가 확보해 놓은 반도체 기술은 전면 설계부터 후면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체 생태계가 너무 복잡해서, 쉽게 다른 나라에서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며 “이미 미국이 생산 기술 개발에 팔을 걷어 붙였지만, 여전히 파운드리 1위는 TSMC다”라고 발언했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많은 엔지니어를 파견했지만 여전히 대만에는 5만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다”며 “해외로 파견된 엔지니어는 TSMC 글로벌 확“의 일환으로, 핵심 인재 유출이 일어나지 않아 크게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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