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이 들고 아플 때 살던 곳에서 보살핌 받을 순 없을까요?”
사람은 모두 늙고, 병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우리나라 65세 인구비중이 20%를 넘길 전망이다. 고령인구 1000만 시대.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 수있을지, 혹은 아프더라도 어떻게 보호받아 인간 답게 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은 노인의 길이 먼 청년들도 시니어를 고민한다. 노인은 청년의 미래이기도 하지만, 시니어 시장은 앞으로 가장 많은 돈이 몰릴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는 창업도 일어나고 있다. 어떤 곳은 시니어 타깃의 패션이나 취향 커머스를 열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정보나 심부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체를 열었다.
그리고 또 어떤 곳은 아예 아픈 시니어에 집중한다. 최근에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리즈A 300억원 투자를 받은 시니어테크 스타트업 케어링이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일어난 큰 규모 투자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장기요양보험 제도라는 것을 운영 중인데, 이를 시행하는 민간 업체가 산재해 있고 또 서비스를 받기 위한 정보도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창업한 곳이다.
물론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곳이 케어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회사의 흥미로운 점은 ‘커뮤니티 케어’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픈 노인들이 요양병원으로 가는 것 말고, 생활하던 지역에서 계속 살면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지향점을 뒀다.
장기적으로 이들은 노인복지의 방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노인환 케어링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케어링의 사무실 역시 강남인데, 비 피해로 잠깐 이주해 있다는 이 30대 청년은 “당장 우리 부모도 시니어”라면서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로서 이 부분을 제대로 풀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 이야기부터 해보자. 케어링의 사업 모델은 무엇인가?
방문요양 서비스다. 현재 도움과 관리가 필요한 어르신이 집에서 양질의 케어(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지원하고 서비스를 관리한다. 방문요양은, 일상 거동이 불편해 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께, 요양보호사님이 어르신의 자택에 직접 방문하여 케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수급자인 어르신과 공단이 낸다. 어르신이 내는 비용은 최대 15%이고, 나머지는 보험공단이 지불한다. 이외에도 자택에서 요양보호사가 목욕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목욕, 간호사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간호, 휠체어나 욕창매트리스 등 어르신의 일상생활을 돕는 복지용구 서비스를 방문요양과 연계해 제공한다.
최근에 케어링에서 요양복지사의 급여를 인상했다는 뉴스를 봤다
회사가 파악했던 문제 중 하나가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낮다는 것이었다. 시급 인상과 고용 안정, 인식 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팠다. 요양 서비스는 수급자 어르신들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도 매우 중요한 주체다. 선순환 메커니즘을 만들려는 시도에서 시급 문제를 관심있게 봤다.
여러 사업 중 장기요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누구나 풀어야 되는 숙제인데 아무도 지금 손을 안 대고 있는 분야다. 우리나라는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당장 우리 부모 세대도 장기요양에 적용될 수 있는 연세가 되고 있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로서 이 부분을 제대로 풀어보고 싶다는 느낌을 대표 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강하게 받았다. 내 경우는 사실 어머니께서 요양병원 간호사로 일하시기도 한다.
방문요양 서비스를 하는 곳은 많다. 그런데 케어링은 왜 여기에 ‘테크’를 붙였나?
기존 시니어 산업 전반에 걸쳐 수많은 수작업과 비효율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급여나 이용 금액 명세서를 보내야 하는데, 이걸 지금도 일일이 전화로 알리고 있더라. 명세서 발송과 이체를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도 효율적인 운영수행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수작업과 비효율을 찾아서 제거하면, 센터의 사회복지사분들도 행정 작업보다는 진짜로 어르신들 케어하는데 더 집중할 수 있다.
또 어르신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쌓이고 있어서,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필요한 맞춤형으로 전달드릴 수 있도록 데이터에 기반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중 하나로, 네이버 같은 회사와 손잡고 ‘케어콜 서비스’를 한다.
케어콜 서비스는 무엇인가?
