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자료 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게임이라는 단어를 넣지 마세요”

최근 메타버스(가상융합현실)를 만드는 기업 내부에서 대내외 설명자료에 ‘게임’이라는 단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규제 우려 때문입니다. 게임이라면 게임법에 근거해 콘텐츠 심의(등급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각종 수익모델(BM) 적용에도 제동이 걸립니다. 메타버스는 여기에서 자유롭습니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와 게임을 떼어내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이 특정 기업이 아닌 관련 업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도 나서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하고, 관련 특별법과 진흥법안을 제정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인데요.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규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과연 분리될까요

그러나 실제 이용자들은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메타버스를 즐기고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이거 게임 아니냐”는 답이 십중팔구 돌아옵니다. 메타버스 내 각종 재미 요소 때문입니다.

가상공간만 덩그러니 구현한다면 누가 플랫폼에 들어올까요. 특수 목적 플랫폼을 제외하면 필연적으로 이용자 간 교류와 재미를 위한 게임적 기능 추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업계와 30여년간 인연을 맺어온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발언했습니다.

간단히 생각해봅시다. 현재 메타버스를 만드는 핵심 인재들이 게임 개발자입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메타버스와 게임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김 교수는 “게임을 한두 번 개발해본 사람들까지 메타버스 회사에서 입도선매하려고 한다”고 인재 확보 현황을 전했습니다.

변화무쌍한 콘텐츠

실제 콘텐츠가 소비되는 특성을 떠나, 메타버스와 게임을 기계적 선언적으로 분리하는 작업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콘텐츠는 변화무쌍합니다. 결국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거대 가상세계 속에 수백, 수천개의 재미요소가 들어가 작동할 텐데, ‘이 정도의 재미 요소는 게임으로 볼 수 있다 없다’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과 콘텐츠의 성격 정의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김 교수는 “표면적, 표피적으로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다 막힐 것”이라며 “분리할 것이라면 쓴 소리도 경청하고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헛발질하게 된다”고 거듭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덧붙여 “그보다는 가상자산, P2E(돈버는게임) 가이드라인이 시급하지 않나”라며 동시다발적으로 변화하는 산업계와 한참 동떨어진 정책 현황을 짚었습니다.

결국 같은 방향

출시 20년이 훌쩍 넘은 울티마온라인도 바람의나라도 따지고 보면 게임이자 메타버스로 작동했습니다. 당시 메타버스라는 단어만 없었을 뿐이죠. 메타버스와 게임은 결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의견입니다.

현재 메타버스 관련 법안도 기존 게임법을 손보는 법안도 여럿 계류 중인데요. 병합해 볼 경우,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 메타버스를 규정하면서 새로운 규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현재 법제도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등 주무부처 간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 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