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쇄회로기판(PCB)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PCB란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기 위한 패키징 기판으로, 반도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데 이 PCB 시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이 다른 국가보다 미비해 추후 미중 갈등 여파와 맞물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PCB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PCB 시장점유율은 50%에 달한다. PCB는 아시아 지역에서만 90% 가량 생산될 정도로 그 의존도가 높은데, 그 중 한국은 10.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PCB 시장점유율은 4.1%에 불과하다.

중국이 PCB 시장의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제조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과 정부의 산업지원 정책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은 오랜 기간 PCB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체 가치사슬도 구축했다. 아무리 다른 국가에서 칩 설계와 제조를 해도,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높은 확률로 중국 PCB 시장을 거쳐가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을 제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국 내 PCB 생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인쇄회로기판 지원법(HR7677)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미주지역 내에서 생산한 PCB에 세제 혜택을 제재하고, 중국산 PCB 사용을 제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결국 PCB 부문에서도 탈중국과 자국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전반을 좌우하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중이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 또한 중국 PCB 시장 의존도가 높은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PCB 자립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2027년 이후 중국산 희토류와 인쇄회로 기판 사용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PCB 관련 지원 정책이 미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PCB&패키징산업협회 관계자는 “물론 우리나라도 패키징⋅PCB 부문에 대한 지원 계획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미흡해 더 많은 지원이 절실하다”며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추후 제2의 요소수 사태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서 “PCB는 반도체와 전기전자 산업 전반에 필수적이고, 의료장비, 군사 차량 항공기 등에도 다 들어간다”며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PCB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도 우리나라의 메모리 전공정 중심의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KISTEP은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는 다소 경쟁력이 부족한 시스템반도체 산업과 패키징 부문에서의 기술 고도화⋅다변화가 요구된다”며 “주요 선진국은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 기술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중인데, 우리나라도 후공정 중심의 종합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PCB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KISTEP은 “패키징 부문은 응용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돼 있어, 전공정에 비해 시장진입 난이도가 낮다”며 “현 시점에서 패키징 기술개발을 위한 인프라와 시제품 제작 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