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직격탄 맞은 SK하이닉스, DDR5⋅HBM에 내년 달렸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업황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 3분기 어닝 쇼크를 면치 못했다. 회사는 투자 규모를 줄이는 한편, 신제품 양산을 지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61% 감소한 수치다. 통상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로 업계에서는 시황이 개선되는 시기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그로 인한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 약세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D램 1a나노미터(4세대 EUV D램, 단일 D램 칩 기준 최대용량)와 낸드176단 공정 등 선단(Advanced) 공정 부문 판매 비중이 높아져 전반적인 원가 절감은 있었으나, 원가 절감 폭이 가격 하락 속도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며 “따라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 같은 수급 불균형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 SK하이닉스가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급 자회사 솔리다임 실적도 부진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솔리다임 낸드플래시 실적보다 SK하이닉스 본사의 낸드플래시 실적이 더 나은 상황이었다.

SK하이닉스 측은 “솔리다임은 인텔에서 분사해 나온 이후 계속해서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경영 차원의 조정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며 “동시에 외부에서는 급격한 시장 변화가 일어나 솔리다임이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기에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이 1~2년 내에 자리를 잡고, 추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하반기 실적 하락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SK하이닉스 측은 “중장기적으로 서버⋅데이터센터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겠지만,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올해 수요 성장률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적 하락이 일어난 이유는 PC⋅스마트폰 등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서버 부문 수요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로 PC⋅스마트폰 수요가 감소 추세를 보인다는 이야기는 올해 초부터 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서버⋅데이터센터 협력사도 인플레이션 여파로 시설 투자 계획을 미루면서 각 기업의 부품 재고 보유량이 높아졌다. 각 기업은 새로운 부품을 구매하는 대신 재고를 먼저 소진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메모리 수요 감소도 발생했다.

결국 SK하이닉스는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결심했다. 노종원 사장은 “2023년에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를 통해 수급 균형을 앞당기겠다”면서 “내년 투자 규모는 올해에 비해 50% 이상 줄어들 것이며, 이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생산량 절감률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먼저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더불어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장비 재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감산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웨이퍼 생산량 감소가 일어날 예정이다.

다만 차세대 D램 고대역 메모리(HBM)3, DDR5 등 신제품 양산을 위한 필수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먼저 HBM 시리즈는 올해 SK하이닉스 내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에는 그 수요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SK하이닉스는 HBM 시리즈에 대한 투자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DDR5은 전작 대비 성능과 전력 소모를 개선한 차세대 D램으로, 내년 양산 확대 예정인 인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와 호환된다. 인텔이 사파이어 래피즈 공급을 늘리는 시점과 맞물려 내년에는 DDR5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노종원 사장은 “2023년에는 생태계와 시장 경쟁 환경 측면에서 DDR5 시장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라며 “DDR5 시장에서 차별화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전망했다.

원가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D램 생산량 중 1a나노미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했으며, 176단 낸드는 전체의 60%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에 지난 8월에는 238단 4D 낸드 기술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이후에도 기술을 통한 원가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올해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메모리 산업도 전례 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했다”며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안정적인 반도체 생태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 리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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