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이 시중은행의 역할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시중은행의 역할이 바뀌거나 기능이 상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석민 금융결제원 청산관리실장은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도 페이먼트 인사이트(Payment Insight)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이 제시한 ‘지급결제 서비스 제공자(PSP)’ 기본 규율을 지킨다면 합리적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지속성을 위해 PSP에 수수료 자율성을 도입하는 정책적 검토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게 유니버셜 뱅킹, 플랫폼 전략 등을 고려한 자율적인 전자지갑 구성의 전략을 부여하고, 오픈 API 접근성 등을 부여한다면  CBDC가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 방지를 꾀하면서 동시에 은행 간 합리적 경쟁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CBDC는 디지털화된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현금으로, 스테이블코인 같은 민간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일 당국은 CBDC 연구에 대한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CBDC 도입 요구가 제기될 때 언제든 부흥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힘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세미나에선 CBDC의 도입으로 기존 통화∙금융 산업에 어떤 영향력 미칠 것인지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김봉규 NH농협은행 NH 디지털 R&D 센터장은  “금융 중개기관 역할 감소에 따른 시스템 위협,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너무 비대해져 시중 은행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경제주체들의 안전 자산 선호가 높은 상황 등에서는 무위험자산인 CBDC로의 자금이동 규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예금이 CBDC로 대체될 경우,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되고 대출 등의 자율배분의 효율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DC 도입으로) 은행의 역할이 크게 바뀌거나 기능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이 은행을 대신해서 민간에 대출을 할 여력이 부재하고, CBDC 도입에 적극적인 중국 등의 국가 또한 중앙은행과 은행으로 구성된 2단계 체제를 통해 CBDC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은행 예금에 기존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등 중앙은행 측에서도 부작용 완화를 위한 보완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CBDC가 은행 예금을 대체하는 정도는 우려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CBDC가 신용 미비 등으로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긍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경우 금융 포용의 차원에서 CBDC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CBDC는 중앙은행 공신력을 바탕으로 편리하고 누구나 사용 가능한 새로운 디지털지급 결제 수단이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경∙통화 간 송금 분야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환거래 뱅킹은 높은 수수료와 긴 소요시간으로 투명성이 결여되고 접근성이 제한됐는데, CBDC가 이와 관련한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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