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그릇 수거하는 스타트업, 사업이 될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배달업계는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약 25조 6000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2.6배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때 사용한 일회용 배달 용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녹색연합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플라스틱 배달용기 쓰레기 발생량은 최소 830만개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이 쓰레기들이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오염이 심해 잘 씻은 후 햇빛에 말려야하지만 그러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죠. 모르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배달음식을 주문한다는 것부터가 편의를 추구하는 것인데 배달 용기 하나를 버리기 위해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아이러니하기도 하죠.

잇그린(ITGREEN)은 이 점을 파고들어 다회용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이준형 대표와 김선 이사는 환경 에너지 전문가로 환경 및 기후변화 프로젝트 개발 경험만 십수년에 이릅니다. 이들은 일회용품 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다회용기 시장에 들어왔는데요. 그것도 배달 시장 내 다회용기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아무도 돈을 벌지 못하는 이 시장에서요. 그래서 들어봤습니다. 돈 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배달 시장에서 다회용기로 돈을 번다고요?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요?

 

잇그린 사무실에서 만난 이준형 잇그린 대표. 

 

잇그린은 어떤 기업인가요?

이준형 대표: 저희는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다회용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2020년 11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지금 하는 사업이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고요.

이준형 대표: 리턴잇과 플레잇입니다. 공식적으로 다회용기 사업이라는 점에서는 두 서비스가 비슷해요.

잇그린 리턴잇 서비스. 잇그린이 제공하는 다회용기와 배달 가방 (제공. 잇그린)

우선 리턴잇 서비스는 배달용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전환해서 서비스하는 기업입니다. 소비자들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서 다회용기를 선택하면 다회용기로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이후 남은 음식물을 담은 다회용기를 가방에 담아 내놓으면 저희가 수거하죠. 그리고 기업도 대량으로 배송을 받아서 식사를 하는 수요가 상당히 많거든요. 그래서 이 수요를 다회용기로 변환해 제공하는 기업형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이 때 리턴잇 서비스의 다회용기는 스테인리스 용기입니다. 세척이 용이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맹점들에게 일회용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용기 사용료를 받고 있고요. 소비자에게도 과금을 하는데 지금 소비자 부분은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플레잇은 야구장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이 때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의 플라스틱을 사용합니다.

 

플레잇은 왜 플라스틱을 사용하나요?

이준형 대표: 원래 야구장에서는 사고 위험 때문에 유리나 스테인리스 반입을 금지합니다. 실제로 야구장이나 다른 경기장 모두 선수에게 금속 재질 물품을 던져 사고가 난 사례도 있고요. 영화관은 팝콘 용기 등 큰 용기가 많습니다. 이 때 전부 스테인리스를 사용하면 부피, 무게 등 한계점도 있어 현실적으로 PP를 사용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PP는 저희가 원자재로 돌려 다시 재활용해 사용할 수 있게끔 합니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리턴잇 서비스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리턴잇 서비스 운영 지역이 어딘가요?

이준형 대표: 저희가 강남구에서 요기요랑 함께 사업을 시작한 지는 1년정도 되었고요. 지난 8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땡겨요에서 한번에 서비스를 출시해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광진구, 서대문구로 지역을 확장했습니다. 경기도에서 배달특급과 함께 올해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화성시와 용인시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서울 전반과 고양시, 성남시 등으로 지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배달앱을 통한 주문건수는 일 700~800건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서비스를 제일 오래한 강남지역만 보았을 때, 다회용기 이용식당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요?

이준형 대표: 강남에 워낙 식당이 많기 때문에 전체에서 비율로 따지면 미미하죠. 개수로는 150곳, 5%미만입니다. 그런데 주문건수로는 다릅니다. 저희 다회용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당들의 주문건수는 전체의 30%를 넘습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당들은 쉽게 말해 강남에서 잘 팔고 있는 식당들입니다.

 

용기 사용료가 일회용품과 비슷한데 가게 사장님들은 왜 다회용기를 쓸까요?

이준형 대표: 가게 사장님들의 목적은 매출을 많이 내는 겁니다. 그런데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매출이 오릅니다.

 

환경을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분들 덕분일까요? 

