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산 낸드 탑재 잠정 보류… 국내 기업은?

애플이 중국 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YMTC)로부터 공급받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으나, 미국 정부의 압박에 의해 해당 계획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아시아는 1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YMTC 칩 사용을 잠정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YMTC가 이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로 무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닛케이아시아는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새로운 대중국 수출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을 당시 이미 애플은 YMTC의 128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인증을 위한 절차를 수 개월에 걸쳐 마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중국 시장 판매용 아이폰뿐만 아니라 전체 물량의 40%에 YMTC 메모리를 탑재한다는 추측도 제기했다. YMTC에서 생산하는 메모리가 주요 경쟁사에 비해 20% 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애플도 해당 기업 제품을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때문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비보⋅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20% 이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애플이 중국에서 내고 있는 매출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애플과 중국 간 밀월관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르코 루비오(Marco Antonio Rubio) 미국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애플을 향해 “불장난을 하고 있다(Playing with fire)”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더 진전시킨다면 전례 없는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중국에 유입되는 장비에도 제재를 가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7일 미국 정부가 KLA,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등 장비업체에 대중국 장비 수출승인 심사에 거부추정(Presumption of Denial) 원칙을 적용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수출 규제 항목에는 D램은 18나노 이하, 낸드플래시는 128단 이상, 로직 칩은 14나노 이하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가 해당된다.

미국이 해당 조치를 가한 이유가 애플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이야기는 연초에 해 왔다”면서도 “원래는 파운드리쪽에만 제재를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예상을 깨고 메모리 부문에서도 추가 규제 조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해당 전문가는 뒤이어 “메모리에 대한 장비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인 이유는 애플이 YMTC를 비롯한 중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소문이 돌고, 이에 대한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미국이 조치를 취했고, 애플도 이에 눈치보는 중”이라고도 추측했다.

이번 제재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간 애플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를 주로 공급받아 오다 점차 중국 부품 탑재 비중을 늘려가고 있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을 받아 왔다. 하지만 아이폰 12, 13, 14 제품 일부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OLED를 탑재했다. 그러나 미국이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면서 애플은 중국 메모리⋅디스플레이 업체와의 교역에 제한이 생겼다. 이렇게 되면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던 국내 기업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메모리⋅디스플레이 업체가 이미 애플에 적잖은 비중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중국 부품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해서 애플의 제품 생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제품을 애플에 더 많이 공급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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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그래도 아이폰 14에 QLC낸드가 들어간 것에는 변함이 없질 않나.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중국산 낸드가 들어간 것보다, 아이폰13까지는 TLC낸드를 넣었는데 아이폰14에는 QLC낸드를 넣은 것이 더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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