네이버에서 ‘클로바’라는 음성 인식 서비스를 개발, 운영한다. 어르신들 목소리를 인식, 분석해서 건강 상태나 안부를 확인하는 그런 테스트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 ‘테크’라는 것이 만드는 사람들은 좋은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노인 분들이 잘 안쓰는 경우가 많다. 어렵고, 귀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다. 예를 들어 스마트 워치는 건강 상태도 알 수 있고 응급상황을 알려주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이를 쓴다면 너무 좋은 아이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르신들이 스마트 워치를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는 거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스마트 기저귀는, 기저귀에 붙인 밴드가 온도와 습도에 따라 기저귀를 갈아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어르신들이 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더욱 시니어 분들과의 직접적인 터치포인트를 강조하고 있다. 어르신과 접점을 가까이하면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시니어 테크 기업들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 프로젝트마다 수많은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단계별로 진행하여 조금 더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체계를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런 인터뷰를 할 때 개발자들이 모두 인터뷰 현장에 나간다. 그래야 실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을 정확하고 빠르게 캐치해서 개발에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니어 산업은 실제로 기술과 친숙하지 않은 사용자인 어르신들을 위해 존재하는 산업이다. 그렇다 보니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단순히 우리들이 볼 때 좋은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어르신들이 정말 이 기능을 필요로 할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사용하기 쉽고 편하게 기획 및 개발할 수 있을까? 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케어링이 아니어도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미비한 부분을 개선하거나, 혹은 테크로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곳들은 있다. 케어링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얼까?
한동안 시니어 테크 시장은, 기존에 있던 서비스를 고령 친화적인 디자인이나 방식으로 바꿔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저희처럼 요양이나 복지 의료 등 꼭 필요한 부분에 기술을 접목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되고 있다.
케어링이 그중에서도 다른 점이라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술로 운영 효율화를 꾀한 것이라든지, 또 데이터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을 하고 있다는 것 등이 있다. 이를 위해서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개발조직, 케어링 데브팀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커뮤니티 케어’라는 부분이 있다. 그 말이 흥미로웠는데, 기존의 케어와는 어떻게 다른가?
구체적으로는 지역 단위 방문요양 업체를 인수하고, 지역 거점 센터를 활용해 로컬 시니어 인프라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요양 서비스 인프라의 모든 가치사슬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의 케어는 기관이나 요양보호사 등 공급자 중심의 단절적 서비스였다고 본다. 커뮤니티케어를 통합재가라고 하는데, 이용자(수급자 및 보호자) 중심의 개별화된 욕구가 반영된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결과적으로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향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노인이 지역 사회에 계속 거주하는 것을 ‘AIP((aging in place)’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요양 시설이 아닌 일반 거주지에 있다.
집에서 요양하는 것은 많은 노인들이 바라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시니어 분들은 가능한 집이라는 자신의 기존 거주 형태에서 오랫동안 살기를 희망하고, 이를 가장 저해하는 직접 요인은 건강적인 부분이다. 간접 요인은 혼자 또는 노부부만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고.
즉, 올바른 커뮤니티 케어,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핵심은 노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다가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 일상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케어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분들이 재가 요양 서비스(방문요양, 목욕, 간호, 주간보호, 단기보호)를 본인의 욕구에 맞춰 유연하게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고령친화도시락배달, 병원동행 및 이동지원, 생활밀착형심부름서비스, 고령자중심의 주거환경개선 및 주거공간제공 등 누구나(장기요양등급과 무관) 지역사회 안에서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유기적인 인프라를 지원하는 구조를 현재 만들고 있다. 이게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케어링의 커뮤니티 케어이며, 이러한 인프라 구축이 바로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나?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의 예를 들어보자면 대교는 데이케어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실버산업과 관련된 학습지를 만들고 있다. 롯데는 최근 마곡에 실버타운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시니어 산업에 관심 있는 개인, 기업이 많다는 건 너무 자명한 사실이라 당연히 더 성장할 거다. 시니어 테크 산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어떤 업을 떠나서라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본질로 돌아가 우리가 위하는 사람들인 시니어를 더 생각하려한다.
최근에 3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어떤 점에서 평가 받았다고 생각하나
투자자로부터 온 이메일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 케어링 비즈니스의 레퍼런스는 우리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이다. 한국처럼 다양하고 영세한 민간 사업자가 난립하는 구조로 시작했지만, 결국 대형화를 통한 효율 극대화의 방향으로 전개 되었다”고 분석했는데, 이 효율 극대화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케어링을 꼽더라. 우리 사업모델을 정확히 보고 평가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는 “재가”요양 중 방문요양 중심으로 서비스 기반을 만들어왔는데, 최근 투자를 바탕으로 데이케어센터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케어 모델로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방치되어 있는 수천만의 어르신들의 삶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분들의 가족들 또한 그 안에서 평안함과 만족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
따라서 단기적인 목표로는 이번 투자를 통해서 커뮤니티 케어 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겠다. 기존 방문요양의 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거점을 활용한 커뮤니티 케어 활성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