이준형 대표: 사실 다회용기 서비스 이용 고객 중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보다는 귀찮은 고객들이 많습니다. 저희가 시범 사업 서비스를 4개월 정도 하고 소비자 150명에게 일대일 인터뷰를 드리고 알게 된 사실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후, 저희가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진성 유저들은 귀차니스트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주문하는 음식들은 막내들이 많이 주문합니다. 그런데 주문한 음식을 먹으면 또 음식물을 치우는 등 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다회용기 서비스인 리턴잇은 먹고 음식물을 담아 그냥 내놓으면 되거든요. 

생각해보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고객들은 뭔가가 귀찮은 사람들이 주문합니다. 혹은 서초동 법조타운 변호사들같이 밖으로 나가기 힘든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라던지요. 그래서 저희가 예전에는 회사의 슬로건을 ‘너를 위해, 지구를 위해’ 이런 환경적인 표현을 썼다면 지금은 ‘너는 아직도 일회용품 쓰레기 주문하냐, 넌 아직도 배달음식 시키고 설거지하고 있니?’ 입니다. 

다회용기 서비스에 입점한 가게들이 매출이 늘어나는 이유도 다회용기 서비스를 편하게 사용하는 분들 덕분입니다. 다회용기 이용 고객들은 편리함을 느꼈기 때문에 이후에도 다회용기 카테고리에 들어와서 주문합니다. 그러다보면 다회용기 서비스에 있는 가게들은 앱 내에서 자신의 가게를 한 번 더 노출할 수 있습니다. 기존 확보한 식당의 단골 뿐 아니라 다회용기 서비스 단골도 공유할 수 있는 겁니다. 또한 저희가 샐러드가게처럼 일회용기가 비싸 다회용기를 많이 원하는 메뉴 경우, 입점을 제한합니다. 다회용기 카테고리 안에서 너무 경쟁을 하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다회용기 식당 내에서는 크게 경쟁하지 않고 매출이 같이 오릅니다. 

 

지금 국내에서 다회용기 사업을 하는 사업체들 중 잇그린의 점유율은 어느 수준인가요?

이준형 대표: 다회용기 사업 시장에도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몇 개씩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있는 기업들은 각각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은 급식시장 내 일회용기 사업을 바꿔가고 또 다른 기업은 축제에서 사용하는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서로 협업해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잇그린 경우에는 배달시장과 야구장, 영화관 등 대형 취직 시설에 특화한 다회용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달 시장에서 앱과 연동해 하고 있는 곳은 저희가 유일합니다. 배달앱들과 일일이 연동을 해야 하는데 그들도 민감한 정보가 많아 쉽게 연동을 해주지 않거든요. 저희는 배달앱의 기준에 맞춰 다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배달앱을 통한 다회용기 시장은 저희만 계속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배달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성장세가 다소 낮아졌는데요. 배달 시장에 특화된 다회용기 사업을 하고 있는 잇그린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이준형 대표: 저희는 배달 시장이 코로나 시기에 비정상적이고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지, 시장이라는게 한없이 커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완만하게 성장할 수도 있죠. 다회용기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해도 어느 순간 완만한 곡선을 그리겠죠. 그리고 배달 시장에서 모든 걸 다회용기로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저희는 지역에 맞춰 다회용기 서비스를 잘할 수 있는 식당을 100개, 200개, 300개 이런 식으로 정해두고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회 용기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일회용기 시장을 어떻게 보았나요? 

이준형 대표: 저와 김선 이사는 같이 일한지 7년 정도 되었습니다. 둘 다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일한 지 10년이 훨씬 넘은 ESG 환경 전문가였어요. 저희가 그 때 한 일은 폐기물, 소위 이런 쓰레기를 가지고 에너지화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일회용품과 쓰레기가 엄청납니다. 저희는 폐기물을 태우거나 화확적 처리를 통해 에너지화하며 탄소배출권을 만들어내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저희가 하다보니 일회용품을 만들고 처리해 배출권을 받나, 아니면 근본적으로 쓰지 않고 배출권을 받나가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짜장면 그릇 쓰듯 다회용기를 쓰면 되지 않나, 하고 사업성 검토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전문가인데도 사업성이 안 나오는거에요. 쉽게 말해서 우리가 들이는 비용은 2000원인데 수입은 1000원이 나오는거죠. 그런데 정책 방향성은 계속해 일회용품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서비스의 사업성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데 정책 방향은 일회용품을 일단 쓰지 말라는 방향이었군요.

