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발달장애 예술가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

‘우리는 D를 바꾸고 싶어요’ 발달장애 예술가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This abled) 김현일 대표(김 대표)는 회사의 이름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Disabled(장애가 있는)’에서 ‘This abled(이것은 가능하다)’로의 변화는 단어 하나의 차이라고.

미디어로 전해지는 발달장애인들의 모습의 이면에는 현실의 그들이 존재한다. 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21년 발달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발달장애인 중 29.3%에 그친다.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려는 일자리가 없거나 부족하다(46.1%) ▲이력서 제출, 면접 등의 과정에서 탈락했다(40.1%)가 그 이유로 제기된다.

잘나가는 미디어 속 발달장애인들과 다르게 그들 앞의 취업 장벽은 여전히 높다. 발달장애는 자폐성 장애와 지적 장애를 함께 부르는 말로, 사회적인 규칙에 적응도 쉽지 않고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있어 취업이 어려운 장애 중에 하나다.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김 대표는 무심코 들어간 발달장애 예술가 전시회에서 삐뚤어진 작품을 보고 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그림이 편견으로 인해 폄하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를 활용해 가치가 알려지지 않은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디스에이블드의 꿈은 담백하다.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유형이 예술가들이 함께 즐기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디스에이블드가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디스에이블드는 발달장애 예술가 에이전시로, 현재 100명 이상의 예술가분들과 함께하고 있고요. 작가님의 작품으로 자체 상품 제작부터 전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협업, 아트-큐레이션 등의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고요.

요즘에는 대기업들이나 공공기관 정보기관들과 함께 ESG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SKT 건물 내 미디어 아트 디자인에 저희가 참여했고, LG 에너지솔루션의 교육 프로그램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했는데요. 어느 여름, 대학로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너무 더워서 근처 아트 센터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발달장애 예술가분들의 그림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관리가 전혀 돼 있지 않은 모습에 충격을 받았어요. 뛰어난 그림들이 마치 외면당한 것 같아 보였어요. 이 모습을 보고 내가 직접 관련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같은 공간에서 이 작가님들의 작품을 더 근사하게 활용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요. 그렇게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던 상품들에 그림을 입히는 것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ESG, NFT 사업까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발달장애 예술가 에이전시는 디스에이블드가 유일한데, 맞나요?

: 네, 저희랑 완전히 똑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스에이블드는 작가님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작가님들의 정당한 재능에 대가를 주고 이를 산업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이전시 내 예술가들을 ‘하티즘’ 작가라고 부르던데, 하티즘의 뜻은 무엇인가요?

: 하티즘은 저희가 만든 단어인데요.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이라고 여겨지는 발달장애 예술가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더 넓게 나아가자면, 하티즘이라는 단어가 발달장애 예술을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되면 좋겠는 바람도 있습니다.

NFT 사업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 사업 영역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과 관련해서도 눈을 넓히기 시작했고, 우연히 디스에이블드 소속 작가님의 보호자이자 블록체인 업계에서 일하는 교수님을 알게 됐어요. 그분의 도움을 받아 NFT를 만들기 시작한 게 처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고요. 그 이후로 NFT가 꽤 사업성이 좋은 분야인 게 파악이 돼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사업성 측면에서 NFT 사업은 어떻다고 보세요?

: 얼마 전 서울옥션블루와 업비트와 함께 이다래 작가님의 작품을 NFT로 발행하기도 했고, ESG 프로그램과 엮어서 NFT 사업을 전개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셔서 저희도 놀랐습니다. NFT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에는 글로벌로 타깃을 넓혀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와 NFT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과도 여러 NF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관련 분야에서 NFT로 성공한 케이스는 저희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립토 윈터로 인해, NFT 시장이 전반적으로 소극적일텐데

: 다들 그렇게 걱정 하시죠. 하지만 NFT 사업을 계속 하겠다는 저의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현재 ‘하티즘 2.0’이라고 새로운 NFT 프로젝트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하티즘 2.0이요?

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하티즘 2.0은 DAO(다오, 탈중앙화 중앙 조직) 형식의 NFT 커뮤니티 플랫폼이에요. 더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직 준비 중인 프로젝트여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웃음)

소속돼 있는 작가님들은 모두 미술 예술가 인가요?

: 네 주로 미술, 조각 예술을 하시는 분들과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공연 쪽으로도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일단 현재 단계에서 영역을 확장한 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작가 계약과 관련한 내부 기준이 있나요?

: 국가에서 하는 공모전과 협력해 수상하시는 분들이 저희 작가님으로 들어오시기도 하고, 사업 초기에는 미술 공모전 시상식을 무작정 찾아가서 수상자 몇몇 분들에게 저희와 함께해달라고 부탁드렸었죠.

꽤나 패기 넘치셨군요

: 그때 저는 학생이었고 회사도 없었는데… 그분들이 키맨이 돼 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감사하게도 많은 작가님들께서 저희와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셔서요. 아주 바쁩니다. (웃음)

작가님들과의 수익 배분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 현행법상 발달장애인분들은 최저임금 대상자가 아니고,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계세요. 생산성이 있다고 판단돼 있지 않기 때문에 138시간 기준 약 38만원 정도로 평균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중증 장애의 경우에는 보호 작업장에서 근무하는데, 3만원에서 5만원 사이로 월급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이러한 작가님들을 정규직으로 아예 고용해서 최저임금 이상으로 드리고 있고요. 작품 판매 수익이나 인센티브 또한 지급하고 있습니다. 라이센스로 계약된 작가님들에게는 수익의 30%를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디스에이블드의 성과에 대해서 자평해 보자면요?

: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장애 예술가 중 발달장애 예술가 비율은 1% 미만이었어요. 숫자가 너무 적어서 측정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죠. 그러나 4년 뒤 전체 장애 예술가 중 50%가 발달장애 예술가분들로 숫자가 증가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일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또, 현재 대통령실에 걸려 있는 그림도 다 저희 소속 작가님 작품이거든요. 예술이 비장애인만의 소유가 아니라는 걸 알리는 데 저희가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디스에이블드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한데, 두 가지 측면에서 여쭤보고 싶어요. 디스에이블드가 꿈꾸는 사회적 가치와 에이전시 회사로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 에이전시 회사로서는, 발달장애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 에이전시로서 해외로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저희가 꿈꾸는 사회적 가치는,  NFT 사업을 고집하는 이유와도 같은데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간은 질병을 이길 수 없다’는 원초적인 판단이 들었어요.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바뀌었잖아요. 그 시대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뭘까라고 고민했고 그에 대한 답으로 저는 ‘NFT’를 떠올렸어요. 발달장애 예술가분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게 보호자 분들이 곁에 존재하지 않을 때,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또 예술 활동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NFT는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거든요. 발달장애 예술가 분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반을 제공해주고 싶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디스에이블드를 여섯 글자로 표현한다면요?

: 디스에이블드요. (웃음) 장애라는 뜻에서 ‘d’가 ‘th’로만 바뀌어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잖아요. 장애라는 게 부정적인 단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단어로 쓰이는 게 항상 마음이 쓰였어요.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좋은 점은 예전에는 ‘디스에이블드’라고 검색하면 장애라는 영단어의 트래픽이 제일 높았는데, 이제는 저희 디스에이블드가 제일 먼저 나온다는 거에요.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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