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반도체 전략 시급해”…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에서 반도체 산업 키우기에 팔을 걷어 붙인 가운데, 영국 정계에서도 지원 정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디언의 27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영국 하원이 “정부 지원 부족으로 반도체 투자 물결을 놓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해당 매체는 영국 경제위원회 발표 보고서를 인용해 “반도체 전략을 시급하게 발표하고, 동맹국과의 파트너십 구축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도 보도했다.

대런 존스(Darren Jones) 영국 하원의원은 “정부가 별다른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영국을 상당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다른 주변국은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하고 있는 반면, 영국의 장관은 반도체 전략을 제때 발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 넘어 공격적 투자 필요해”

영국은 지난 2021년 4월29일 국가안보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주요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국가안보 투자법(NSI법)’을 제정했다. 이 법안은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 내린 17개 산업 분야의 기업을 인수할 시, 영국 정부가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인수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NSI법 제정 이후, 영국은 자국 반도체 인수 전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영국 규제당국은 중국 국영회사인 윙테크 테크놀로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소재 반도체 제조업체 넥스페리아가 영국 소재 반도체 제조업체 뉴포트 웨이퍼 팹(NWF)을 인수하는 것을 무산시키겠다고 밝혔다.

넥스페리아는 이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NSI법 때문에 NSI인수 취소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영국이 NSI법을 제정한 데다가, NWF는 유럽이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실리콘카바이드(SiC)를 비롯한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이라며 “영국은 적극적으로 NWF 피인수를 막을 것이고, 해당 인수 취소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NSI법은 영국에서 자국 반도체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영국 하원에서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이 제한됐기 때문에, 단순한 보호 조치를 넘어 해외 주요 기업을 유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대부분은 회로 선폭 22나노미터 이상 공정이 적용됐다. 7나노 이하 회로 선폭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한국, 대만 등 다른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지난 3분기 주요 파운드리 기업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의 50% 이상이 7나노 이하 회로 선폭의 선단(Advanced) 공정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는 곧 미세 공정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어남을 의미한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반도체 지원법과 조세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해외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를 자국 내에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지난 2022년 가을에 관련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따라서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영국 반도체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국가 차원의 역량을 높이고 국제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는 등 업계를 성장시키고 공급망을 탄력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반도체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며 “우리의 전략은 빠른 시일 내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현황 “정계 관심도 높아져… 긍정적이나 해결과제 상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월 4일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반도체 지원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약 4개월 간 국회에 상정하지 못한 채 계류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던 중 27일 김한정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 의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세특례법 개정안 측면에서 양당 간 의견차는 존재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비슷하다.

이에 대해 반도체 부문에 대한 관심도가 정계에서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향자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정계 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됐다”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정책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간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반도체 지원법 통과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번 야당의 법안 발의를 계기로 지원법 제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존재한다. 양향자 위원장은 인력 문제를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이 부족한데, 여기에 미국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국내 인력 유출 위험성이 커졌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기술 인재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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