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각] 카카오뱅크의 뒤늦은 대책, 미흡한 사과

얼마 전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가 입장문을 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점에 대한 사과문이다. 입장문을 통해 윤호영 대표는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주주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주가 하락 방지책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의 입장문은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이 이어진 지 1년이 넘어서야 나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상장한 이후 연일 신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상장 직후인 8월 한때 최고가(9만4400원)를 기록한 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신저점이 갱신됐다. 이날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한때 주당 1만7650원을 기록하다가, 1만7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이후 최저가다. 이는 공모가(3만9000원)의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이다. 심지어 올 초에는 상장 이후 자리를 지켜온 금융대장주를 KB금융지주에게 넘겨줬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혁신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카카오뱅크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요 경영진 성과평가 시 주가 반영분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1년 동안 시장을 관망하고 나서야 주가를 관리하겠다는 뒤늦은 수습인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은 주식시장 침체, 블록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상장 직후 카카오뱅크 임원 9명 중 5명이 29만5182주를 매각하면서 수십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우정사업본부, 지난달 KB국민은행의 블록딜이 이어졌다.

아쉬운 점은 윤호영 대표가 이번 입장문에서 블록딜을 명확하게 짚지 않은 것이다. 입장문에는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주주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대표이사로서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언급 정도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왜 하락했는지 원인에 대한 설명은 없다.

특히 카카오뱅크에서 자성해야 할 부분은 주요 임원진의 블록딜이다. 카카오뱅크 임원진은 상장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블록딜을 했다. 이 점은 임원진이 회사의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하고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카카오페이 또한 같은 일로 임직원과 주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임원진 블록딜은 카카오페이에 가려졌다. 카카오페이가 주주들을 위해 블록딜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주식 재매입을 발표했을 때도 카카오뱅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연일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자, 결국 카카오뱅크도 울며 겨자먹기로 자사주 매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카카오뱅크의 임원진은 카카오페이 보다 먼저 블록딜을 했으나, 훨씬 늦게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셈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이번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입장문 어느 곳에서도 임직원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주주를 위한 사과이자 약속 뿐이다.

지금 카카오뱅크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에 대한 피해는 직원들도 짊어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빚을 내 우리사주를 매입한 카카오뱅크의 직원들은 신용불량자 위기에 처했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직원들에게 아무런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한다는 믿음으로 투자한 직원들에겐 빚더미만 남은 반면, 몇몇 임원진은 일찌감치 블록딜 통해 차익을 실현했다. 해당 임원진은 지금의 상태를 예견하기라도 한 것일까.

같은 상황이더라도 카카오페이의 대처는 달랐다. 카카오페이 대표와 임원진은 블록딜에 대한 논란이 일자 곧바로 전 직원들과의 소통 자리를 마련해 직원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임금상승 등을 통해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1년이 지나서야 자사주 매입이라는 카드만 꺼냈을 뿐이다. 이번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사과문과 대책은 과연 누굴 위한 것일까. 카카오뱅크의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11일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또 다시 신저점을 기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