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공공조달 플랫폼 ‘디지털서비스몰’ 가동 5개월, SW 업계 영향은?

조달청이 운영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상품·서비스 공공조달 플랫폼 ‘디지털서비스몰’(이하 서비스몰)이 가동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이 서비스몰이 문 연 후 공개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사실상 분리발주가 가능해져 제값받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주요 상용SW 업체들은 기존 공공 조달 방식과 큰 차이 없이 오히려 가격 경쟁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지난 4월 문을 연 서비스몰은 ICT 관련 상품·서비스를 원하는 공공기관이 관련 업체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든 장터 플랫폼이다.

이전까지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활용하던 형태에서 이 서비스몰로 창구가 일원화됐다. ICT 제품들은 이제 서비스몰에 등록이 완료돼야 공공조달이 가능하다. ICT 분야만 한 곳에 모아 가격비교 기능 등을 제공하고, 쉬운 업체 찾기와 계약 활성화를 돕는 게 목표다. 업체 입장에서는 ICT에 특화된 플랫폼이 생긴 셈이라 기대가 크다.

서비스몰에서 주목되는 분야는 SW 부분이다. 공개 SW의 경우 다수공급자계약(MAS) 형태로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했다. MAS는 납품 실적과 굿소프트웨어(GS) 인증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조달 리스트에 올리고, 다시 업체 간 경쟁을 거쳐 납품사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에 공개 SW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공개 SW는 이제까지 턴키(Turn-Key·통합발주)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통합발주는 사업을 관리하는 주 사업자가 있는 구조라 수수료나 부대 비용이 발생하고, 그만큼 업체의 이윤은 작아지는 형태였다.

MAS 방식은 곧 분리발주를 의미한다. 턴키 방식보다 제값받기가 쉬워질 전망이다. 공개 SW 업체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현재 유지 및 지원서비스 관련 공고가 난 상태로, 3개 이상의 업체가 서비스몰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가격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제3자 단가계약이 유리할 수도 있다. 제3자 단가계약은 공공기관이 제품의 기능 등을 확인하고, 정해진 가격에 사는 일종의 수의계약이다. 하지만 공공조달은 한국저작원위원회를 통한 저작권 등록을 제3자 단가계약의 전제 조건으로 둔다. 공개 SW는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만큼 저작권 등록이 쉽지 않아 MAS가 최선의 방식에 가깝다.

서비스몰 입점 절차를 밟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공개 SW 기업 입장에서 MAS는 긍정적인 제도”라며 “이제는 분리발주를 통해 제값 받기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반면 상용 SW 업계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상용 SW은 저작권 등록이 가능해 서비스몰에서도 제3자 단가계약 트랙을 통해 SW를 제공한다. 기존 방식과 변화가 없는 터라 이미 1000개가 넘는 상용 SW가 입점해 있다.

하지만 조달청은 2024년부터 중소제조 기업의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를 빼고 중견기업·대기업·외산기업은 MAS 방식을 따르도록 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지금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을 한번 더 시키는 형태라 오랜 기간 상용 SW 사업을 벌여온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과 동시에 역차별 지적까지 나온다.

상용 SW를 만드는 한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제3자 단가계약에 비해 출혈 경쟁에 빠질 수 있는 형태라 우려가 크다”며  “SW의 품질 등을  평가하긴 해도 결국 가격이 수주를 판가름할 듯하다. 평가에서 가격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 과도한 출혈 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출혈을 감수할 수 있는 글로벌 대기업과의 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비스몰에서는 이밖에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플랫폼(PaaS) ▲서비스형인프라스트럭쳐(IaaS)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공급된다. 이들 서비스는 전문계약제도를 따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클라우드 환경에 맞춰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요기관이 원하는 대로 계약조건을 유연하게 하는 카탈로그 계약 등으로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도다.

반면 플랫폼 자체를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보다 속도가 붙지 않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게 ‘데이터 거래’ 파트다. 조달청은 데이터 기반 행정 지원을 위해 ‘원천 데이터 및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서비스몰을 통해 공급한다고 지난 4월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체들의 참여가 미진하다. 메뉴만 구축돼 있을 뿐 아직 입점 업체는 없다. 올 하반기부터 등록을 시작하기로 했던 ‘IT 전문가 지원’ 서비스도 메뉴만 열린 상태다. 공공기관들의 공고가 아직 모두 나지 않았고, 서류 구비나 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들이 있어 입점 절차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게 조달청의 설명이다.

업계에서 아쉬워하는 점은 또 있다. 조달청은 당초 서비스몰에 한국상용SW협회가 개발한 홍보 앱 ‘소문’을 연계하기로 했었다. ‘소문’은 업체 솔루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실제 구축 사례 등을 보여주는 앱이다. 업체 히스토리와 수주 레퍼런스까지 두텁게 담아 공공의 선택을 돕는 것이 계획이었으나 아직 연계 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조달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데이터 연계 방식을 논의하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실질적인 연계가 완료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의 서비스몰에 대한 인식(인지도)이 높지 않아 참여가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빠른 활성화와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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