이준형 대표: 네,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 UN에서도 탈 플라스틱 선언을 했습니다. 지금은 익숙한 태양광 발전도 시작은 국제적인 니즈에서 출발해 국내 탈탄소 정책을 이끌었습니다. 

그렇다면 탈플라스틱 선언을 했으면 대체제가 분명 나오겠죠. 이 때 대체제는 친환경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잘 썩는 플라스틱이 될 수도 있고 플라스틱 양을 줄이는 방안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게 친환경 플라스틱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바이오 플라스틱은 땅에 묻으면 2년 후 흙으로 변합니다. 문제는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거죠. 

 

매립지 등 재활용 시스템 전반의 문제인가요?

이준형 대표: 네, 지금 재활용 체제가 병, 캔, 플라스틱 딱 이렇게 나뉩니다. 그런데 바이오 플라스틱을 써도 사람들이 이걸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인식하기도 힘듭니다. 이걸 버리는 것도 힘듭니다. 혹시 바이오 플라스틱은 어디에 버리는지 아시나요?

 

어렵네요.. 어디에 버려야 하나요?

이준형 대표: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해요. 재활용이 안되기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에 넣으면 안됩니다. 바이오플라스틱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매립, 혹은 소각을 합니다. 그런데 소각을 하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매립을 해야 2년 후에 썩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2년이 지나 흙으로 변한다는 것도 흙에 묻어야 하는 건데 매립지에 묻으면 쓰레기가 섞인 상태이기 때문에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국내나 국제적으로도 바이오 플라스틱은 법적으로 친환경 플라스틱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회용기로 대체해야 하는데 이 또한 100% 대체하지는 못할 거에요. 결국에는 우리가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고 재사용할 수 있는 건 재사용하고 잘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저희 리턴잇과 플레잇으로 보면 리턴잇은 최대한 많이 재사용하는게 목적이고 플레잇은 재사용한 후 잘 재활용하게 만드는 브랜드라고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존에 했던 환경 에너지 사업을 현재 잇그린으로 가져와 플라스틱을 감량하고 사업성을 배출권, 자원 재순환 등으로 창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턴잇과 플레잇의 소재는 똑같은 용기로 재활용이 가능한 건가요?

이준형 대표: 리턴잇과 플레잇은 차이가 있습니다. 스테인리스는 기본 300~400회, 그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30~50회 정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스테인리스는 분실이 되지 않으면 계속 활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다시 녹여서 원자재로 만들면 저희 용기나 다른 곳에 재사용할 수 있죠. 그런데 플라스틱은 법적으로 재활용한 걸 다시 용기로 못 만듭니다. 그래서 화장품 병이나 전기차 대시보드로 사용합니다. 

재밌는 건 법적으로 전기차나 이런 곳에는 한 번 재활용된 PP를 사용해야 합니다.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테슬라 자동차에도 플라스틱이 많이 들어가는데 재활용 플라스틱이 한 20% 섞여 있습니다. 

저희가 효성화학과 같은 화학 회사와 손 잡고 한 번 사용한 플라스틱을 재판매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 플라스틱 용기 원자재가 1000원이라면 재판매는 2500원이에요.

 

왜 재사용한 원자재가 더 비싸죠?

이준형 대표: 이게 말이 됩니다. 왜냐면 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한 마디로 균일한 플라스틱이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재활용 시스템에서 분류를 해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같은 PP라고 해도 농도가 어디는 80%, 어디는 90%이기 때문에 품질이 균일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똑같은 제품을 사용해 품질이 좋은 플라스틱이 한 번에 많은 양이 나오니 가능한거죠. 리턴잇은 포스코와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단순히 외부에서는 다회용기 사업이라고 보더라도 수익 구조가 다릅니다. 저희는 이렇게 원자재를 만드는 기업들 과 다 손을 잡아서 자원 순환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턴잇의 정확한 수익 구조가 어떤가요?

이준형 대표: 우선 1차적으로 용기 공급에서 납니다. 그 다음에는 소비자 과금 부분이 있고요. 그리고 자원 순환을 위해 자재 비용을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앞서 자원 순환을 설명해 수익 구조는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세척이나 물류에 드는 비용 계산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자원 순환 등에서 비용이 충당이 되니까 사업을 운영하는걸까요?

