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중국 YMTC의 저가 메모리 공세 , LCD 악몽 반복될까?

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스(長江存儲, 이하 YMTC)라는 이름이 최근 언론에서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14에 YMTC가 메모리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 미국 기업 애플은 중국과 더욱 손을 잡으려고 하네요.

먼 나라 이야기같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메모리 산업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YMTC가 국내 기업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빼앗아 점유율을 늘리려고 하는 정황이 보이고 있거든요. 이번에는 YMTC가 어떤 기업인지 소개하면서 동시에 중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YMTC의 설립 배경과 메모리 시장 전망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중국 반도체 굴기, “YMTC로 완성하겠다”

YMTC는 2016년 중국 우한에 설립된 메모리 반도체 기업입니다. 모회사는 국유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고요. 칭화유니그룹은 시진핑 주석이 나온 칭화대학을 기반으로 하는 칭화홀딩를 지주회사로 두고 있는데요, 이 칭화홀딩스가. 칭화유니그룹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칭화대학이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칭화유니그룹은 곧 국유기업이라고 볼 수 있죠.

칭화유니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팔을 걷어붙인 시점은 2013년입니다. 반도체 굴기가 거론되기 시작한 2014년보다 1년 앞선 때죠. 중국 반도체 설계업체 스프레드트럼과 모바일 반도체 생산업체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2015년 전국인민대표회의를 통해 ‘중국 제조 2025’ 산업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반도체 굴기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2025년까지 70%의 반도체를 자급자족하겠다는 포부를 전했죠.

중국 국영기업이었던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굴기의 중심에 서 있던 기업으로서,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모회사 칭화유니기업과 중국 후베이성 지방정부, 중국 반도체 산업투자펀드(CICF)가 240억달러(약 32조원)을 투자해 YMTC를 설립했습니다.

그간 중국 반도체 산업은 팹리스,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와 패키징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입액은 2133억달러(약 287조원) 가량 됐는데요, 단일품목 중에서는 최대치였습니다. 그만큼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측면에서 자급자족하기에 경쟁력이 낮았고, 대부분 해외에 의존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까지도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YMTC에 전폭적인 투자를 집행했고, YMTC도 메모리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해 나갔습니다.

2017년에는 32단 3D 낸드플래시 적층에 성공했고, 2019년에는 64단 낸드플래시까지 양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1년 8월에는 12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고요. 최근에는 중국 관영매체에서 YMTC가 232단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낸드 기술격차는 2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YMTC 낸드플래시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시장점유율은 아직 3% 정도 수준으로 6위에 그쳐 있지만, 저가 공세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중이죠. 빠른 시일 내에 10%까지 점유율을 올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고요.

국내 메모리 경쟁력을 지키려면?

YMTC가 저가공세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면서, 국내 메모리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당장 큰 피해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로 시장을 빼앗긴 전적이 몇 차례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LCD 디스플레이를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만 해도 LCD 시장은 국내 기업이 점유율 1,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BOE를 비롯한 자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보조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LCD를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전략을 취할 수 있는 이유는 중국 내 정책 때문입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에게 30%의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죠. 따라서 중국 기업은 원가 수준, 혹은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정부 보조금 없이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죠.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기업은 LC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과 LCD 시장과 경쟁해서 살아남기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는 가격을 따라가지 못해 LCD 사업을 철수하거나 적자를 직격탄으로 맞게 됐습니다.

중국의 이번 타깃은 낸드플래시입니다. 물론 메모리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리나라 기업이 강자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35.5%, SK하이닉스 점유율은 18% 가량 됩니다. 국내 기업의 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YMTC가 장기적으로 저가 공세 전략을 취하면 메모리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를 중심으로 편성돼 있기 때문에, 메모리가 무너지면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YMTC의 행보를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YMTC는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와 보급형 모델 등에 128단 낸드플래시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YMTC는 지난 5월 아이폰에 128단낸드플래시를 공급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SK하이닉스, 키옥시아에 이어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3대 기업이 됐죠. 이는 곧 기술 측면에서도 시장의 인정을 어느 정도 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는 만큼, YMTC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저가공세로부터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각 기업이 고성능 메모리 등 하이엔드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MTC 기술력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국내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을 따라오지는 못하고 있거든요.

YMTC는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기술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도 실패한 바 있습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36단 낸드플래시를 곧 양산할 예정입니다.

한 국내 산업 전문가는 “중국 기업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빠른 두각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메모리 시장까지 따라잡으려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적절한 전략을 취해 낸드플래시 산업을 부디 보호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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