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실적 반등, 서버용 CPU에 달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D램 시장에 힘입어 내년에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시장은 D램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주요 중앙처리장치(CPU) 업체가 차세대 D램이 적용되는 서버용 CPU를 출시한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MD는 올해 4분기에 제노아(Genoa)를, 인텔은 내년에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 서버용 CPU를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원래 인텔은 올해 안에 사파이어 래피즈 양산을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됐다. 인텔 측은 추가 지연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내년 중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두 서버용 CPU는 모두 차세대 D램으로 불리는 DDR5(Double Data Rate 5)를 지원한다. DDR5는 지난 2013년에 출시된 DDR4 차기작으로, 2021년 8월 처음 공개됐다. 전작 DDR4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4배 빨라졌고, 전력 소모는 10%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DDR5를 비롯한 고용량 제품에 집중한다는 계획과 함께, 내년에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 측은 “2022년에는 PC 고객 중심으로 DDR5가 판매되고 있다”면서도 “내년에는 인텔이 서버용 CPU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DDR5 판매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2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에는 DDR5의 의미 있는 비중 증가가 예상된다”며 “신규 플랫폼향 하이밸류⋅고용량 솔루션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지속하고,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버용 CPU 출시에 두 업체 모두 기대를 거는 분위기인 것이다.

이미 주요 메모리 기업은 일부 PC에 DDR5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중은 1% 내외로 아직 작다. DDR5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CPU뿐만 아니라 마더보드, 소켓 등 여러 부품의 규격을 다시 새롭게 맞춰야 한다. DDR5 자체도 전작 대비 가격이 2~3배 가량 비싸다.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직 DDR5 시장이 개화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주요 메모리 기업이 서버용 CPU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버⋅데이터센터 부문도 마찬가지로 DDR5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부품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DDR5를 탑재하려 하는 이유는 총소유비용(TCO) 때문이다.

서버나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내내 가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품의 전력 소모 차이가 운영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버⋅데이터센터 운영자 입장에서는 감가상각비용을 고려했을 때, 전력 소모가 덜한 CPU와 DDR5를 탑재하는 것이 더 유리한 셈이다.

여기에 서버⋅데이터센터 부품 교체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4~5년 전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고, 계산해보면 곧 서버 부품 교체 시기가 다가옴을 알 수 있다”며 “인텔⋅AMD가 이 시점에 맞춰 서버용 CPU를 출시하려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버⋅데이터센터의 대대적인 CPU 교체가 일어나면 DDR5도 확산된다는 것이 해당 전문가의 설명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게는 희소식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특히 D램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D램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은 곧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DDR5는 차세대 제품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수익성이 더 높다. 따라서 D램과 함께 국내 기업 실적도 반등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구매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미⋅중 갈등과 중국 대만 침공 가능성 ▲반도체 주가 바닥론 등의 요인을 꼽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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