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1년반, 금융상품추천 ‘제도화’ 목소리 커져
“금소법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됐다. 그동안 자본시장법, 보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기존 법과 상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다. (지난달 당국이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허용해주겠다고 했으나)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사업 속도에 문제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전자금융업자가 금융상품추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별도)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2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한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중개업 진출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핀테크의 금융상품추천 서비스를 위해 별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지난 3월 시행, 그해 9월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본격 발효됐다. 금소법 시행으로 핀테크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계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해석하면서, 핀테크 업계는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금소법은 사업자가 관련 법적 자격을 취득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핀테크가 중개 관련 법적 자격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카카오페이의 자회사는 보험대리점(GA) 자격을 획득해 보험상품중개 서비스를 해왔다. 그러나 금소법에서는 자회사가 아닌 모회사가 해당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보험상품중개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이는 비단 카카오페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슈어테크 기업도 금소법 시행으로 서비스 중단 등 고충을 겪고 있다. 당국에선 문제 해결을 위해 핀테크(전자금융업자) 업체들에게 직접 라이선스를 획득할 것을 권유했으나, 각 업권 법의 충돌로 인해 전자금융업자가 GA 등을 취득하는 것은 어렵다.
핀테크 업권에선 이런 문제를 지난해 9월 이후 꾸준히 제기해왔다. 1년이 다 되어서야 금융위는 임시방편으로 규제를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부터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중개업 시범운영’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행된다. 예금, 보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상품의 판매중개업 시범운영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금융규제샌드박스가 해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별도 법을 만들어 허용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규제샌드박스에 선정된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2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다. 여기에 2년 더 연장을 할 수 있고, 규제개선 요청(6개월)을 두 차례 할 경우 최대 5년 6개월간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샌드박스로 제도화의 시간을 끄는 것보다,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한 후 속도감있게 별도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민섭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없으며 모든 것을 예측해야 한다”며 “일정기간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테스트를 하는 것은 좋지만, 관련 규제를 속도감 있게 마련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플랫폼 사업자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근본적인 논의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번 문제는 금융당국이 플랫폼 금융을 허용할지 여부를 치환해 생각해야 선명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며 “개방성, 확장성이 특징인 플랫폼은 금융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 있는데, 금소법 시행으로 이 부분에 제동이 걸렸다”고 설명하며, 플랫폼 금융을 법적으로 허용할 것인지 의사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당국이 플랫폼 사업자의 금융업을 허용한다면 새로운 진입규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 입장에서도 플랫폼 사업자들의 위험을 규제하기 위해선 기존 법을 개정하기보다 온라인 금융상품판매·대리업자를 위한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이 경우 자본금 등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관련해 금융위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혁신, 소비자 효용 등을 살펴본 뒤 제도화하는 것이 안전한다고 밝혔다.
김연준 금융위 은행과 과장은 “온라인 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가 향후 어떤 위험이 있을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될지 등을 고민을 해야 한다”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심사를 거쳐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단계적으로 제도화를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 봐야할 건 소비자 후생증진”이라며 “이 안에는 소비자 편익, 선택권 확대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가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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