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효자 종목, 웹툰

카카오에 온통 안 좋은 소식인데, 웹툰에서는 낭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카카오픽코마(옛 카카오재팬)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9월 한 달 간 일본내 앱마켓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는 거죠. 게임을 포함해 전체 앱 통합 매출 1위로, 올해 들어 벌써 네번째(5월,  6월, 7월) 1등입니다. 앱 이용률을 분석하는 데이터에이아이의 집계 결과인데요, 글로벌 전체로 놓고 보면 모든 앱을 통틀어 스무번째로 매출이 높은 앱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카카오픽코마 측에 따르면 픽코마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000만명입니다.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도 사상최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카카오 뿐만 아니라 네이버에도 웹툰은 효자 종목입니다. 7일 네이버의 실적 발표를 보면 이 회사 매출 향상에 웹툰이 톡톡한 역할을 했습니다. 올 3분기 거래액이 4570억원, 매출은 268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연간 매출 성장률이 106.7%라니, 놀라운 숫자네요. 거래액을 뛰어넘는 성장률인데요. 유료 이용자 수와 이용자 당 결제 금액이 늘어나면서 기록한 성과라고 네이버 측은 설명했습니다.

잠깐, 아래 장표를 보실까요?

출처=네이버 3분기 실적발표 자료

웹툰의 거래액과 매출은 크지만 실제로 네이버가 돈을 벌고 있느냐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아직은 적자죠. 웹툰만 따로 떼어서 손익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 회사가 3분기에 콘텐츠 부문(웹툰+스노우+뮤직 등)에서 낸 영업손실은 1047억원입니다. 북미와 유럽, 일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인데요. 웹툰의 글로벌 경쟁 우위 확보를 목표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린 2224억원 수준의 마케팅비를 집행했다고 하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물론, 한국 웹툰 사업만 놓고 보면 20% 수준의 이익률을 냈다고 합니다.  네이버 측에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마진이 국내 수준으로 올라올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국내에서 검증한 성장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더 큰 일본과 이제 수익화 시작 단계인 미국에서 도입 중이기 때문에 향후 마케팅 비용 등이 효율화 되면 전체 이익률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렇다고 빠른 수익 개선 전망은 경계했습니다. 최 CEO는 “다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주력 국가에서 현재 독보적인 1등 사업자 위치를 굳히기 위한 마케팅 집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연결 손익분기점 달성을 논의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점”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네이버가 이렇게 마케팅 비를 웹툰에 쏟아붓고 있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웹툰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지만 성능 좋은 미끼이기도 해서죠. 네이버는 중장기적으로 자사 서비스 이용자 10억명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네이버의 핵심 사업은 역시 검색과 커머스인데요. 무턱대고 다른 나라에서 네이버의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한들, 먹히기 어려운 일이죠. 여기에서 웹툰과 같은 콘텐츠는 이용자가 거부감 없이 네이버의 서비스로 진입하게 하는 매력적인 도구가 될 거라고 보는 겁니다. 네이버 측이 현재 밝힌 글로벌 웹툰(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서비스의 정식 명칭은 ‘웹툰’입니다) 활성이용자 수는 8560만명이라고 하니, 상당한 숫자죠.

네이버가 북미에서 운영하는 웹툰 사이트

최수연 CEO는 “네이버는 지난 15년간 글로벌 도전을 계속하면서 신규 이용자 획득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장 잘 아는 회사”라면서 “다만, 이런 과정을 통해 북미와 유럽, 일본시장에서 굉장히 독특하고 효율적인 진출 전략을 세웠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는데요. 최 CEO는 이어서 “북미 시장의 경우에는 현재처럼 웹툰의 바른 성장 전략이 계속해 유효할 것이라 보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10억명 사용자 달성은 목표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덧붙여, 웹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네이버가 주목하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는 웹툰 IP의 영상화입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웹툰과 같은 경우 2차 영상화 사업은 현재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앞으로는 조금 더 제작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는데요.

지난 1~2년 사이 넷플릭스 최고 인기 콘텐츠의 척도인 톱10 안에 웹툰 기반 작품이 상당 수 올라온 것 등이 자신감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네이버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웹툰과 웹소설 IP를 활용해 영상화에 적극 나설 예정입니다. 이 회사가 웹툰 외에도 웹소설 서비스들도 거침없이 인수한 거, 기억하실 겁니다. 국내로는 문피아가 있고,국외로는 왓패드가 있잖아요?

김 CFO는 또 “최근 네이버가 1000억원 정도 영상 제작 기금을 투자, 북미에서 영상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금액이 얼마나 빨리 소진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만 훑고 가면 조금 아쉬우니까, 그보다 며칠 먼저 실적을 발표했던 카카오의 웹툰 성적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장표는 카카오가 공개한 콘텐츠 부문의 3분기 실적인데요. 보면, 스토리와 미디어로 나뉘어 있죠?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엔터테인먼트), 픽코마는 여기에서 ‘스토리’에 들어갑니다. 스토리만 살짝 보실게요.

출처= 카카오 실적발표 자료

확실히 픽코마의 힘이 더 세네요. 픽코마는 한국에서 효과를 봤던 ‘기다리면 무료’라는 유료 시스템을 일본에 가지고 가서 확실히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 2313억원의 매출을 웹툰과 웹소설 부문에서 냈는데, 이중 1215억원이 픽코마의 몫입니다.

카카오는 크게 지역을 셋으로 갈라서 국내/일본+동남아시아/영어권으로 보고 있는데요. 카카오웹툰과 페이지로 국내 시장을, 픽코마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그리고 타파스+래디쉬로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중 타파스의 홈페이지 장면입니다. 원래 미국 시장에서 잘 나가던 만화 그림체와는 달리, 우리에게도 어딘지 익숙한 표지들이죠?

타파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에 웹툰 업계에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동안 세계 만화 시장을 주름 잡은 것은 일본이었지만, 이제 그 흐름이 한국의 웹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이것이 일부의 의견일 순 있는데요.

그럼에도 그 발언들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은, 일명 ‘K웹툰’을 향유하는 글로벌 이용자 층의 나이가 대체적으로 10대이기 때문이죠. “최근 세계의 10대들이 일본 만화는 부모님 세대의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는데요. 지금 부모 세대의 10대를 차지했던 일본 콘텐츠가 상당히 오랫동안 세계 문화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꽤 오래 K웹툰이 선방할 수 있겠다는 낙관도 듭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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