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악재’에 대안으로 떠오른 암호화폐… 호재일까?

세계 전체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인 ‘3고 악재’에 휘청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 속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발표된 9월 미국 소비자 물가(CPI)가 예상치를 뛰어오르면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자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가 그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13일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가 역대 최대 상승률인 14% 기록했다”며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달러 초강세 현상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8.2% 올랐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1%(전년 동월 대비), 0.3%(전월 대비)를 상회한 수치다.

출처: 한국은행

실제로 터키 리라화 가치는 최근 1년 사이 60% 하락했고, 영국의 파운드화 또한 지난달 26일 기준 달러 대비 1.06달러로 역대 최저치로 급락했다. 원화 또한 14일 오후 4시 57분 기준 1433원으로 전날 대비 6%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화값의 낙폭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통화를 통틀어서도 유독 크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 속 비트코인(BTC) 등의 암호화폐가 대체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산하 빗썸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크레딧 스위스 부도와 영국 파운드화 위기 속에서도 BTC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법정화폐, 주식, 채권 등 기존 금융자산이 약세 압력을 받을 때 BTC가 대체 자산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부터 달러 대비 유로, 엔, 파운드화의 약세 폭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지력을 보여줬다고도 강조했다.

자국 통화를 신뢰하지 못하고 암호화폐를 선호하는 현상은 본래 남미 등의 외환보유액(미국 달러)이 부족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신흥국에서 종종 발생한 현상이었다.  지난해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기도 했고, 최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또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공식 채택했다.

반면 선진국의 통화 경우 대체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대체제로서 비트코인이 채택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영국에서도 일부 가능성이 확인됐다. 빗썸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영국 파운드화가 역대 최저치로 급락하자, 파운드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거래량이 평소의 1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이유는 영국 정부가 발표한 경기부양책 때문이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영국 정부가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는데, 발표 직후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해 영국 주식, 채권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이후 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 중 일부(소득 최상위층 감세안)를 추진하지 않기로 선회하며 파운드화 가치가 소폭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정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트론 프로토콜 인프라 지정 및 토큰 발행 승인을 발표했다. (자료제공: 트론)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의 대책으로 떠오르는 이 상황은,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분산형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트론’과 ‘도미니카 코인(DMC)’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루즈벨트 스케릿 도미니카 총리는 “트론 블록체인 인프라의 개방적이고 비용 효율이 높다는 특성은 향후 도미니카 같은 군소 도서 개발 도상국이 세계 경제에 통합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는 암호화폐가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아직까지 암호화폐는 국제법상 통제권 밖이며, 불법 행위를 지원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발행한 지 1년이 지난 엘살바도르는 이로 인해 6000만달러(약 858억)의 손실을 봤다.

13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한 이후 통화 가치의 약 60%를 잃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 87%를 기록했다. CNBC는 “엘살바도르인들의 경제생활은 몇 년 전과 같거나 더 나빠졌다”며 “국민의 10명 중 7명이 비트코인 법이 가족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나타났다”고 밝혔다. 많은 대기업들이 아직 비트코인을 화폐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엘살바도르 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86%의 기업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ATM 인프라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복잡함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이용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의 러시아 내 암호화폐 거래량 통계 (출처: 체이널에널스)

한편, 러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EU와 미국이 러시아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하자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됐다. 글로벌 암호화폐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는 러시아 내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이 지난 1월 42%에서 지난 3월 67%까지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는 “세계적으로 러시아와의 모든 결제 지불 수단을 금지하는 상황과 인플레이션 때문에 많은 러시아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러시아 화폐인 ‘루블’의 자산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암호화폐 기반 범죄 비율이 높은 것도 그 이유로 분석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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