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94% 증발한 FTX 창업자 “미안하다”… FTX 손 외면하는 시장
“내가 망쳤다, 미리 알리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지만, 이용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샘 뱅크먼 최고경영자(CEO)가 파산 위기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샘 뱅크먼 CEO는 “FTX가 파산 위기에처한 건 모두 내 책임”이라며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나 투자의향서, 거래 조건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위기로 샘 뱅크먼 CEO는 전체 자산의 94%를 날린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시장은 FTX의 위기에 손을 빼는 모습이다. 현재 샘 뱅크먼 CEO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트론’의 설립자 저스틴 선, 코인거래소 OKX, 스테이블 코인 플랫폼 ‘테더’ 등으로부터 각각 10억달러씩 조달하기로 했고, 벤처 캐피털 회사 세쿼이아 캐피털과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 등과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론을 제외한 몇몇 회사들은 FTX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테더 파올로 아르도이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트위터를 통해 “FTX에 투자 및 자산을 빌려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서드 포인트 또한 FTX에 추가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X가 최소 40억 달러의 고객 자금을 빼 투자펀드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에 지원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바하마 증권위원회는 “우리는 FTX가 고객 자금을 자회사로 이전한 것을 알고 있고, 잠재적으로 불법 소지가 있다”며 FTX 디지털마켓의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FTX 디지털마켓은 FTX의 바하마 자회사다.
이같은 상황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취소하면서 촉발됐다. 9일(현지시각) 바이낸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기업 실사, FTX의 고객 자금에 대한 부실한 관리, 미국 관계기관 조사 의혹으로 인해 FTX 인수를 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FTX 고객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었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밖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발표했다. 바이낸스는 FTX 투자에 합의한 뒤 불과 하루만에 이를 뒤집었다.
FTX의 유동성 위기는 알라메다 리서치의 보유 자산 대부분이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로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지난 2일(현지시각)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146억달러 중 36억6000만달러가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였다.
이는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하고 있는 단일 자산 중에 가장 높은 규모다. 약 60억달러에 달하는 FTT 토큰이 알라메다의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이낸스 CEO 측이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보유하고 있는 FTT를 모두 청산하겠다고 밝히자 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가 발생했고, FTX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8일 하루동안 FTX에 출금된 스테이블코인만 4억5100만달러로 알려진다.
FTX의 몰락으로 미국 내 규제 강화 및 신속한 입법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각)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최근 FTX의 붕괴는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알린 경고음”이라며 “FTX 붕괴 원인을 조사해 부정행위와 남용 여부를 확인하고, 암호화폐 시장을 어지럽힌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상품거래위원회 등 또한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FTX는 80억달러 이상을 조달하지 않으면, 파산 신청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샘 뱅크먼 CEO는 직원들에게 “자금 조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약속할 순 없다”며 “사태의 원흉이 된 알라메다 리서치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FTT는 11일 오후 4시 38분 기준 전주 대비 86.84% 하락한 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