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제로페이가 생존의 갈림길에 놓였다. 제로페이 운영사로 참여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의 이탈과 추가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당장 내년도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이 끊겨 제로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한결원)조차 어두운 전망을 예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결원은 지역화폐가 아닌 직불결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으나, 이마저도 기존 사업자들이 자리를 꿰찬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결원은 올 초 제로페이 운영사들에게 새로운 수수료 과금방안을 내놓고, 지난달 말 부과 금액을 운영사들에게 청구했다. 새로운 수수료 과금 체계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수수료를 내지 않던 곳들도 내야 한다. 이에 일부 사업자들은 자사 결제 서비스에서 제로페이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자사 결제 서비스에서 제로페이를 종료하는 곳은 신세계(SSG페이), 지마켓(스마일페이), 롯데(L페이)다. 신세계와 지마켓은 이번달 30일, 롯데는 다음달 20일로 제로페이 서비스를 접는다.

이들이 제로페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시기는 한결원이 수수료 과금체계를 변경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한결원은 올해부터 핀테크 기업에게도 제로페이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수수료는 제로페이 망을 이용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지금까지 핀테크 기업에게 수수료를 물지 않던 한결원이 갑작스럽게(?) 제로페이 수수료 과금 체계를 변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한결원은 지난 2019년도부터 제로페이 지역화폐 사업을 운영해왔다. 운영사로 은행과 핀테크 업체 약 40곳이 참여하고 있다. 한결원의 역할은 결제 중계, 가맹점 모집 등을 담당한다. 가맹점을 모집해 은행과 핀테크가 제로페이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로페이는 별도 앱이 아닌 참여사의 직접 서비스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한결원은 금융결제원(금결원)의 금융공동망을 이용한다. 한결원에 따르면, 금결원의 금융공동망 시스템 이용 비용(수수료)은 연간 약 30여억 원 정도다. 그런데, 출범 시기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약 3년간 80%를 은행이 부담해왔다. 나머지 20%는 핀테크 기업 대신 한결원이 부담했다는 것이 한결원 측의 주장이다.

한결원 관계자는 “초기 운영사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핀테크 기업이 내야 할 금융공동망 시스템 이용 비용 20% 정도를 직접 부담했다”며 “지금까지 은행의 부담이 컸고 제로페이를 운영한지 3년이 넘은 만큼, 운영사 모두에게 공평하게 수수료를 부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수료의 80%를 떠맡고 있는 은행권에서도 불만이 속출했다. 결국 한결원은 결제가 많이 일어나는 실적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각각 6대 4의 비율로 수수료를 내기로 한 것이다.


핀테크 기업 입장에선 지금까지 내지 않았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결국 수수료 부과를 계기로 제로페이 사업을 검토한 핀테크 기업들은 전략적 측면에서 제로페이 결제 서비스를 빼기로 결정했다. 제로페이에 드는 비용을 자사 주력 서비스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30일 자체 결제 서비스에서 제로페이를 종료하기로 한 신세계 측은 “고객이 더 선호하는 서비스에 결제 혜택과 운영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결제가 많이 일어날수록 수수료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제로페이 이용이 많은 기업일수록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처럼 제로페이에 비용을 들이기보다 주력 사업에 투자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신세계, 지마켓, 롯데를 비롯해 이탈 기업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한결원 입장에선 주 운영사가 하나둘 사라지게 된다. 운영사는 한결원에게 분담금을 내는 자금줄이기도 하다.

한결원의 지역화폐 사업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부터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이 없어져, 지역화폐 산업 규모는 쪼그라들 전망이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행정안전부 예산안에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 항목이 없다. 물론 지역화폐가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사업이지만, 지자체보다 정부의 예산이 더 투입되어 온 만큼 사실상 업계도 지역화폐 사업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쳤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결제가 활성화된 반면 오프라인 수요는 줄었다. 이는 가맹점의 줄폐업으로 이어졌고, 결국 제로페이의 가맹점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초 한결원은 제로페이 가맹점 200만 곳을 목표로 했으나, 폐업률이 높아져 목표치보다 낮은 150만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결원 측은 “팬데믹 이후 폐업하는 곳이 늘어나서 가맹점 수가 줄었다”며 “협의체에서 가맹점 수를 150만개 정도로 유지하고 운영비는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납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팎으로 지역화폐가 사양사업이라는 인식이 커지자, 한결원도 주력사업의 방향을 틀기로 했다. 향후 직불결제 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결원의 직불결제 서비스는 계좌기반의 결제로, 제로페이처럼 핀테크 앱에 오프라인 결제 수단의 하나로 들어간다.

한결원 측은 “지역화폐 사업은 사실 처음부터 메인이 아니었다”며 “본연의 목적인 가맹점, 직불결제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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