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금산분리 완화, 세가지 방안 도출

은행 등 금융사는 법에 정해진 사업만 할 수 있다. 즉, 금융 관련 사업은 가능하지만 통신이나 택배업 등 비금융업은 할 수 없다. ‘금산분리’ 때문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결합하는 것을 제한하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 주식을 4%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금융회사도 비금융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 

그러나 은행도 산업자본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내년 초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하고 심의할 계획이다. 

만약 금융위의 의도대로 금산분리 완화가 추진된다면, 은행은 비금융 산업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지 않아도 배달 앱이나 통신업 등 비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다.  

금산분리 완화, 왜 하나?

금융위가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르기 위한 취지다. 금산분리는 1982년 도입되어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디지털화와 전 산업권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낡은 제도를 손 봐야한다는 금융사들의 요구가 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요구에 불을 붙인 것은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가 등장하면서다. 산업자본의 피가 섞여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빅테크나 통신 등의 기업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실례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과 연계해 사용자를 대거 유입했다. 케이뱅크는 KT와 전용 상품을 만들고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핀테크는 직간접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인터넷은행, 증권, 보험, 전자지급결제대행(PG)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와 손을 잡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 소상공인 대출을 제공한다. 핀테크는 기존에 보유하던 플랫폼 영향력을 발휘해 금융업에 진출, 금융사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그러나 금융사는 빅테크, 핀테크의 무한확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지만 정작 금융사는 금융업만 할 수밖에 없다며 지속적으로 당국에 금산분리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장 법을 바꾸기 쉽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규제특례)’를 활용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이 배달앱(땡겨요)을 하고, 국민은행이 알뜰폰(리브엠)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비금융 신사업을 통해 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금산분리 완화 요구는 더욱 커졌다.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세 가지 관점 

금융위는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다. 첫 번째, 현재 우리나라 법은 법에 규정된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이를 활용해 금융위는 금융사가 할 수 있는 부수업무나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법에 열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신규 업종이나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을 고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감독규정 개정이나 유권해석으로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고,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에 따른 위험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되, 위험총량 한도(자회사 출자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안도 있다. 금융위가 자회사 출자 한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위험을 관리한다. 

세 번째는 자회사 출자와 부수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이다.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 규제를, 부수 업무는 포지티브 규제를 따르는 방식이다. 즉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안을 모두 합친 것으로, 자회사 출자 한도를 정하고 부수 업무는 금지 산업을 제외한 나머지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만약 금산분리 완화가 된다면?

금산분리 완화가 이뤄지면 금융사는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산업자본에 빠르게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는 확보하고 있는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비금융 사업에 접목할 수 있다. 이 경우 주력 사업인 금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당장 비주력 사업에 진출하는 것보다 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에 먼저 진출한 뒤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이 사업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실례로, 현재 신한은행의 땡겨요와 국민은행의 리브엠이 비금융 신사업에 기존 금융서비스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땡겨요는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배달앱을 통해 발생하는 배달업 종사자, 소상공인 매출 내역을 활용해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신용평가 모델에 배달업 종사자의 배달 횟수,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반영해 신용평가를 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의 리브엠은 알뜰폰 서비스다. 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과 거래하는 알뜰폰 고객에게 통신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적금, 보험상품 등 통신과 금융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금융사는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당국이 제한한 상품 제조·생산을 제외하고 다양한 산업 영역에 진출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사업 효율성,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금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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