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명품 플랫폼 ‘젠테’는 뭐가 다른가

명품 이커머스 시장에 돌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한 기업, 투자 유치가 계속해 미뤄지고 있는 기업 등 명품 이커머스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해 들립니다. 심지어 이커머스업계 전반에서 투자유치가 어려운 상황이기까지 하죠. 

이 와중, 마케팅 하나 없이 조용히 성장하고 있는 명품 커머스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2020년 4월 설립한 젠테입니다. 투자업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1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요, 빠르게 성장한 덕에 9월 말 신사에 새롭게 자리 잡을 예정입니다. 

마케팅으로 인한 출혈경쟁이 심각한 명품 커머스 시장 속에서 후발주자인 젠테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 10만 회원에 가까워지고 있죠. 4분기 목표는 2배에 가깝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올해 목표 매출인데요, 젠테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1000억원입니다.

아직 국내 명품 커머스 플랫폼 중 1000억원이라는 숫자에 다다른 기업은 없습니다. 제대로 된 흑자를 내는 기업도 거의 없죠. 그러나 젠테는 올해 목표를 매출 1000억원으로 내세울 뿐 아니라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젠테는 어떤 회사일까요? 우선 젠테가 소개하는 젠테를 살펴보겠습니다.

 

젠테가 소개하는 젠테

: 부티크 재고 데이터와 실시간 연동해 기존의 복잡한 유통 구조를 극단적으로 단축하여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고 물류, 운영 이슈를 최소화한 3세대 명품 플랫폼

젠테의 서비스

유럽 부티크와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B2B 서비스 ‘젠테 아 젠테 (jente a gente)’ : 국내 7개 기업이 고객사

유럽 부티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B2C 서비스 ‘젠테스토어 (jentestore)’ : 부티크가 가진 브랜드 상품 중 젠테가 선정한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

매출 현황 및 목표 

올해 상반기 매출: 171억원

올해 목표 매출: 1000억원

젠테가 소개하는 젠테의 강점

: 유럽 현지 100여개 부티크와의 긴밀한 관계

: 자체 ERP 시스템 ‘젠테 포레’를 통한 부티크 재고 직접 연계

: 부티크와 직접 계약 체결을 통한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

: 가품 유통 원천 차단 

 

젠테의 자기 소개를 살펴보면 젠테의 강점은 부티크와의 직접 연계를 통한 상품 소싱입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정승탄 대표의 이력 덕분입니다. 정 대표는 케이트 스페이드와 이탈리아 가죽 기업 Pistolesi SRL를 거치며 장장 12년간 부티크와의 네트워크를 쌓아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쌓아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젠테를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을 해결하며 트렌디한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수급하는, 명품 커머스 업계의 ‘트렌드세터’로 만들고자 하죠. 

그렇다면 젠테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으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젠테 정승탄 대표로부터 명품의 탄생부터 젠테의 미래까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승탄 젠테 대표 사진
정승탄 젠테 대표

 

젠테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젠테’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저희는 회사 구성원, 고객, 그리고 부티크가 모두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 중 하나라도 불행하면 순환이 될 수 없어요.

때문에 저희는 파페치 모델(영국-포르투갈 온라인 명품 패션 리테일 플랫폼)에서 파생했습니다. 저희가 상품을 (사입해) 직접 관리합니다. 오픈마켓처럼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 아니라 부티크와 함께 성장할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부티크가 이해할만한 할인율로 상품을 판매합니다.

[box type=”info”] 파페치는 명품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리치몬트(R까르띠에, 몽블랑, IWC)와 케링(구치, 이브 생로랑)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3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 편집자 주[/box]

 

그래서 처음에는 저희의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았습니다. 선투자 개념으로 마진을 포기하는 수준으로 판매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후발주자고 인지도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가격 경쟁력, 상품성, 고객 경험에 대한 영역을 나눠 하나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면서 왔습니다.

저희 수익모델은 부티크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축한 저희 전용 할인율 모델입니다.

사실 저희 꿈은 대외적으로 부티크가 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B2B 서비스를 강화하는게 과제 중 하나죠. 저희 B2B 서비스인 ‘젠테 아 젠테’ 경우, 소유권 이전 방식의 물품 공급 계약만 하고 있습니다. 국내 바이어는 전부 국내 유명플랫폼입니다.

