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도입하는 산업군이 늘어나면서,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AI반도체는 12.1% 정도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데, 2030년에는 31.3%까지 그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발맞추기 위해 AI를 중심으로 팹리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메모리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성장했기 때문에, 아직 팹리스나 설계 지적재산권(IP) 등 설계 측면에서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반도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70~80개 이상의 IP를 적용해야 하는데, 국내 반도체 업계는 IP 부문 해외 의존도가 높다.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개발해도, 적잖은 금액이 IP 라이선스 이용료 명목 하에 해외로 빠져나갔던 것이다.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는 이러한 구조를 선순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이하 오픈엣지)를 2017년 설립했다. 이성현 대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자체 IP를 개발하는 업무를 해 왔다.

반도체 산업, 특히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선순환을 꿈꾸며 이성현 대표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일했던 회사와 연구실 동료 등을 모아 오픈엣지를 창업했다. 올해 9월26일에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는데, 이성현 대표를 만나 오픈엣지와 IP 산업 경쟁력 강화에 회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Arm과는 ‘경쟁 아닌 협력 관계’

오픈엣지는 IP 제공업체다. IP 제공업체란 자사 이름의 칩을 납품하지는 않지만, 다른 칩 기업이 반도체를 수월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명령어셋 아키텍처 등 지적 자산을 제공하는 곳을 말한다. 대표적인 IP 제공업체로는 영국 반도체 업체 암(Arm)을 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오픈엣지와 Arm은 같은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이 곧 오픈엣지와 Arm이 경쟁 구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성현 대표는 오픈엣지와 Arm이 ‘협력 관계’임을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나의 반도체에는 70~80개의 IP가 필요한데, 필요한 IP를 공급하는 업체는 20곳 정도에 불과한다. 따라서 각 IP 업체는 각자만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rm과 오픈엣지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Arm은 스마트폰⋅PC 등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설계를 제공하는 반면, 오픈엣지는 AI 처리를 담당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이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메모리 시스템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NPU를 통해 데이터를 연산할 때, 옆에서 메모리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를 저장한 후 효율적으로 NPU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메모리 시스템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NPU 성능도 높아진다. 오픈엣지는 두 부문의 설계 플랫폼을 모두 다루고 있는데,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있다는 것이 이성현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NPU와 메모리 시스템 솔루션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오픈엣지가 세계에서 유일하다”며 “NPU에 최적화된 메모리 시스템과 이에 최적화된 NPU 시스템을 오픈엣지가 제공하고 있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픈엣지는 해당 기술을 통해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 기술성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AA등급을 획득한 첫 사례다. 더불어 2020년부터 매출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픈엣지는 2020년 연간 매출액 약 10억9000만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이보다 약 4.76배 상승한 51억9000만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오픈엣지의 기술 포트폴리오 (출처: 오픈엣지)

부족한 인력, 우리가 직접 키웁니다

이성현 대표는 오픈엣지를 이끌면서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이 인력 문제라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그 여파로 인력도 메모리에 치중된 경향이 있다. 반도체 IP 제공업체에는 칩 설계부터 양산까지 경험했던 인력이 필요하다. 설계한 칩이 실제로 양산 시 어떻게 동작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이런 인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는 먼저 해당 산업에서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알짜 인재를 영입하고, 새로 들어온 신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회사 차원에서 마련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엣지 온’. 엣지 온의 효과는 꽤 괜찮았다는 것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성현 대표는 “처음 들어온 신입이 3~4년 차 돼 가는데, 벌써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기 시작했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오픈엣지는 인재 확보를 위해 국내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해외에서는 관련 교육을 받은 전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픈엣지는 2019년 12월 캐나다 IP 설계업체 TSS(The Six Semiconductor)사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설계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2021년에는 미국 산호세에 미국 법인을 설립해, 인재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오픈엣지 미국 법인 주변에 좋은 학교와 인재 풀이 많다”면서 “특히 아날로그 엔지니어가 밀집한 지역이기에, 인재 영입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엣지는 현재 한국지사와 해외 지사 모두 합쳐 140명 정도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본사에 약 80명, 해외 지사에 60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각 부서는 제품군별로 나뉘어져 있으며, 현재 인재 채용 진행 중이다.

 

3세대 NPU 개발 중, 다음 스텝은 ‘칩렛’

현재 오픈엣지는 3세대 NPU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솔루션은 250TOPS(Trillion Operation Per Second, 1초에 250조번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서)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데, 오픈엣지 측은 전작 대비 10배 가량 성능이 좋아졌다고 자부한다. 이성현 대표에 따르면, 3세대 NPU 솔루션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용 반도체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NPU 솔루션 개발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 파이프라인으로 칩렛(Chiplet) 솔루션 개발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고 밝혔다. 여기서 칩렛은 특정 기능을 가진 최소 단위의 칩을 말한다. 여러 종류의 칩렛을 연결하면 각자가 원하는 성능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패키지를 시스템온패키지(SoP)라 칭한다.

반도체 하나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 수준도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미세 공정만으로는 반도체의 성능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업계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칩렛 구조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아직 칩렛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생태계가 활성화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칩렛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여건만 갖춰진다면 생태계 확대는 시간문제다.

칩렛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각 부품이 유기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연결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오픈엣지는 여러 연결 기술 중에서도 메모리 접근성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이성현 대표는 “메모리를 다른 부품과 더 효과적으로 연결하도록 도와 유기적인 SoP 구성을 지원하고자 한다”면서 “인텔이 주도하는 UCIe 컨소시엄 참여를 위한 준비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더 많은 IP 설계업체가 생겼으면”

이 대표는 오픈엣지가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최근 팹리스와 파운드리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지원 정책 마련에 나섰다. 과거에는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여전히 IP 설계업체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관련 업체가 소수일 뿐더러, 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해당 부문에 대한 정계와 대중의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이성현 대표는 오픈엣지를 설립한 이후, IP 설계업체 창업을 계획하는 후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같이 일했던 동료 중 IP 설계업체 창업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실제로 창업을 한 후배도 생기고 있다”면서 “이러한 과정으로 생태계가 확대되는데, 오픈엣지는 이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지속해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성현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려면 하나의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부문이 균형있게 성장해야 한다”면서 “오픈엣지는 건강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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