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금잡] 금융IT시스템에도 ‘세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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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금융 서비스는 IT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업점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것부터 모바일 뱅킹에서 대출을 받는 것까지 모든 금융 서비스는 IT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IT시스템이 만들어져 운영되어 온 것은 약 30~40년 전부터다.

전세계적으로 금융 IT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70년 후반이다. 당시의 대표적인 IT기술은 IBM의 메인프레임이라는 컴퓨터의 기술이었다. 은행들도 메인 프레임을 활용해 코어뱅킹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은행이 IBM의 메인프레임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FACOM, 유니시스, NCR, 히다치, CDC, NEC 등 당시 유수 하드웨어 기업의 컴퓨터를 골고루 사용됐다. 이때의 금융IT 기술을 1세대라고 부른다.

1964년도 메인프레임 사용 모습 (사진=위키백과)

1980년이 되면서 현금자동인출기(ATM)이 개발됐다. 덕분에 금융 소비자들은 기존에 은행에 가서 처리할 수 있었던 금융 업무를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동시에 IT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다. ATM 특성상 24시간 금융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 만큼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를 코어뱅킹 2세대라고 부른다.

당시 IBM 외에도 유니시스, NCR 등의 다양한 컴퓨터 기종이 보급됐지만, 유독 금융권에서 IBM의 메인프레임을 채택한 이유가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지원, 은행업무의 이해정도 때문이다. IBM의 메인프레임은 대용량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해 당시 금융권의 요구와 맞아 떨어졌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뱅킹이 만들어졌다. 인터넷 뱅킹을 처리해주는 레이어가 추가되면서 이때부터 은행의 IT시스템에 변화가 생겼다. 업무 종류에 따라 시스템을 나누는 계정계(코어뱅킹), 채널계, 대외계 등으로 구분되기 시작했고, 각 부문별로 별도 시스템을 만들었다. 금융 IT시스템의 아키텍처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때를 3세대라고 말한다.

온라인뱅킹용 보안 토큰기(사진=위키피디아)

당시 IT시스템으로 유닉스 서버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물론, 금융권에서도 유닉스 서버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보안 등을 우선시 하는 금융권은 유닉스 서버 시장을 관망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바람이 불고 2010년 모바일 뱅킹이 도입되면서 은행에서 유닉스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박기은 국민은행 테크혁신본부장 전무는 지난 23일 열린 한국IDC 파이낸셜 인사이트 컨퍼런스에서 “2010년도부터 국내에 있는 많은 은행들이 기존 메인프레임 서버를 다운사이징한다고 하면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IT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은행은 클라이언트를 웹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박 전무는 “내부 시스템에서 클라이언트를 웹으로 만들거나 시스템을 유닉스로 쓰기 시작했다”며 “또 유닉스로 전환하면서 언어 또한 코볼(COBOL)에서 자바(JAVA)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시는 금융권에서 메인프레임 사용이 위축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 본격적으로 메인프레임을 걷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금융IT 발전과정의 추적을 통한 코어뱅킹 모델의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IBM의 대고객 서비스 정책은 오랜 시간 은행의 불만을 증대했다. 핵심적인 문제는 2000년대 은행의 대고객 서비스 향상 전략을 이끌 수 있는 차세대 코어뱅킹 모델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금융권에서 메인프레임의 시대는 저물게 됐다.

2010년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클라우드 기술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은행 IT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금융권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뱅킹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유닉스 시스템이 4세대였다면 리눅스, 클라우드 시스템은 5세대에 해당된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비주요 업무 시스템에 클라우드를 도입해오던 금융권이 최근엔 코어뱅킹에도 클라우드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계정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계정계 일부에 클라우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코어뱅킹 클라우드 전환 바람은 향후 10년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연구조사기관 등은 은행이 플랫폼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세계 은행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하면서 자체 뱅킹 플랫폼에만 머물지 않고 각종 산업과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란 이야기다. 이는 또다시 IT시스템의 변화를 촉발한다.

회계·컨설팅 기업 삼정KPNG 측은 “은행이 데이터를 제3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API를 개방함에 따라 은행이 보유한 API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되는 은행의 플랫폼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며 “이에 따라 API 기반 오픈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은행의 생존을 위한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전략적 요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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