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투자규모 안 줄인다? 삼전 컨콜로 반도체 시장 살펴보기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의 여파에도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디스플레이 부문이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메모리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은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 매출 76조7800억원, 영업이익 10조8500억원을 달성했다고 27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1.4% 감소했다. 다만 전분기 대비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0.55%, 23.02% 줄어들었다.

서병훈 삼성전자 IR부사장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가운데 반도체 위탁생산과 중소형 패널 수요가 높았는데, 그 결과 파운드리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며 “다만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 등의 이유로 실적이 하락했고, 이는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같은 국내 메모리 업체 SK하이닉스가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줄인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선단 공정 덕 본 파운드리

삼성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사장은 “7나노 이하의 선단(Advnaced) 공정 수요가 지속되고 있으며, 구형 레거시(Legacy) 생산라인을 포함한 전반적으로 공정을 개선해 매출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 하락세에도 2022년 3분기 파운드리 선단 공정 수요는 견조했다. TSMC와 삼성 파운드리 실적이 모두 긍정적인 지표를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다. TSMC는 지난 13일 실적발표를 통해 이번 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7.9%, 순이익 79.7% 증가했다고 밝혔다. TSMC에 따르면, 이번 분기 전체 수익의 28%가 5나노 공정에서, 26%가 7나노 공정에서 발생했다. 7나노 이하 공정에서 생긴 수익만 절반 이상인 셈이다.

선단 공정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반도체 웨이퍼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는 상황이 이어졌는데, 최근 90%대로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선단 공정 부문의 경우에는 공장 가동률이 여전히 최대 부하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는데, 서버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도 파운드리 호실적과 관련해 “파운드리에서 선단공정 비중이 상승했고, 전반적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을 올린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특성상 메모리에 비해 파운드리 업황의 하락세가 덜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는 업황이 악화되면 그만큼 주문이 빠르게 줄고, 투자 규모도 빠르게 축소한다”면서 “반면 주문형 반도체 중심의 파운드리 사업은 차세대 공정에 의해 투자와 효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존 공정에 대한 투자를 덜 하면 하락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강문수 부사장은 “내년 하반기에 고성능 컴퓨팅, 데이터센터, 오토모티브, IoT 등 운용처 다변화를 통해 공정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LCD 철수 여부로 실적 갈린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번 삼성전자의 호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건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스마트폰 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전분기 대비 시장 수요가 늘어났고, 그 결과 실적이 향상됐다”면서 “중저가 부문과 하이엔드 부문 간 흐름이 양극화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OLED에 집중하면서 역대 분기 최대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같은 국내 업체 LG디스플레이와는 대조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에도 영업손실 5000억원을 넘기면서 2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두 업체의 실적은 LCD 사업 철수 여부에 따라 갈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금도 LCD 사업에 손을 다수 뻗어 놓고 있다. 그 가운데 LCD는 최근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져 하이엔드 TV와 IT부문 전반에 걸쳐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LCD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LCD  TV 7공장 가동 종료시점을 앞당기는 등 해당 부문 생산을 축소하고, 현재 주력하고 있는 OLED 부문으로 구조 전환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2년 전부터 LCD 사업 철수를 준비했고, 올해 6월부로 완전히 사업을 종료했다. 대신 OLED 사업에 주력하고 QD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부문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밝혔다. LCD 사업을 담당하던 인원은 QD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으로 재배치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 그룹사가 전반적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은 빠르게 철수한다”면서 “이는 그룹사의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속해서 기술 투자를 선제적으로 이뤄갈 계획이다. 최건영 부사장은 “내년에도 시장 상황은 좋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기술 개발을 위한 선행 투자를 이어가겠다”며 “수율을 확대하고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경쟁사와 차별화된 역량을 통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락세 보인 메모리, 살길은 DDR5

메모리사업부는 D램과 낸드플래시 비트그로스(Bit Growth, 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로, 시장 성장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음) 모두 가이던스를 하회했고, 전분기 대비 실적도 감소했다. 삼성전자 실적은 메모리 업황의 영향을 다수 받는다. 그만큼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이번 분기 메모리 업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도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타격을 입었다. 이는 SK하이닉스,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도 마찬가지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에 따르면, PC⋅스마트폰 시장이 둔화한 데다가, 서버⋅데이터센터 고객사도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메모리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한진만 부사장은 “업계 전반의 수요 둔화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무리한 저가 판매는 지양해 수익성 중심의 판매 기조를 유지했다”면서 “그 결과 재고 수준은 증가했으며, 올해 4분기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인텔은 내년에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 양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파이어래피즈는 차세대 D램 DDR5와 호환되는데, 서버 고객사가 해당 칩을 구매하면 자연스레 DDR5 공급도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내년에 DDR5를 중심으로 메모리 업황 회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부사장은 다음 전략과 관련해 “DDR5, LPDDR5X 등에 주력해 고용량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시장 리더십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불황에 시설 투자하는 삼성전자?

그 가운데 삼성전자는 아무리 반도체 불황이어도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인프라 투자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점에서 시장이 위축된 상태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전날 SK하이닉스가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감축한다는 계획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가 투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업체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2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과 110조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7조원의 현금성 자산과 14조원의 순차입금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실탄을 더 많이 장전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인수합병(M&A)를 예고한 바 있다. 그만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M&A를 진행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에, 선제적인 시설 투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현 시점에서 다른 기업을 M&A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다른 기업이 긴축 시기에 들어갈 때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면, 추후 시장을 더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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