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시경제(매크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지난 1일 이사회 보고를 거쳐 2023년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상존하는 지정학 이슈와 경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SK하이닉스는 미래전략 산하 ‘글로벌 전략’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CEO 산하에는 글로벌 오퍼레이션(Global Operation) TF 팀을 구성해, 세계 각국 생산시설을 둘러싼 지역별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해당 TF팀은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 담당이 겸직하기로 했다.

글로벌 세일즈마케팅(GSM)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SK하이닉스는 각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높여 세분화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GSM 조직을 해외영업 중심의 ‘글로벌 세일즈’와 ‘마케팅/상품기획’으로 양분할 예정이다. GSM은 미주조직을 맡았던 김주선 담당이 이끌기로 했다.

더불어 빠른 경영판단과 기업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사내 의사결정 체계 축소도 단행한다. 회사는 기존 안전개발제조담당과 사업담당 조직을 폐지하고, CEO와 주요 조직 경영진 간 의사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각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이슈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전대미문의 수요 둔화와 불확실성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더욱 즉각적이고 시장의 불안감을 조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과거와 같이 경기 순환에만 의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영방침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물론 대기업의 경우 실적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시장의 움직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상황에 면밀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성장보다도 대응에 중점을 둬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 10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대중국 장비 수출승인 심사에는 거부추정(Presumption of Denial) 원칙을 적용한다”며 제재를 강화했다. 물론 한국을 겨냥해 마련한 조치는 아니었기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은 중국 공장으로 반입하는 장비 관련 라이선스 취득에 대해 향후 1년 간 유예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데다가, 이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 전반에 속도와 유연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산업의 다운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속도와 유연성,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하기로 했다”면서 “더 큰 미래 성장을 도모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방향성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회사 측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확실성이 커졌고, 메모리 산업도 전례 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했다”며 “안정적인 반도체 생태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변화에 도전할 것”이라며 “위기 앞에 강한 DNA를 일깨우면서 이번 기회로 새로운 도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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