젠테는 한국 어떤 샵들보다 부티크 네트워크가 활발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진 시스템을 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와 협업을 한다는건 부티크 100여개와 협업을 한다는 의미거든요. 특히 저희는 유럽 내 다양한 유명 부티크와 협업하는데 특히 1차 홀세일러, 브랜드에게 상품을 직접 받아오는 곳하고만 거래합니다. 직접 계약서를 모두 작성하는데 브랜드 인보이스를 모두 전달을 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부티크로부터 사입해 판매하는 게 파페치 모델이죠? 젠테와 파페치가 다른 점도 있나요?

부티크가 취급하는 도매물량이 전체 명품 유통의 65~70% 가까이 됩니다. 이 중 80%는 부티크가 가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려요. 부티크는 대개 한 지방의 유지들입니다. 자신의 지역 내에서 최소 15~20개 매장을 운영합니다. 결국 파페치에서 보여지는 부티크의 물량은 전체 물량의 10%도 안됩니다.

그런데 파페치의 마진이 40%입니다. 그래서 부티크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잘 팔 수 있는 상품이면 파페치에 안 올립니다. (파페치의) 상품 다양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저희는 파페치의 긍정적인 부분만 가져와서 저희 비즈니스 모델로 강화했습니다.

 

부티크와의 계약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곳이 있나요?

이탈리아는 최소 95% 달성한 것 같습니다. 21년도까지는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했지만 올해 들어 스페인, 독일, 영국, 그리스, 중동까지 다양한 곳의 부티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대표 님 이력을 보면 ‘JS 코퍼레이션 PD’,  ‘피스톨레시 SRL(이탈리아 가죽 기업) 한국 지사장’ 등이 눈에 띕니다. 각각 어떤 일이고 젠테 설립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PD는 다른 말로 일컬으면 지휘자입니다. 패션 제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상품 개발->마켓(패션쇼)->생산 과정을 거칩니다. 마켓에서 모델이 입고 나온 샘플은 모두 PD의 조율로 완성된 작품이에요. 

샘플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셉트 논의 -> 원부자재 소싱 및 결정 -> 샘플’이라는 제작 과정을 거치는데, 기간 내에 맞춰 원부자재 공급자와 본사에 있는 디자이너를 조율하고, 제작과 관련된 전문가들과의 조율해야 합니다.  PD의 작업 지시서를 바탕으로 기술자들이 상품을 제작하는데, 제작 과정에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면 PD는 디자이너와 또 다시 조율하면서 샘플을 만들어요. 예를 들어 가죽 색상이 안 맞다, 하면 해외에 있는 가죽회사에 전화해 직접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가죽을 받아오기도 합니다.

PD로 일하면서 이탈리아 원자재 업체 중 가장 많이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한 기업이 피스톨레시였습니다. 에르메스, 샤넬 등 유명 명품의 가죽이 모두 이 회사 가죽이죠.

이전에 PD로 피스톨레시 사장 님을 만난 인연을 살려 저 스스로를 소개했습니다. 그 다음 날 바로 계약을 한 후 피스톨레시에서 제게 가죽 몇백장을 주고 한국에서 마음껏 영업을 하고 와라, 하더군요. 이후 많이 배우면서 국내 대기업이나 유명 명품사와 직접 만나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젠테는 ERP 시스템을 자랑합니다. 어떤 건가요?

부티크의 재고 상황이 저희 시스템에 계속 업로드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재고 연동 주기가 중요합니다. 연동주기가 길다면 젠테스토어 고객이 상품을 먼저 구매해도 현장에서는 상품이 품절됩니다. 저희는 부티크의 연동주기를 5분, 아무리 길어도 1시간 이내로 하고 있습니다. 품절율은 2%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에 있는 많은 플랫폼은 부티크의 재고 상황파악이 어렵습니다. 현지 대형 부티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부티크와 거래를 하고자 하는 국내 명품 플랫폼 중 ERP시스템을 구축한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지금 국내에 있는 명품 이커머스의 문제점이 뭘까요? 

