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배터리]CATL의 나트륨 배터리? “리튬이온 대세, 국내 위협 제한적”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 2023년부터 새로운 배터리, 나트륨 배터리를 양산한다고 밝혔습니다. 나트륨 배터리는 말 그대로 독자 여러분이 아는 그 소금에 들어가는 나트륨으로 만든 배터리를 말합니다. 물론 소금은 나트륨은 다른 물질이긴 하지만, 왠지 익숙하죠.

CATL이 처음 나트륨 배터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시점은 지난 2021년 7월 29일입니다. 당시 회사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1세대 나트륨 배터리를 선보이면서 “2023년부터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죠. 이처럼 중국과 CATL은 나트륨 배터리 사업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죠.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의 나트륨 배터리 개발이 국내 시장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나트륨 배터리가 잘 개발된다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가겠죠.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현 시점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국내 시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인사이드 배터리에서는 나트륨 배터리가 무엇이고 추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중국이 나트륨 배터리에 기대 거는 이유

나트륨 배터리의 작동 원리 자체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동일합니다. 전하를 이동하는 매개체가 나트륨이라는 점만 바뀐 것이죠.

나트륨의 가장 큰 장점은 지구 어디에서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 비율을 보면 리튬은 0.005% 정도 되는 반면, 나트륨은 2.6% 가량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트륨이 리튬에 비해 약 500배 더 많은 셈이죠. 따라서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에 비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나트륨은 리튬에 비해 안전합니다. 물론 리튬이나 나트륨 둘 다 반응성이 높은 알칼리 금속이기 때문에 발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리튬에 비해 나트륨의 반응성이 비교적 더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볼 수 있죠.

중국이 나트륨 배터리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중국은 배터리 시장에서 늘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왔습니다. 내수시장으로 원료를 저렴한 가격에 어렵지 않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거든요. 중국이 저렴하면서 생산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개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CATL은 2023년부터 나트륨 배터리 양산에 돌입하고, 현재 일부 완성차 업체와 나트륨 배터리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죠. 배터리 생산량이 얼마나 될 지 당장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중국과 CATL은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CATL이 개발한 나트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면서 “나트륨 배터리는 충전시간이 빠르고 저온에서의 에너지 유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CATL과 중국 내에서도 기존 LFP 배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습니다.

CATL은 다음 세대의 나트륨이온배터리의 연구 목표를 두고 에너지 밀도를 삼원계 배터리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개발 시점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CATL이 나트륨 배터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나트륨 배터리, “리튬이온 배터리 대체 어려워”

하지만 나트륨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성능이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원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트륨 배터리는 전자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던 리튬을 나트륨으로 바꾼 제품을 말합니다. 나트륨은 리튬에 비해 원자 크기가 큰데요, 이 말은 곧 같은 공간 안에 리튬을 더 많이 집어넣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나트륨은 리튬에 비해 밀도가 높습니다. 다시 말해, 같은 에너지 용량의 배터리를 만들 때, 나트륨 배터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의미죠. 따라서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게도 무겁습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벼워야 하는데, 나트륨 배터리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CATL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능가하는 성능의 나트륨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긴 했습니다만, 기술 전문가 사이에서는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김상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근본적으로 나트륨과 리튬의 질량과 밀도 차이가 있어,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을 뛰어넘기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나트륨 배터리 사업이 당장 큰 성과를 거두기에는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나트륨 배터리의 낮은 성능 때문에 중국 내수 시장 공략 목적으로 양산하는 것이면 몰라도, 해외 주요 전기차 업체를 타깃으로 삼기에는 무리”라며 “고객사와 협의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이 또한 확정은 아니고, CATL이 얼마나 양산을 할 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밝히지 않았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나트륨 배터리를 개발하는 목적이 전기차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상옥 박사는 “공간 제약이 없는 에너지저장장치(ESS)나 골프 카트와 같이 단거리를 주행하는 운송수단에는 나트륨 배터리가 사용될 수 있다”면서 “전기차 외에도 배터리 수요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맞추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본다”고 추측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만약 CATL이 나트륨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서 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당장 LFP나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나트륨 배터리 사업에 전력을 다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러지 않았는데, 이는 나트륨 배터리가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에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리튬이온 배터리와 나트륨 배터리는 또 다른 종류의 배터리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같은 이유로 CATL의 나트륨 배터리 개발이 국내 기업에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초에 국내 배터리 3사는 가격 경쟁력보다도 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높이는 데 더 주력하고 있거든요. 해당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애초에 프리미엄 배터리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하이엔드 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면서 “따라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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