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요” 부산 인디 게임 축제 현장은?

인디게임은 사람을 만날 창구가 필요하다. 대규모 마케팅이 가능한 대형 개발사와는 달리 인디 게임은 직접 ‘맨땅에 헤딩’하지 않는 이상 많은 이용자에게 자신의 게임을 홍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디 개발사에게 지난 2년은 악몽과 같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인디게임을 위한 국내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만 진행됐기 때문이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2022 (이하 BIC)에 참여한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열심히 개발한 게임을 사람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도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며 “많은 이용자를 직접 만날 기회를 간절히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1일 막을 올린 BIC는 ‘설렘의 시작’이었다. 이날 부산은 먹구름이 가득한 흐린 날씨였는데, BIC가 열린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BPEX만큼은 ‘맑음’을 유지했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로 인해 관람객이 없이 진행했던 아쉬움을 올 행사에서 갚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BIC는 지난 2015년 시작한 글로벌 인디게임 축제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인디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고 게임 개발자도 직접 만나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체험형으로 꾸려졌다.

이번 BIC는 오랜 기다림 끝에 대규모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참관객이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이 출품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총 162개의 전시작을 만나볼 수 있다.

총 332개 출품 지원작 중 치열한 경쟁 끝에 전시에 선보일 수 있도록 선정된 게임은 총 130개 작이다. 일반부문은 64개작과 루키부문(학생 또는 25세 이하 미취업자 작품) 37개작이 포함됐다.올해 새롭게 시도되는 커넥트픽(출시일 1년 이상 또는 과거 BIC 전시작품), 기술전시(자체 기술이 적용된 작품) 섹션에도 각 27개작, 2개작이 들어갔다.

기자의 GBTI는 두둥실 힐링형이다. 기자는 힐링게임을 사랑하는데, 이테스트… 족집게다.

현장에서는 이벤트가 열린다. 개인의 선호에 적합한 전시작을 확인할 수 있는 ‘GBTI(겜비티아이)’테스트를 통해 본인의 취향에 가장 가까운 게임유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전체 전시작 또한 각 게임 유형에 따라 배정돼 있다. GBTI 테스트는 BIC 공식 누리집 공지사항의 링크를 통해 사전 체험할 수 있으며, 행사장 현장에 별도로 구축된 GBTI 테스트 존에서 체험할 수 있다.

전시장은 1전시장과 2전시장으로 구분돼 있다. 1전시장에선 ▲화려한 전투형(B존), ▲뽀짝한 심플형(S존), ▲과몰입 미션형(M존)의 게임을, 2전시장에선▲진지한 탐색형(E존) ▲두둥실 힐링형(H존) ▲불굴의 성장형(D존) 게임을 만나볼 수 있다.

BIC 전시장 안내도 (출처: BIC)

“행사 끝나고 연락해 줄래요?”

비즈니스 데이로 진행한 개막 1일 차, 아직 일반 이용자들을 만나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바쁜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게임을 홍보하고, 여러 개발 비하인드를 이야기하며 게임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한 인디 게임 개발자는 “유저분들의 관심도 신기한데, 현업자 분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아서 너무 놀랐다”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꿈만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기자가 플레이한 인디 게임 두 종. ‘모나드의 겨울2’, ‘종이마을 건설대작전: 수상한 주민들’

“앞으로 남은 행사가 너무 기대돼요. 주말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바쁠 텐데, 빨리 많은 이용자가 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지난 2019년에도 행사에 참여했다는 또다른 인디게임 개발자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온 것만 같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아직은 1일 차라 이용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우리의 게임을 직접 눈앞에서 플레이하고 서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며 “확실히 이런 행사가 인디 개발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혼자서 개발하거나 테스트할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오류를 제삼자의 플레이로 깨닫게 되고, 피드백을 통해 앞으로의 개발 방향도 잡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한 이용자

관련 컨퍼런스 또한 진행됐다. 컨퍼런스 세션은 ‘나의 개발일지’, 인디게임 콜라보’ 및 ‘비즈’의 총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진행됐다. 인디게임 개발자, 업계 관계자, 예비 개발자를 포함한 인디게임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흥미롭게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1일 인디가 가진 진짜 독립이라는 의미에 대해 강연한 주승호 액션핏 CPO는 “규칙에 상관하지 않고 자유롭게 게임을 만드는 ‘노 룰즈(no rules)’ 정신이 인디 게임의 진정한 가치”라며 “어린 인재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사와 관련된 각각의 사람이 모여 BIC의 캐치프라이즈인 ‘Reboot your indie spirit’ 문장을 만들고 있다.

설렘으로 가득 찬 BIC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서태건 BIC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은 개회 선언을 통해 “코로나 이전 개최한 장소에서 제대로 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게 돼 무척이나 기쁘다”며 “BIC는 시련과 도전의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으며 게이머분들과 개발자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구이자 축제로서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가겠다”고 밝혔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이 찾아온 BIC, 그리고 게임을 사랑하는 당신. 지금부터 시작되는 국내 최대 인디게임의 장에 어서 오시라.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 이번 BIC에서 게임을 즐기고 개발자들과 소통하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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