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략하는 혼다, 파나소닉 대신 LG엔솔 손잡은 이유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Honda Motors)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는 29일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미베 토시히로(Toshihiro Mibe) 혼다 CEO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총 5조1000억원(약 44억달러)을 투자해 미국에 4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말부터 혼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Acura) 전기차 모델에 공급할 파우치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공장 부지는 현재 검토 중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 LG에너지솔루션)

이번 합작법인은 한국 배터리 업체와 일본 완성차 업체가 설립한 첫 협력 사례다. 그간 일본 완성차 업체는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해 왔다. 또 다른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와 닛산 등도 일본 배터리 공급업체 파나소닉, NEC 등과 협업해 왔다.

하지만 일본 배터리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일본 완성차 업체가 국내 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일본 기업은 국가 특성상 반도체, 배터리 부문에 대한 투자를 매우 신중하게 한다”면서 “파나소닉도 마찬가지로 신중한 투자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다른 주요 배터리 기업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면서 경쟁력에서 밀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살펴보면 파나소닉은 점유율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파나소닉의 1~5월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10.5%로 전체 중 4위를 기록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BYD)에게 3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일본 배터리 기업이 흔들리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은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일본 완성차업체에 처음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공급하며 품질, 기술력 등 고객가치 혁신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이를 통해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북미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 경쟁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수익성도 높일 수 있는 또다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면서 주요 배터리⋅완성차 업체는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는 신북미자유협정(USMCA) 회원국인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제공한다. 혼다도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장 건설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는 “혼다는 2050년까지 모든 제품과 기업활동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것”이라며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글로벌 배터리 선도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됐다”고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구축한 혼다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계기가 될 전망”이라며 “고객과 긴밀하게 협력해 신뢰할 만한 배터리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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