이준형 대표: 아닙니다. 사업 자체에서도 수익이 나야죠. 저희도 시작할 때 제일 고민한 부분이 수익성이었습니다. 결론은 제대로 괜찮은 비용으로 그릇을 회수해 올 수 있느냐였습니다.

우선 세척은 물량이 많아지면 비용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10개를 씻나 30개를 씻나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결국 인건비와 수도비이기 때문에 세척은 규모가 되면 충분히 가능한데 물류는 그게 쉽지 않았어요. 특히 회수부분에서요.

강남지역이나 관악지역에서 보통 배달 한 건당 3천원을 훌쩍 넘어갔잖아요. 이 부분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가 제일 관건이었습니다. 초반에도 저희가 회수해오는데 한건당 거의 3000원이 넘어갔어요. 지금은 적절한 수준으로 비용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건 음식 배달과 회수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음식 배달은 음식 주문 후 30분~1시간 이내에 배달하지 않으면 엄청난 컴플레인이 옵니다. 그런데 회수 경우, 대부분 회수 시점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짜장면 그릇처럼요.

저희가 처음 궁금했던 점은 고객이 허용 가능한 회수 시간이 몇 시간이냐, 였습니다. 그 시간이 길수록 저희 입장에서는 비용 절약이 되기 때문이죠. 3시간, 6시간, 12시간, 24시간, 36시간, 최대로는 일주일까지도 둬봤습니다. 그래서 확인한 건 24시간까지는 컴플레인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총 4번 이하 정도는 안 가져갔네, 하는 수준으로 인지하는거죠. 물론 여름이냐 겨울이냐에 따라 계절적인 요인도 분명히 있습니다. 여름이면 냄새가 나고 겨울에는 덜 하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12시간 이내로 회수하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보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달할 때 배달 가방을 쓰더라고요

이준형 대표: 저희가 배달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그릇을 내놨을 때 사람들이 제일 불쾌했던 게 무엇일까, 였습니다. 봉투째로 있는 것도 고객이 불쾌해 하는 요인이고요, 냄새가 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죠.

그래서 저희는 냄새가 나지 않고, 보기 싫지 않은 배달가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배달 가방은 물류와도 직결됩니다. 저희가 택배나 다른 물류기업과 함께 서비스를 하는데 가방 국물이 새면 안되잖아요. 온전한 박스 형태이거나 하나의 패키징이 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가방으로 바꿨을 때, 봉투째로 나와있던 것과 에코백이 있던 것, 그리고 누가 봐도 깔끔한 가방 패키지로 있었던 것을 비교해보니 고객 인식 자체가 달라져 컴플레인이 달라졌습니다.

 

고객이 회수 신청을 하면 어떻게 회수가 진행되나요? 

이준형 대표: 현재 택배업체, 이륜차, 새벽배송업체와 일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개는 특징이 다릅니다. 택배는 구역 내 배송이 있으면 쭉 맞춰서 도는 거고 새벽배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륜차는 정해진 경로는 없지만 필요한 배달에 따라서 이동하고요. 어차피 저희는 음식 배달이기 때문에 이륜차 배달하고 동선이 상당히 많이 겹칩니다.

이렇게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택배는 택배차량가 도는 경로로 배차합니다. 새벽배송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때 비는 구역은 이륜차로 돌고요. 약간 다른 성격을 섞어놓은거죠. 비용으로 치면 택배는 상당히 저렴하고 새벽배송이 조금 올라가고요. 이륜차가 제일 비쌉니다.

저희가 직접 회수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첫째는 악성민원이고요. 둘째는 군부대나 공사장처럼 회수 난이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지금 B2B(기업 간 거래) 사업과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을 같이 운영합니다. 어디가 비중이 더 높나요?

이준형 대표: B2B사업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지금 저희 수익도 B2B사업에서 나오고요. 그런데 저희가 계속 B2C사업을 하고 있어요. 외부에서 보기에는 B2C는 돈이 안 남는 사업인데 하는거죠. 그런데 저희는 해보니까 남는거에요.

