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해진 축제? ‘검은사막’ 믿고 즐기는 이유
펄어비스(대표 허진영)가 간판 게임인 ‘검은사막’의 모험가 축제를 열었습니다. 검은사막 이용자를 모험가라고 칭합니다. 회사가 24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스튜디오 파라다이스에서 3년 만에 이용자 축제인 ‘하이델 연회’를 현장 이벤트로 마련했네요.
오랜만에 가본 하이델 연회는 예전처럼 열광의 도가니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행사 중간 수시로 환호성은 터졌습니다만, 모험가들이 전반적으로 얌전해 졌다고 할까요. 행사는 너무 조용하지 않은 가운데 간간이 웃음이 터지면서 매끄럽게 진행됐습니다.
검은사막은 8살 된 게임입니다. 오래된 모험가들은 그만큼 나이를 먹었죠. 게임의 자그마한 콘텐츠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충성 이용자라면 웬만한 업데이트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겠지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출시 초기만큼 모험가들을 깜짝 놀라게 하긴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펄어비스가 비장의 한수를 꺼냈네요. 그리고 모험가들을 놀래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에 모험가들은 입을 다물거나 혹은 웅성거렸는데요. 얌전해진 축제는 이 한수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콘텐츠 설명이 진행되면서, 점차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참고기사: 모험가들도 깜놀…’8살 검은사막’ 획기적 변화
“열심히 개발 중이고요, 이건 취소됐어요”
펄어비스와 모험가들이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개발진이 의욕에 앞서 내부 고민 중인 콘텐츠를 미리 알린 바 있습니다. 일부 콘텐츠는 출시돼 인기를 끌었고, 또 일부는 감감 무소식인 경우도 있었죠.
이번 하이델 연회에선 개발진이 죄송하다면서 취소된 콘텐츠를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모험가들은 아쉬워하면서도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양새였는데요. 개발진과 모험가들이 믿고 가는 동지적 관계가 된 것일까요.
행사에선 모험가들의 질문에 대한 개발진의 답변이 진행됐습니다. 글로벌 서비스 중인 게임으로 국외에서 들어온 질문도 여럿 보였고요.
일부 답변을 발췌하자면, ‘10대10 크루 대전’은 개발 취소됐네요. 신규 대전(PVP) 콘텐츠인 ‘솔라레의 창’에 개발력을 집중합니다. 거점전에서 땅따먹기 규칙은 삭제를 알렸습니다. ‘검은별 레이드(집단전)’는 무기한 연기입니다. ‘심해의 공포’와 ‘끝없는 겨울 속 스노보드’는 취소했네요.
김재희 검은사막 총괄PD는 “심해의공포는 실제 만들어서 직접 해봤는데, 난이도는 너무 높고 또 재미가 없었다. 개발을 취소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네요. 스노보드 콘텐츠에 대해선 “한번 타면 재밌는데, 더 이상 하면 재미가 없더라. 개발 취소했다”고 담담히 알렸습니다. 솔직하게 재미없다고 말하니, 모험가들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네요.
한국산 게임 입증할 이것 ‘기대만발’
김 총괄PD가 여러 부분의 개발 취소를 언급하면서도 “열심히 개발 중이다. 기대해달라”며 힘줘 짚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아침의 나라’인데요. 우리나라의 민담과 설화, 신화 등을 참고한 신규 콘텐츠입니다.
행사 영상을 보니 웨스턴(서구권)에서 더욱 반색할 오리엔탈(동양권)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기존 게임 배경이 중세 판타지였다면,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더할 콘텐츠인데요.
장제석 펄어비스 게임디자인실장은 “별주부전 같은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한 얘기도 있고, 어둑신(요괴) 이런 것들도 무시무시하게 만들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습니다. 김 총괄PD는 공개 시점에 대해 “완성되려면 멀었다. 겨울 목표로 준비 중”정도로만 말했습니다.
검은사막은 ‘레전드’가 될 것인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2010년 이후 등장한 몇 안되는 국산 명작 중 하나로 볼 만한 게임입니다. PC온라인게임으로 한정하면 더욱 비교 대상이 남지 않습니다. 대형 회사 중심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켰고, 그리고 8년을 서비스해왔습니다. 한국 기업의 불모지로 꼽히는 콘솔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냈고요. 검은사막은 북미・유럽 시장을 뚫어 누구나 인정할 만한 글로벌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4일 하이델 연회에선 펄어비스의 소통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국내외에서 꾸준히 개최 중인 모험가의 목소리라는 ‘VOS’ 만남 행사와 비정기 소통 자리인 심야토크 등이 그러한 행사인데요. 이러한 소통 의지가 이어지고 모험가와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레전드 게임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