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MMORPG 시장, 생존 전략은?
‘모바일 게임 10개 중 9개는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MMORPG는 대세를 넘어 필수로 자리잡은 모습인데요. 23일 기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상위 매출 20위 안에 MMORPG만 11개입니다. MMORPG가 국내 게임 시장의 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MMORPG 시장은 신작들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국내 MMORPG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그만큼 경쟁자들도 많고 진입장벽이 높은데요. 돈, 시간 등의 매몰비용이 크다는 MMORPG 특성상 이용자들은 쉽게 게임을 그만두려 하지 않습니다.
레드오션에도 뛰어든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은 MMORPG를 기대 신작으로 꼽으며, 연이어 게임을 출시하는 모습입니다. 위메이드는 지난 6월 신작 MMORPG ‘미르M’을 공개했습니다. 미르M은 해외에서 대박을 쳤던 ‘미르의 전설2’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복원한 미르IP의 신작입니다. 위메이드는 ▲풍부하고 다양한 자원 ▲지루할 틈없는 성장 콘텐츠가 미르M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넷마블 또한 새로운 MMORPG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7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자사 대표 지식재산권(IP)를 기반으로 출시된 오픈월드 MMORPG입니다. 고정된 클래스를 육성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스킬을 가진 무기를 모두 사용하고 영웅카드를 이용해 여러 영웅으로 변신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16일에는 컴투스의 신작 MMORPG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이하 크로니클)’이 공개됐습니다. ‘크로니클’은 ‘서머너즈 워’ IP를 기반한 MMORPG로, 3명의 소환사와 350종 소환수 조합을 활용한 전략적 팀 구성의 재미가 특징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소환수들을 수집하고 육성해 자신만의 조합으로 게임 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들의 성적 또한 나쁘지 않은데요. 23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6위에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10위에는 ‘크로니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르M은 2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게임 시장 내 매출은 ‘리니지’ 형제들의 몫입니다. 출시된 지 각각 1년 4개월, 5년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와 리니지M은 구글플레이 매출 1,2위를 지키고 있는데요.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리니지W의 매출액은 2236억원이며, 리니지M의 1412억원입니다. 리니지의 대항마라고 불리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그 뒤를 이은 3위를 기록 중입니다. 오딘의 매출액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카카오게임즈 측은 “(오딘을 포함한) 회사의 모바일 게임의 매출액은 2131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서 발표한 ‘2020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시장 Overview’을 살피면 매출 비중이 클 수록 제작 비중 또한 큰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순위별 매출 점유율(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합산 매출 추정치)에서 1~3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2%로 작년 30.6%에서 6.6% 증가해 상위권 게임의 영향력이 더 확대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별로는 MMO를 포함한 롤플레잉 게임 장르가 67.9%였습니다.
게임사들이 주로 제작하는 게임 장르 또한 이에 롤플레잉 게임 장르가 가장 높았는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1+2순위 기준으로 ‘롤플레잉(RPG, MORPG, MMORPG)’ 장르의 응답 비율이 33.8%로 가장 높았습니다. 주로 배급하는 게임 장르 또한 비슷한 추세였습니다.
신작 MMORPG가 노리는 것은, 미들 유저
MMORPG 세상은 실제 사회와 유사한 모습이 많습니다.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적자생존의 원칙으로 조직 내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죠. 이용자들은 자신이 게임에 쏟고 있는 애정만큼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MMORPG 이용자들의 성향을 정리하자면, 총 세 부문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첫째, 많은 시간과 돈을 지출하는 헤비 유저. 둘째, 무과금으로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유저. 마지막은 이들의 중간 지점, 미들 유저입니다.
신작 MMORPG를 출시하는 게임사들의 타겟층은 미들 유저입니다. 어느 정도 MMORPG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데다가, 헤비 유저만큼은 아니지만 그만큼 게임에 쏟는 애정이 다분해 게임의 수명과 매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죠.
꽤나 많은 시간과 돈을 지출한 헤비 유저들은 게임을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매몰비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매몰 비용은 마치 엎지른 물과 같습니다. 이미 엎지른 물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것처럼, 게임에 많은 시간과 돈, 애정을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에 비해 회수되는 이득이 없기 때문에 게임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것이죠. 반대로 라이트 유저들은 게임에 특별한 매몰비용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의 장기 흥행과 매출에는 별 효과가 없을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타 게임에서의 미들 유저 층에서 신규 유입이 많다”며 “선두를 차지해야 한다는 MMORPG 특성에 목이 마른 타 게임의 미들 유저 층들이 이를 이루기 위해 신작 게임으로 많이들 넘어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게임에서는 더 막대한 매몰비용을 투자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 신작 MMORPG에서는 현재 투자하는 것과 유사한 매몰비용으로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등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신작 MMORPG만의 전략은?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사들은 미들 유저 층을 타깃으로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중 오는 25일 출시할 넥슨의 ‘히트2’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볼만 한데요. 최근 인터넷 방송인(BJ) 프로모션 마케팅과 관련해 이용자들 사이 논란이 일었던 상황 속 넥슨은 히트2에 ‘크리에이터 후원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로모션 계정이란 일반적으로 게임사가 광고를 목적으로 BJ들에게 후원하는 것을 뜻합니다. 게임사가 유명 BJ들이 방송에서 자사의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광고비를 지급하는 형태인 것이죠.
이와 관련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인 게임의 숙제방송”이라며 “특히 MMORPG 장르 경우 게임 내에서 다수의 유저가 경쟁하게 되는데, 이때 게임사의 광고비를 받은 이용자와 일반 유저가 경쟁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게임사로부터 후원받은 계정을 이기기 위해 일반 유저가 더 돈을 쓰게 되는 형태라는 것이지요. 게임 이용자들은 이러한 구조에 분노를 하는 것이고요.
이러한 형태에서 ‘회사’라는 존재만 뺀 후원 프로그램을 넥슨이 히트2에 도입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후원 프로그램’은 크리에이터와 이들을 응원하는 이용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한 서비스로, 이용자가 특정 크리에이터를 지정해두면 게임 내 상품 구매 시 금액의 일부가 해당 크리에이터에게 자동으로 적립되는 방식입니다.
이용자들은 게임 내 아이템 등을 구매하면 받게 되는 후원금으로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하고, 크리에이터들은 이용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형식인 것이죠. 이에 대해 넥슨 측은 “3개월 동안 베타 서비스를 거친 후 정식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과 운영 구조를 택하고 있는 신작들, 과연 MMORPG의 세대 교체를 이룰 수 있을까요? 일률적인 모습에 벗어나는 변화의 MMORPG 시장을 기대해보겠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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