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온이 말하는 AI반도체 “韓⋅中 강세, 경쟁력 위한 협력 절실”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 논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AI가속기 관련 논문의 경우, 한국 논문 비중이 중국과 함께 최고 수준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는 범국가적 관심과 지원의 결과로 향후에도 AI 가속기 관련 연구와 개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국제 고체회로학회(ISSCC) 2023 프리뷰 및 최신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기술 워크숍이 16일 SK텔레콤 판교사옥에서 개최된 가운데, 류수정 사피온(SAPEON) 대표가 행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ISSCC는 매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하는 반도체 집적회로 관련 학회로, 올해 70회를 맞았다. 행사에서 류수정 대표는 ML(머신러닝)/AI 반도체 최신 연구 동향과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이제 AI는 하나의 산업에만 국한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분야에 쓰이고 있다. AI 생태계가 넓어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머신러닝, AI 워크로드에 대한 업계의 요구사항도 지속해서 증가하는 중이다. 업계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병목현상 없이 원활하게 처리하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AI반도체를 찾기 시작했다.

류 대표는 앞서 언급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CIM(Compute in Memory) ▲합성곱신경망(CNN, Convolution Neural Network) ▲스파이킹 신경망(SNN, Spiking Neural Network) 등 다양한 기술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CIM은 컴퓨팅 기술을 메모리에 탑재해 연산 기능을 강화한 기술을 말한다. CNN은 입력된 데이터를 직접 학습하고 패턴을 사용해 인공지능 처리를 하는 기술로, 인간의 시신경 구조를 모방했다. SNN은 동물의 시냅스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모방한 네트워크 기술을 말한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AI⋅머신러닝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일 코어의 성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체 시스템 성능과 효율성 여부로 AI가속기가 평가받는 시대다. 업계에서는 “AI반도체는 하드웨어 성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스택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결과 AI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류수정 대표는 “시스템 내에서 이종 코어를 사용해 여러 응용 방안을 연구하는 등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한 연구 개발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머신러닝과 AI 적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AI반도체 관련 기술 중 CIM 기술을 머신러닝⋅AI에 접목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메모리 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협업과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류 대표는 ”한국은 메모리 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에 시스템 관련 기술을 접목한 CIM 기술을 개발하기에 유리한 입지”라면서도 “우리나라가 기술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더 긴밀하게 산학연을 하는데 더해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협업과 생태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우 삼성전자 상무는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 “파운드리를 강화하려면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가 성장해야 하고, 이 말은 곧 설계 경쟁력이 핵심”이라며 “국내의 경우 팹리스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적은데, 이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상무는 이어서 “일본에서 공동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회사 래피더스(Rapidus)도 설계 업체의 연합으로, 힘을 합쳐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도 협업을 통해 성장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