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반도체 후공정 강자 하나마이크론, 향후 경쟁력은?

독자 여러분은 고성능 반도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키워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나요? 슈퍼컴퓨터, 서버, 데이터센터 같은 키워드가 있을 테고요. 반도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생산 과정에서 거론되는 7나노 미만의 미세 공정 등을 떠올릴 것도 같네요.

그런데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후공정 기술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여기서 후공정이란 반도체 생산업체가 생산한 웨이퍼를 테스트하고 패키징하는 전 과정을 말합니다. 테스트는 말 그대로 반도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패키징은 회로가 새겨진 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뜻하고요.

고성능 반도체처럼 회로가 복잡한 칩은 패키징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각 칩을 기판 위에 패키징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만큼 반도체 산업에서 후공정의 중요성은 큽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후공정 처리에 대한 주목도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후공정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면서, 점차 후공정 업계와 관련 업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죠.

그 중에서도 이번 기업분석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기업은 하나마이크론입니다. 하나마이크론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후공정 처리 업체인데요, 테스트부터 패키징까지 전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업분석]에서는 하나마이크론이 어떤 업체이고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국내 풀 턴키 후공정 업체 될 것”

하나마이크론은 2001년 8월에 설립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로, 코스닥 시장에는 2005년 10월에 입성했습니다.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 생산한 칩을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고요.

지난 2021년에는 한국PCB&패키징산업협회(KPCA)에 가입했습니다. KPCA에 가입한 국내 기업 대부분은 인쇄회로기판(PCB) 제공 업체인데요, 국내 후공정 업체 중에서는 하나마이크론이 유일하게 이 협회에 가입해 있습니다. 후공정 기업 중에서는 하나마이크론 외에도 미국 앰코와 중국 제이셋스태츠칩이 협회에 가입해 있고요.

하나마이크론은 하나머티리얼즈라는 종속기업도 함께 영위하고 있습니다. 하나머티리얼즈는 폴리실리콘, 잉곳 등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소재를 주로 공급하는 반도체 재료 공급 업체입니다. 삼성전자, 도쿄일렉트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하나머티리얼즈의 주요 고객사죠. 이렇게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후공정 처리와 소재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마이크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후공정 시장의 성장세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로 반도체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반도체가 탑재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죠. 특히 AI, 클라우드, 5G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성되는 데이터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고요.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의 복수 관계자는 “스마트폰, PC 등 컨슈머 제품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서버⋅데이터센터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며 “파운드리는 7나노 미만의 선단(Advanced) 공정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고, 주요 반도체 기업은 서버향 제품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TSMC⋅삼성전자 등이 주력하고 있는 미세공정 기술도 적용해야 하지만,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포장하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반도체를 어떻게 배치하냐에 따라 성능도 달라지거든요. 전자산업이 발전하면서 패키징 기술이 고도화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마이크론은 테스트, 패키징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풀 턴키 후공정 업체입니다. 반도체 칩과 기판을 도선으로 연결하는 와이어 본딩 패키징 기술뿐만 아니라 금속 돌기로 패키징하는 신기술 범프(Bump)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플립칩 패키지, 유연 패키지, 웨이퍼 레벨 패키지 등 새로운 패키지 기술은 대부분 개발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테스트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고요.

증권가에서는 하나마이크론의 이 같은 풀 턴키 후공정 업체로의 전환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후공정 서비스를 사용하는 업체 사이에서는 턴키 주문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패키징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한 기업이 반도체 생산부터 후공정 사업까지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전문업체에 후공정 처리를 온전히 맡기면 더 효율적으로 칩을 생산할 수 있죠. 하나마이크론도 이 같은 상황을 노리고 풀 턴키 형태로 사업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마이크론이 시설 투자 늘리는 이유

하나마이크론은 작년 4분기부터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하나마이크론은 매출 4579억원, 영업이익 699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매출 2976억원, 영업이익 428억원을 기록했고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9%, 영업이익은 63.3% 가량 성장했죠.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부채비율입니다. 하나마이크론의 올해 상반기 부채 비율은 146% 정도 됩니다. 올해 1분기에는 143%, 작년 4분기에는 138%의 부채 비율을 기록했고요. 부채가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균치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부채비율이 100% 이하면 가장 좋겠지만,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는 100~150% 사이에 들면 적정선이라고 평가합니다.

다만 부채 비율이 분기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데요, 조만간 부채비율 150%를 웃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설 투자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나마이크론의 베트남 자회사 하나마이크론비나는 지난 9월 6일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억달러(약 2846억원) 규모의 시설대금 차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나마이크론비나는 이번 차입금으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후공정 업무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와 2027년까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던 것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하나마이크론이 이처럼 시설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가 반도체 패키징 산업에서 핵심 요소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나마이크론 측은 “패키징 공정은 고가의 시설과 기술력, 엄격한 품질관리 과정이 필요하다”며 “장치산업의 특성상 경쟁력 유지를 위한 많은 고정비가 필요한데, 생산 규모를 키우고 설비 가동률을 높이는 한편 차별화된 생산 인프라를 갖춰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나마이크론은 품질과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주요 반도체 업체로부터 더 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안정적인 수요처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파운드리⋅팹리스 업체로 수요처를 넓혀가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하나마이크론은 충남 아산에 제조시설을, 경기 성남 분당구에 R&D 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브라질과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고요. 이후에도 하나마이크론은 지속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에 맞춰 해외 고객사 확보에도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마이크론의 미래는 추후 얼마나 고객사를 유치하는 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객사 유치는 가격⋅기술 경쟁력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고요. 하나마이크론이 부채 비율을 늘리면서까지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대표는 지난 21일 진행된 국내 기판⋅패키징 전시회 KPCA 쇼 2022에서 “한국의 OSAT 환경은 다른 국가에 비해 열악하며, 특히 기업 간 연결고리와 협력 생태계가 부족하다”면서 “국내 PCB⋅패키징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나마이크론이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서 다소 취약했던 후공정 경쟁력을 보완해 나갈 수 있을 지, 지켜봅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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