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시장 불균형… 협회 “정부, 대책 필요”
테라∙루나 사태가 쏘아 올린 공에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아직까지도 그 여파에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그러한 상황 속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이하 FIU)는 ‘2022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시장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국제 자본시장 위축, 세계적 경기침체, 신뢰도 저하 등의 결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급격하게 위축됐다”고 밝혔다.
FIU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시가 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23조원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58% 감소한 금액을 기록했다. 일평균 거래 금액은 또한 지난해 하반기 11조3000억원에서 53% 감소한 5조3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업계 영업이익은 지난 하반기보다 60% 감소한 6300억원을 기록했다.
FIU는 ▲우크라이나 사태 ▲금리 상승 ▲유동성 감소 등에 따른 실물 경제 위축 ▲루나-테라 사태로 인한 가상자산 신뢰 하락 등에 기인한 결과라고 해석하며, 주요국의 가상자산 규제 동향 또한 투자 심리에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FIU는 “루나 사태 이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업계 자율 개선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블록체인협회(이하 협회)는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의 시장 불균형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 더 문제”라며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더 왜곡되기 전에 이를 바로잡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6개월 사이 원화마켓과 코인마켓 간의 격차가 더욱 심화됐고, 이에 따라 중소 벤처기업들 상당수가 도산위기와 실직위기 상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화마켓은 주식이나 가상자산 시장에서 원화를 기본 통화로 코인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 실명확인 계정을 발급받은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만 원화마켓이 운영되고 있다.
협회 측은 지난해 9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이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원화마켓 위주로 재구성되면서 중소 코인마켓사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들에 따르면 상반기 사업자 신고가 수리된 26개 거래소 사업자 가운데 2개 사업자를 제외한 24개 거래소 사업자들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22년 상반기 원화마켓의 거래 이익은 6629억원이나 코인마켓은 327억원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원화마켓의 일평균 거래 금액 또한 5조2000억원으로 지난 하반기 대비 3%p 상승했지만, 코인마켓의 거래금액은 같은 시기 대비 95% 감소한 3000억원이다.
협회는 “쏠림현상은 원화마켓 진입의 과도한 규제와 장벽에서 비롯된 ‘기울어진 운동장’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라며 “원화마켓과 코인마켓 시장 간의 천문학적 격차가 이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7월 협회의 이사진으로 활동해온 국내 가상자산 5대 거래소는 협회에 탈퇴 의사를 밝히고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를 설립한 바 있다. 가상자산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당시 닥사 측은 원화마켓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5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자율개선안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