하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다회용기 시장은 무조건 열리는데 이 때 B2B시장은 뺏고 빼앗기는 시장입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이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B2B 시장은  세척이 가능하고 용기가 있으며 고객사와 관계를 잘 만들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시장입니다. 가격을 조금만 낮춰도 고객사가 업체를 바꿀 수 있죠. 저희도 B2B 시장은 다회용기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면서 공고한 시장을 만들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쉽게 경쟁자가 나타날 겁니다. 저희가 야구장과 같은 좀 더 특화된 시장으로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이런 곳은 한 번 들어가면 시스템이 다 바뀌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배달시장, 그니까 B2C시장은 다릅니다.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쟁자가 한둘 더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B2C시장은 점주, 고객, 배달앱, 물류까지 이해당사자가 너무 많지 않나요? 

이준형 대표: 저희가 한 사업 중 이 사업이 이해당사자가 가장 적습니다. 저희가 사업 개발을 하면서 태양광 사업을 한다고 치면 건설 업체, 땅 주인, 지역 정부, 중앙정부, 환경 연합회 등 이해당사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지금 사업은 굉장히 쉬워요.

 

B2C사업을 계속 키울 계획인데요. 올해와 내년 목표치가 어느 정도인가요? 매출은요?

이준형 대표: 올해에는 하루 1000건까지 올라가는 게 목표입니다. 내년에는 그 10배 정도를 목표로 하고요. 올해 매출은 27억원 정도, 지역 확장 및 점주분들을 위한 교육 등에 쓰는 비용도 있어서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잇그린이 B2C 시장을 확장하는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이준형 대표: 저희에게는 최종적으로 음식을 드시는 고객과 함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게들이 중요한 고객입니다. 다회용기 서비스가 매출이 오르기 때문에 입점했는데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매출이 오르지 않거든요. 그래서 식당들이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을 계속해 고민 중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 식당들을 늘리는 게 저희의 관건인지라 이 부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식당 사장님들이 운영하면서 뭘 하시는지를 봤더니 보통 영상을 하루종일 틀어놓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회용기 서비스 전반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까 잠시 배출권 이야기를 했는데요. 설명해줄 수 있나요? 

이준형 대표: 많은 분들이 모르시지만 탄소 배출권 거래소는 한국 거래소가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식처럼 매달 기업대기업 계약이 체결되고 있죠.

예를 들어보면 기존 일회용기 생산에는 탄소 66g이 발생합니다. 300개면 195kg이죠. 스테인리스는 생산 때 490g으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텀블러 사는 게 다 오염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오는거죠.

그런데 오래 쓰면 다릅니다. 스테인리스는 한 번 쓸 때마다 6g의 탄소가 줄어듭니다. 이런 식으로 300회 사용하면 세척, 회수 등을 고려해 탄소 23kg이 발생합니다. 세척, 회수 등에서 탄소가 발생하지만 일회용기에 비해서는 적죠. 이렇게 줄어든 탄소가 88%입니다. 이걸 배출권으로 인증을 받고 배출권 거래소에서 판매합니다. 저희는 현재 제 3자 기관을 통한 인증 기간을 거치고 있어서 내년부터 매출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 배출권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저희는 다회용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당들의 일회용기 소비량, 배달 앱을 통한 제 3자 데이터 등이 있습니다.

사실 탄소배출권은 탄소가 줄어드는 걸 전부 배출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자가용 대신 걷는 것도 배출권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걸어다니는 걸 증명할 수 없으니 안되는거죠. 저희는 이런 데이터가 모두 연동이 되어있고 기존 환경 에너지 사업을 하던 것처럼 정확하고 논리적인 계산을 통해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잘하던 걸 그대로 가져가서 하는 거네요 

이준형 대표: 네, 앞에 있는 사업이 환경 에너지사업에서 다회용기로 바뀌었을 뿐이지 뒷단은 똑같은거죠.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잇그린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요?

이준형 대표: 어려운 질문이네요. 내년까지 당분간은 현재 하고 있는 서비스 안정화에 힘쓸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저희는 다회용기로 전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배달용기 뿐 아니라 다회용기로 바꿀 수 있는 사업부문을 계속해 발굴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고요.

결국 소비자들에게 다회용기를 불편하고 어려운 서비스가 아니라 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고요. 내부적으로는 서비스를 하면서 이윤을 만들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보면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노하우를 쌓았고요. 그 다음에는 저렇게도 수익을 내는 회사가 있구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가지고 가는 회사가 있구나를 가시적으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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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안녕하세요,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식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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