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정책위 출범….통신·의료도 ‘공공마이데이터’ 활용 가능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14일 출범했다. 민·관 합동으로 데이터 산업 육성과 제도 혁신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다.

위원회는 행정기관・은행 등으로 한정된 공공마이데이터를 통신·의료 분야까지 확대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헬스케어 등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늘리자는 취지다. 등급분류에 따른 규제를 벗어나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와 게임을 명확히 구분하는 가이드라인도 올해 중 마련키로 했다.

영상구독플랫폼(OTT) 시장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 심의 기간을 단축해 빠른 상영과 해외 진출을 돕는다. 사회적 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위해 도심공원 내 자율주행셔틀 운행을 허용하는 등 우리나라 데이터 관련 산업 전반의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위원회는  국가 데이터 정책 전반을 종합·심의하는 기구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동간사를 맡는다. 이를 포함한 정부위원 15인과 민간위원 15인 등 총 30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데이터 산업 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과 공공·민간 데이터 대통합을 추진하는 정부 국정과제에 따라 꾸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에서 개최된 1차 회의에서는 ‘데이터 신산업 분야 규제개선 방안’과 ‘제1차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추진방향’이 중점 논의됐다.

마이데이터 제공 대상 확대

지금까지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 행정정보를 받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관이 행정기관·은행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정부는 오는 12월 행정안전부령을 제정하고, 앞으로는 범위를 확대해 통신·의료 분야도 개인 행정정보를 제공받는 대상으로 지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신용평가, 자산관리, 건강관리 등 데이터 기반 서비스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예컨대, 기업이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노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내놓는 등 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확대 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연계해 금융 분야와 공공 분야에만 허용됐던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의 범위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는대로 모든 분야로 확대한다.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은 개인이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제공한 개인정보를 본인이나 사업자 등 3자에게 이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부 분야만 데이터를 독점하는 현상을 막고,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생긴다.

또한 공공 결합전문기관에게만 허용된 제3자 제공 목적의 ‘가명정보 자체결합 ’을 민간기관도 할 수 있도록 올해 안으로 고시를 개정한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의 일부나 전부를 삭제·대체하는 방법으로 추가정보 없이는 식별할 수 없게 한 정보다. 기업이 가진 카드결제 가명정보를 통신사 유동인구 정보와 결합, 빅데이터 기반 판매전략 수립을 원하는 소상공인 등의 매출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원화된 가명정보 결합 제도로 인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결합신청 서류도 표준화한다.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 활용도 촉진한다. 지금은 AI 학습에 저작물을 활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가 불명확한 문제가 있었다. 다양한 정보를 AI 개발에 활용하기 힘든 구조였다. 정부는  다수의 저작물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AI 학습에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올해 말 신설한다.

아울러 드론 등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한 법적 정의를 신설하고, 정보 주체가 촬영을 거부하지 않고 제3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때에는 영상촬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법은 CCTV 등 고정된 영상기기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기준만 마련돼 있어 이동형 기기에 대한 잣대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 드론을 통해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은 불빛이나 소리 등으로 촬영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과징금도 명확한 기준을 세운다. 부담이 크다는 산업계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과징금의 기준과 범위, 감경·면제 규정 등을 마련한다.

‘메타버스’ ‘자율주행’ OTT’ 규제도 푼다

급속히 성장하는 메타버스 산업을 비롯해 자율주행과 OTT 등 신산업 분야 규제 개선도 논의됐다.

정부는 게임물과 메타버스를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메타버스 경제 활성화 민관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메타버스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메타버스에는 게임물이 포함되더라도 등급분류를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메타버스를 등급분류 대상으로 두면 규제도 함께 따르기 때문에 산업 생태계를 약화시킬거란 우려가 있었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이 도심 공원에서 다양한 시설을 편하게 이용하도록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을 허용한다. 지금까지는 공원 내에서 동력 이동수단은 차도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지만, 2023년 상반기 공원녹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공원관리청이 지정한 장소에서 최고 속도 등 안전 기준에 부합할 경우 자율주행차 운행과 이를 통한 영업행위가 허용된다. 또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통행을 가능하게 해 배달·물류 분야에서 더 널리 활용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내년 중 영화·비디오물 진흥법 및 시행령을 개정해 OTT 콘텐츠에 특화한 자체 등급분류 제도도 시행하기로 했다. OTT 콘텐츠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받는 등급분류 절차를 따르면, 유통까지 약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는 등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새로운 제도가 적용되면 빠른 상영과 해외진출이 가능해진다. 클라우드 컴퓨팅법을 고쳐 정부·공공기관이 클라우드 등 디지털 서비스를 도입할 때 분리발주를 권고하는 규정도 마련한다.

위원회는 ‘제1차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추진방향’도 점검했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빅데이터 도입률이 16%에 그치는 등 민간의 데이터 활용 저변은 여전히 취약하다.

이에 ▲양질의 데이터 확충과 전면 개방 ▲민간이 쉽게 참여하는 유통·거래 생태계 구축 ▲혁신을 촉진할 데이터 활용기반 조성 ▲기업·인력·기술 등 데이터산업 기초 체력 강화를 목표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와 협력해 세부 추진과제를 추린 뒤, 연내 제1차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한다.

회의에 참여한 민간 위원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서하연 카카오 데이터 총괄 부사장은 “각국이 소리 없는 데이터 패권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지금이 우리나라 규제 혁파의 골든타임”이라며 “위원회가 이를 위해 속도감 있게 규제개선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위원회의 앞으로의 행보가 민간의 데이터 활용 기회를 넓혀 나가고, 기업이 마음껏 데이터 기반 비즈니즈 혁신을 꿈꾸게 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회의의 후속조치가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현장 간담회와 의견수렴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막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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