가장 큰 문제는 상품 소싱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버버리 트렌치코트, 구찌 백 이런걸 명품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명품이 다각화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취향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이 다양성을 충족하는 플랫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저희의 큰 욕심 중 하나는 젠테가 고객들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면 체류 시간, 구매 전환율 등 여러 본질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보다는 ‘취향’과 ‘가치’를 함께 강화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부터 합니다. 취향과 가치를 함께 강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래액, 성장률이 최우선 목표가 아닙니다. 그런 플랫폼에 맞는 고객분들은 그 곳에서 구매하실 거다. 하지만 그 외 다른 고객은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만약 ‘어떤 상품을 사야 해’라고 주장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젠테는 ‘이거 사고 싶어, 왜?’라는 질문을 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었으면 좋겠다는거죠. 

한 고객이 메종 마르지엘라를 사고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젠테는 메종 마르지엘라는 왜 사고 싶은 걸까, 어디서 보고 왔나? 마르지엘라는 어떤 사람인지 아니? 라는 궁금증을 만드는겁니다. 쇼핑을 하기 위해서도 검색하는 경우도 많지만 브랜드에 대한 여러 질문을 가지며 검색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젠테가 고객에게 있어 스스로가 설득이 되고 사야할 이유가 좀 더 분명해질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객의 취향, 가치를 반영한 상품을 소싱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죠?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저희는 탐구를 정말 많이 해요. 매체 종류, 디자이너에 대한 리스트업도 많이 합니다. 또한 저희는 고객 수요 타깃팅을 상위 16%에 맞춥니다, 이러한 유행 주기를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실 우리가 타깃팅하는 영역이 정말 민감하고 이게 유행일지 모를 정도로의 브랜드를 찾아야 합니다.

저희는 매일 부티크로부터 하루 200여개 브랜드의  브랜드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를 받습니다. 저희 전략본부는 이걸 바탕으로 브랜드가 어떤 콘셉트를 했는데 왜 나왔을까, 하고 역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 크리에이터 디렉터에 대해 알아봅니다. 학교, 동문, 현재 위치 등등을 보고 브랜드의 상황을 파악하는겁니다. 만약 이 디자이너가 마르지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페레가모에 있다고 하면 페레가모가 좀 더 트렌디해지겠구나, 하고 예측하는거죠. 

 

별도의 마케팅 없이 바이럴로 10만에 가까운 고객이 모였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다고 생각하나요

본질적인 접근을 분명하게 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다른 플랫폼이 못하고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제점 얘기를 했지만 문제가 없는 존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플랫폼이 비교대상이 아니라 고객이 비교 대상이었습니다.

고객이 왜 갈증을 느끼는가, 좀 더 본질적인 문제로 가보자면 왜 아직까지도 그 많은 고객들이 해외 직구로 빠지고 있냐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를 검색해보면 해외 직구를 하는 많은 분들이 젠테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국내 플랫폼보다는 오히려 파페치와 비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국내 명품 플랫폼들이 잠재적 명품 수요자들을 인지 영역으로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플랫폼들이 그 많은 돈을 들여 모은 고객들이 젠테로 오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결국 글로벌 서비스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는 모태이자 항상 잘해야 하는 곳입니다. 국내에서의 젠테는 점유율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취향과 개성을 찾는 고객들이 명확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상의 수요 고객을 늘렸을 때에도 브랜딩이 어렵거든요. 작년에 A 브랜드를 소개했다면 올해는 A 브랜드에서 파생된 또 다른 브랜드를 찾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잠재된다면 패션은 망하거든요.

 

올해 4월 투자를 유치했더라고요, 어떤 점을 높게 평가 받았는지 

제 맨파워를 크게 봐주신 것같습니다. 또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도요. 사실 투자를 받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자생력을 키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고민했을 때, 답은 러닝 메이트였습니다. 러닝 메이트와 함께 간다면 시장이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을 볼 수도 있는거고, 버티컬 영역 내에서 카테고리를 확장할 수도 있는건데 그 조건들이 모두 맞았죠.  투자자 3곳 다 해외 펀드이기 때문에 감안한 부분도 있습니다.

 

올해가 4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올해 목표가 있을까요?

우선 매출 1000억원과 BEP 이상으로 올라갈 계획입니다. 올해 사옥을 매입하고 타플랫폼과는 다른 방향으로 캠페인을 들인 부분을 감안해도 BEP 이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4분기 목표로 회원수 10만명을 추가하고 유입을 500만명을 늘리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