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부족, 지정학적 정세에 의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ASML은 반도체 생산장비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수요 성장에 대응하겠다.”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는 15일 삼성동에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 전망 및 ASML과 화성 뉴 캠퍼스의 역할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ASML은 오는 16일 오전 경기 화성에서 뉴 캠퍼스 기공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반도체 성장, ASML 가치도 높인다”

주요 반도체 기업의 3분기 실적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2023년 시장 상황이 어두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거시경제(매크로) 리스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스마트폰PC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인플레이션 여파로 서버⋅데이터센터 고객사의 투자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터 베닝크 CEO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잠재적인 성장 모멘텀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I⋅자율주행⋅IoT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반도체는 더 많은 부문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후변화와 자원부족 문제가 세계적으로 대두되면서, 전력을 덜 소모하는 ‘저전력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소모를 갖춘 미세 공정을 도입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피터 베닝크 CEO는 “반도체 산업과 웨이퍼 시장은 10년 간 각각 연평균 성장률은 9%, 6.5%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성장률 차이는 웨이퍼 가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생겼는데, 그만큼 웨이퍼를 통해 ASML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반도체 장비 중에서도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 공정에 필요한 ‘노광장비’를 제공하는 업체다. 10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에는 심자외선(DUV), 7나노 미만 공정의 미세 반도체를 생산할 때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하다.

ASML은 노광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90%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에서 ASML이 ‘슈퍼 을(乙)’로 불리는 이유다.

ASML은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노광장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장비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피터 베닝크 CEO는 “경기 침체 상황에도 여전히 ASML의 장비 공급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 기간보다 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제품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오히려 장비 생산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피터 베닝크 ASML CEO,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

ASML, “한국은 고향과 같은 곳”

그 가운데 ASML은 국내에 24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캠퍼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회사는 새로운 캠퍼스에 ▲재제조센터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익스피리언스 센터(체험관) 등을 설립할 예정이다.


재제조센터는 망가지거나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장비를 수리하거나, 부품을 재활용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센터를 말한다. ASML은 재제조센터를 활성화해 장비 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중소기업도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이사에 따르면 현 ASML의 장비 재제조율은 10% 정도 되는데, 그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ASML은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와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통해 반도체 장비 인재 육성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DUV⋅EUV 장비와 리소그래피 공정 심화 교육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이우경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어서 “현재 ASML코리아의 직원은 약 2000명 정도 되는데, 추후 10년 간 1400명의 인재를 육성하고 영입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는 사회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학생에게 과학과 기술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ASML은 이를 통해 새 캠퍼스가 위치한 화성시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우경 대표는 “화성 뉴 캠퍼스에는 모두 친환경적인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며 “산업시설에서도 폐수나 폐열을 배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말했다.

ASML 입장에서 한국은 의미 있는 시장이다. 대만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 큰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7나노 미만의 미세 공정 구현 측면에서 TSMC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곳은 현재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따라서 ASML은 한국 시장, 특히 삼성전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피터 베닝크 CEO는 “이번에 투자한 규모가 2400억원 가량 되는데, 경기도 화성은 고향과 같은 곳이자 고객사와도 매우 가까운 곳”이라며 “이번 투자는 시작일 뿐이고, 반도체 산업 성장과 함께 한국 지사도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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